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의 본질은 '방향'이다.
어버이날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기억을 품게 하는 날이다.
하지만 내게 그날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작은 실수 하나로 기억된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어버이날은 특히 긴장되고 어려운 날이다.
남녀노소 모든 연령대의 고객이 한자리에 모이고, 각자의 기대와 목적을 가지고 찾아오기 때문이다.
모든 고객의 만족을 이끌어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2009년 어버이날, 나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 경험을 했다.
서비스 현장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실수였지만, 그날의 기억은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날은 부모님을 위한 디너쇼가 열리던 날이었다.
부모님 세대가 사랑하던 여가수가 무대에 섰고, 특급호텔의 한정된 좌석은 언제나처럼 만석이었다.
비싼 비용과 제한된 시간, 단 한 번의 기회 속에서 서비스팀도, 연출팀도, 가수도 모두가 한순간의 실수조차 허용할 수 없는 긴장된 무대였다.
행사는 정해진 시간에 맞춰 식사와 공연이 함께 진행되었고,
늦게 도착한 고객에게는 코스를 축약해 드려야 했다.
내가 담당한 테이블에는 식사가 거의 끝날 무렵 마지막 한 팀이 도착했다.
입구에서 아드님이 “부탁드립니다”라며 어르신을 배웅했고,
할아버님은 내 설명을 들으시더니 “밥은 괜찮아요, 그냥 한꺼번에 다 주세요”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마음이 괜스레 더 쓰였다.
나는 코스를 나누어 내어 드리며 멀리서 지켜보았다.
특히 할머님이 물김치를 맛있게 드시며 남편과 나누는 모습은 내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에 물김치를 더 챙겨드리며 “편하게 드세요, 필요하면 말씀해 주세요”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 순간만큼은 내 서비스가 꼭 필요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행사가 끝나고 테이블을 다시 확인했을 때, 음식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었다.
놀람과 당황을 숨기고, 웃으며 조심스레 여쭈었다.
“혹시 식사에 불편함이 있으셨을까요?” 그러자 고객님은 오히려 내 어깨를 두드리며 웃으셨다.
“아냐, 정말 맛있었어요" 웃으며 말을 이어 가셨다.
"하지만 오늘은 노래를 들으러 온 거잖아요. 이렇게 가까이에서 노래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 맛있는 밥은 언제든 먹을 수 있잖아요? 신경 써줘서 고마워요.” 하며 웃으셨다.
그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고, 웃었지만 마음은 웃을 수 없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나는 음식과 서비스에 집중했지만, 정작 고객의 목적은 ‘디너쇼’였다.
내가 쏟은 호의가 때로는 주변 고객에게 불편을 주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서비스는 노력과 정성만으로 항상 100점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순간에는 친절보다 ‘빠름’이 더 중요하고, 어떤 순간에는 ‘격식’이 더 우선이 된다.
머리로는 알던 사실을, 그날 처음으로 몸으로 깊게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는 서비스업만의 이야기가 아닐지도 모른다.
사람과의 관계, 사회생활 속에서도 우리는 종종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앞세우거나,
때로는 정해진 규칙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사실 정말 중요한 건, 그 순간 상대가 진짜로 바라는 것을 찾는 일임을
잊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오늘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은 무엇일까?
어쩌면 스쳐 지나가듯 놓치는 것들이
서비스의 시작이자 관계의 시작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