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의 크기

고민에 대하여

by 김청유

사람은 누구나 풍선 하나쯤은 가지고 살아간다. 그 풍선은 낮에는 정상적인 크기였다가 밤이 되면 갑자기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다. 그러다가 다음날 낮이 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간다. 매일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풍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김이 빠지고 잃어버리기까지 한다. 그러면 사람은 또 새로운 풍선을 꺼낸다.


희한하다. 그 풍선은 왜 하루 자고 일어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까. 나는 가끔 미래에 대한 불안과 잡생각 때문에 잠을 늦게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한 달 지나고 다시 돌이켜보면 그때 무엇 때문에 불안하고 고민이 많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릴 때 그 나이만 할 수 있는 고민도 시간이 지나고 보니 별 거 아닌 거 같다. 그래서 늘 다 큰 몸으로 어린이들 보면서 부러워했다. 저 아이들은 고민이라는 것이 없겠지, 불안이라는 것을 알까.


알고리즘이라는 것이 정말 신기하다. 요즘 알고리즘은 평소에 우리가 서칭 하지 않아도 대화만 엿듣고 그에 대한 정보들만 보여준다. 낮에 그저 생각 없이 한 말들이 알고리즘을 통해 반복적으로 보이니 괜히 쓸데없이 불안해지고 유독 얇았던 풍선은 갑자기 터질 듯이 부푼다. 분명 여느 때와 똑같은 하루를 살았던 것 같은데 왜 밤의 나는 낮의 나보다 더 겁이 많은 것일까. 시간이 너무 늦었던 탓일까 자꾸 늦었다는 생각이 반복적으로 든다. 그러다가 아침에 일어나면 풍선의 공기는 점점 빠진다는 것이다. 이른 시간일수록 아직 늦지 않은 것에서 위안을 얻는 것 같다.


풍선의 재질도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풍선은 내 것처럼 매우 얇아서 사소한 말에도 공기가 더 많이 들어가서 금방 부풀고 어떤 풍선은 웬만한 충격에도 쉽게 부풀지 않는다. 불안은 늘 밤늦게 찾아오고 생각은 끝없이 깊이 파고든다. 터질듯한 풍선은 사람을 괴롭히듯 진짜로 터지지 않고 그저 크기만 커져갈 뿐이다. 생각의 끈을 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김이 빠져 원래 풍선보다 볼 품 없다면 버리면 그만이다. 그게 더 마음이 편하다.


아마 풍선은 내일도 부풀 것이고 한 달이 지나면 새로운 풍선으로 교체되어 있을 것이다. 지나고 보면 고민들도 별거 아니었지만 살면서 고민이 없으면 또 재미가 없기에 풍선을 꼭 쥐고 다니는 게 아닐까. 풍선의 크기로 불안한 자신을 자책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거다. 그렇다고 풍선에 공기가 잘 안 들어간다고 해도 좌절할 필요가 없다. 그 또한 멘털이 강하다는 증거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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