마루젠 서점 하카타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다음으로 향한 곳은 하카타 버스터미널. 후쿠오카 하카타역 바로 옆에 위치한 버스터미널은 1, 2층은 버스터미널이지만 그 위층부터는 쇼핑몰이 있는 신기한 공간이었다. 건물이 가로로 넓기보다 세로로 넓은 형태랄까. 7층에는 반다이 남코와 게이머즈 샵이 있어 다양한 가챠, 인형 뽑기, 오락실 게임을 할 수 있었는데, 평일 오후인데도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이 공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렇지만 내 행선지는 6층. 두 번째 서점인 <기노쿠니야 서점>이 바로 이곳에 있었다.
기노쿠니야 서점 후쿠오카 본점(紀伊國屋書店 福岡本店)
기노쿠니야 서점. 신주쿠에 처음 생긴 이후로 약 100년의 시간이 흐른, 역사와 전통이 있는 서점이라고 한다. 내가 방문한 기노쿠니야 서점은 후쿠오카 본점. 후쿠오카현에 위치한 3개의 기노쿠니야 서점 중 본점이라고 하니 규모가 크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이곳은 어떤 분위기의 서점일까?
(마루젠 서점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6층에서 내리자, 곧바로 기노쿠니야 서점의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루젠 서점보다는 좀 더 차분한 분위기가 첫인상이었다. 마루젠 서점은 형광등의 흰색 조명이었다면, 기노쿠니야 서점은 백열등의 주황색 조명 느낌이 강했다.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라 그런지 기분 좋은 발걸음이 시작되었다.
마루젠 서점은 아뮤프라자에 위치한 데다가 8층에 서점뿐만 아니라 다양한 매장들이 있어 손님들이 많은 편이었다. 반면 기노쿠니야 서점이 위치한 6층은 서점 위주로 이루어져 있어, 상대적으로 차분하면서도 손님이 덜 한 느낌이었다. 규모도 마찬가지로 기노쿠니야 서점이 더 작다고 느껴졌다.
(교보문고 같은 분위기의 기노쿠니야 서점.)
차분하면서도 칼같이 정돈이 되어있는,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전형적인 일본 서점의 모습 그대로인 기노쿠니야 서점이었다. 다른 코너는 구경할 틈 없이, 그림책 코너를 찾자!는 생각으로 주변을 이리저리 탐색하기 시작했다. 마루젠 서점 같은 경우는 그림책 매대나 EHONS를 통해 한눈에 위치를 파악하기 쉬었는데, 기노쿠니야 서점은 규모가 크지는 않다 보니 그림책을 찾는 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무언가 아이들 책에 다다른 느낌이 들었다.)
우연히 눈에 띈 도라에몽 현수막을 보고 이 쪽에 어린이책이 많겠다 싶었는데, 정답. 서점 왼쪽 한 구석에 그림책을 포함한 다양한 어린이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책꽂이의 가로길이만 봐도 마루젠 서점에 비해서는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숨은 그림책 찾기
기노쿠니야 서점의 그림책 코너도 지난번에 말했던 구분이 잘 되어있었다. 여기서도 복음출판사의 코너가 따로 있었는데, 일본 내에서 상당히 유명한 출판사인가 보다. 단, 마루젠 서점에 비해 한정된 공간에 그림책들이 진열되다 보니, 하단에는 다양한 책들이 펼쳐져 있었으나 상단에는 주로 그림책이 꽂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약간은 아쉬웠달까. 그래도 마루젠 서점에서 보지 못했던 책들이 눈에 띄었기 때문에 마치 보물 찾기처럼 그림책을 찾아가는 과정은 즐거웠다.
(구분은 잘 되어있지만 책들이 빼곡하게 꽂혀 있어 찾기는 어려웠다.)
영유아를 위한 그림책이 많아서 그런지, 핸드북처럼 그림책의 크기가 작으면서 직관적인 디자인이 눈에 띄었다. 이런 그림책의 장점이라는 비닐 포장이 잘 안 되어 있다는 점(?). 스윽 살펴보기 좋은 그림책들이 많았다. 이렇게 책을 보고 있을 때 주변에 손님이 적었던 편이라 책 한 권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구도 노리코 매대도 상당히 작은 편이었다.)
아이들이 언어발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접하는 책도 영유아 그림책 -> 아동 그림책 -> 동화책으로 넘어가는데, 내 관심사는 아동 그림책 위주였다. 서점에 온 이후 느껴졌던 부분은 아동 그림책의 수가 많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아예 만화 캐릭터 위주의 책들이 있거나 어린아이들을 위한 장난감 책들이 많이 보였던 반면, 내가 주력으로 삼는 아동 그림책은 보물 찾기를 해야 할 판이었다(이는 상대적일 뿐, 아동 그림책도 어느 정도의 규모는 있었다).
그런 와중에 가뭄에 단비처럼 구도 노리코의 노라네코군단이 눈에 띄었다. 멀리서부터 익숙한 그림이 보이자 얼마나 반가웠던지.
(이 두 책은 내 소중한 소장품이 되었다.)
더욱이 마루젠 서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책들이 소량 있었던 점은 놀라웠다. 규모가 크다고 다 좋은 것이 아니라, 숨은 보석 같은 그림책들을 찾을 수도 있는 거구나. 노라네코군단 대도감이라던가, 구도 노리코의 작업과정, 에피소드를 담은 책은 이후 방문할 다른 서점에서도 찾지 못하였다. 오직 기노쿠니야 서점에서만 존재했다는 사실.
(일일이 꺼내보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후 요시타케 신스케의 그림책 매대라던가, 내가 찾던 아동 그림책 코너도 한쪽에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루젠 서점에 비하면 책의 수가 적었지만, 아까 구도 노리코의 숨은 보물을 찾은 것처럼 이곳에서도 다양한 그림책을 펼쳐보며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그림책
일본 그림책의 하단을 보면 띠지가 종종 보이는데, 그중에서도 MOE라는 단어가 눈에 띄곤 한다. 이는 일본의 그림책 월간지 <MOE>에서 주관하는 그림책 상으로, 그림책 전문서점 담당자들의 추천을 받아 매 년 1위부터 30위까지 30권을 선정한다고 한다. 그 외에 서점에서 그림책 상을 수여하기도 하며, 우리나라에서 공모전 당선으로 띠지나 표식이 생기는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자체적인 그림책 상 수여 시스템이 활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단 그림책을 번역하면 고양이 있다!)
아무래도 띠지가 있으면 그림책이 눈에 더 잘 띄는 법. 무언가 특별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상을 받은 거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이것도 마케팅의 일환이겠지? 일본 그림책에서는 유독 고양이가 주인공인 경우가 많다. 복을 불러온다는 속설 때문일까. 일단 귀엽긴 하니 고양이 그림책이 이 세상에 수도 없이 많아도, 각각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독특한 펜 선의 고양이 그림책이라던가, 한 대상을 의인화하여 표현한 그림책 등 내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그림책들이 기노쿠니야 서점에 존재했다. 수채화풍의 명암과 색조합은 눈으로 아무리 봐도 어렵기에, 직접 작업을 하며 연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은 덤.
(구석에 박혀있는 노라네코가 나를 불렀지만 겨우 참았다.)
계산을 하러 가는 길에 발견한 아기들 용품코너. 이곳에서도 노라네코군단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늘진 구석에 박혀있는 모습이 안타까웠지만 이미 마루젠 서점에서 봤던 녀석들이었기 때문에 지갑이 열리진 않았다.
기노쿠니야 서점은 확실히 마루젠 서점과는 다른 특징이 있었다. 1)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다. 2) 그림책 캐릭터 상품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3) 더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얼핏 보면 그림책을 찾기 위해 방문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노쿠니야 서점에서 만난 그림책들 중 다른 서점에서는 보기 힘든 그림책들이 존재하였다.
이번 포스팅에서 많이 사용한 단어인 보물찾기. 기노쿠니야 서점에서의 그림책 탐방은 보물찾기를 할 수 있었기에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하카타역 인근에서 규모가 큰 서점은 이 두 곳이기에, 후쿠오카 여행 첫날의 일정은 여기서 마무리하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