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으면 그걸로 충분한 에세이 같은 세상

5.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

by lcheRoy

나이가 들면서 꽃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지는 것 같았다. 컬러와 싱그러움이 주는 다채로운 향기들은 설레는 마음과 함께 나에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었다. 어릴 때는 꽃보다는 다른 것이 먼저 눈에 들어왔는데. 나는 꽃꽂이를 따로 배운 적이 없었다. 기본적인 것은 꽃집에서 물어보고 그냥 나의 느낌대로 꽃을 활용하였다. 한 번씩 해외 유명한 플로리스트들의 방식을 보고 따라 해 보는 정도가 다였다. 이론을 배우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하면 꽃의 화려한 절정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생각한 방안들 중에 공기 중에서 꽃을 자르면 자른 단면으로 공기가 들어가 꽃이 물을 잘 빨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꽃줄기를 물에 담가서 물속에서 잘라 옮기니 훨씬 싱싱한 모습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 방법이 ‘물속 자르기’였다. 꽃집에서는 많은 양의 꽃을 모두 물속 자르기가 여의치 않아 차선색으로 자른 후 바로 물에 담가주는 것이었다. 이 같은 방법으로 이론적으로 배우면 더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겠지만, 꽃을 향하는 마음이 똑같다면 굳이 배우지 않더라도 그 방법들을 스스로가 알아나갈 수 있는 것이었다. 원시인들은 자기들의 부족을 상징하는 꽃을 꽂거나 거처에 꽃으로 장식을 한다고 들었다. 조선시대에는 궁중의 의식이나 사대부 집안의 잔치와 같은 곳에서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으로 종이꽃을 만들어 사용하여 전문적으로 만드는 장을 조화장이라고 불리었다. 그리고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모든 일이 길하고 잘되길 바라는 의미를 담는 ‘길상도’를 수방 상궁들이 자수로 만들어 공주나 왕비의 병품으로 사용하였다. 또 글공부를 하는 선비 남편이나 아들의 방을 장식하거나 책이 귀했던 시절에 책을 늘 곁에 두고 싶은 선비의 염원을 담은 ‘문방기명도’에는 세련된 꽃꽂이의 형태를 엿볼 수 있었다.

길상도팔첩(吉祥圖八帖)의 일부
10첩 문방기명도

나는 사물이든 사람이든 세계사와 관련지어 보게 되는 버릇이 있다. 세계사를 좋아하다 보니 어릴 때부터 호기심으로 시작한 버릇이 지금까지 활용되고 있는데 꽃 역시도 세계사와 연관이 있는지 찾다가 캐시어 바디 작가의 ‘세계사를 바꾼 16가지 꽃 이야기’를 찾았다. 길상도, 문방기명도 같이 꽃과 관련된 여러 상징이 오랜 세월에 걸쳐 생기면서 전설, 역사, 속담, 시, 회화와 벽지 무늬 등 다양한 형태로 전해졌다. 꽃은 자연뿐 아니라 우리 문화에서도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증거였다. 우리는 탄생과 죽음 그리고 그사이에 벌어지는 거의 모든 중요한 일을 기념할 때마다 우리는 꽃을 활용하였다. 삶의 크고 작은 문제들에 관해 서로 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었다. 사랑을 표현하고, 애도하는 마음을 나타내거나 사과하려고 꽃을 보내며 전쟁을 하거나 반대할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해왔듯이 우리는 오래전부터 꽃을 통해 의사소통을 해왔다. 꽃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실체, 삶과 죽음, 시간의 본질 등 끈질긴 철학적인 질문과 관련이 깊다고 하였다.

구약 성경에는 "꽃은 시들지만, 하난의 말씀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로버트 헤릭 "오늘 웃고 있는 이 꽃이/ 내일이면 죽어가고 있으리"
셰익스피어[맥베스]에서 문지기가 한 말 "환락의 앵초 길을 걷다가 영원한 지옥불로 들어가는"

이러한 구절들이 우리 눈을 현혹하는 아름다움이 어쨌든 계속될 수는 없다는 가르침을 주는 게 꽃의 주된 존재 이유라고 하였다. 얼마 전에 샤를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을 읽었다. 나중에 다시 자세히 얘기할 거지만, 이 시집에 실린 시에서 보들레르는 아름다운 여름날 아침에 들판을 거닐다가 기절할 뻔했던 여인을 떠올렸다. 꽃처럼 곰팡이를 피우면서 썩어가는 시체가 햇빛에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보들레르는 "죽음의 상징을 보고 싶다면, 들판에 있다"라고 한 구절이 생각났다. 꽃은 사랑스러운 꽃봉오리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해맑았다가 추하게 시들어가는 꽃을 이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사계절로 나누어 꽃을 구성하였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여름에는 해바라기, 가을에는 국화라는 인식은 우리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산업화와 도시화가 오랫동안 진행되면서 자연스러운 계절 변화를 느끼기 어려울 때가 있었고, 품종개량으로 그 계절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꽃들을 우리는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꽃들이 원래는 계절에 따라 피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익숙함은 언제나 쉽게 잊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 중에 하나가 각각의 꽃이 나타내는 계절이 달라지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는 것이었다. 우선 봄에서 눈여겨봤던 꽃은 '수선화'였다.

수선화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다가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고 사랑에 빠진 아름다움 청년의 이름은 '나르시스'였다. 그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끊임없이 응시하지만,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순간 그 모습은 사라졌다. 그는 결국 물에 빠져 죽고, 노란색 컵 모양 주위에 흰색 꽃잎이 모인 수선화로 다시 태어났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유명한 이야기로 죽은 소년의 이름 ‘나르시스’가 수선화의 학명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꽃말도 자기 사랑, 자존심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여기서 나르시스가 물에 비친 자기 모습을 자기 눈으로 바라봤을 때 어리둥절하거나 사랑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상황을 나타낼 수 도 있었고, 극도로 흥분하거나 취한 상태일 수도 있었고, 우울한 상태나 보이지 않는 눈일 수도 있었다. 나르시스 눈은 별을 암시할 수도 있고 엄청난 재산을 암시할 수도 있고, 매혹적인 아름다움을 상징하기도 하였다. 우리가 흔히 하는 표현들 중에 장미꽃 봉오리 같은 입술, 튤립 같은 뺨과 함께 수선화 같은 눈은 완벽한 아름다움을 상징하였다. 그래서 부부의 침실에 수선화를 놔두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가 수선화가 부부관계를 지켜본다는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수선화에도 종류가 다양하고 컬러도 여러 가지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수선화는 그중에 타제타 수선화를 말한 것이다. 청초한 모습의 꽃이지만 태생을 알고 보니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예쁘다고 뻐기는 꽃이었지만, 강하게 퍼지는 향기가 아니라 은은하게 퍼지는 수선화의 향기는 매혹적인 꽃임은 분명하였다. 이제 여름의 대표적인 꽃 '장미'와 '해바라기'로 넘어가 보겠다. 먼저 장미부터 말하자면,

장미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과 함께 여자 친구에게 장미를 주는 게 거의 의무였다. 미국에서는 하루에 2억 송이가 팔릴 정도였다고 하니 장미의 가치는 그만큼 높았다. 여러 개의 꽃잎으로 겹쳐진 봉우리 사이에서 퍼져 나오는 매혹적인 향기는 그 누구도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장미는 사랑을 대표하는 꽃이기도 하지만, '장밋빛 추억, 장밋빛 미래' 같은 삶의 덧없음, 행복에 대한 기대를 상징하는 단어에도 인용되었다. 이슬람교에서는 예언자 마호메트가 장미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하였는데, '장미의 향기로운 땀이 땅에 떨어져 향수가 되었다'라고 하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상대에게 유혹적인 행동을 할 때 장미는 사랑과 성(姓)에 관련된 대표적인 도구였다. 어느 작가는 장미를 이용해서 여성의 출산을 설명하기도 하였다. 열매를 맺기 때문에 월경을 꽃이라고 부르고, 처녀막 파열을 꽃잎이 반쯤 떨어진 장미로 비유하며, 임신한 여성의 자궁을 활짝 핀 꽃처럼 설명했었다. 예전의 어느 프로그램에서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모든 꼿에는 생식기가 모여 있고, 꽃이 보여주는 아름다움은 식물이 번식하기 위해 갖가지 복잡한 방식으로 꽃가루 매개자를 끌어들이는데, 장미는 인간의 성욕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색깔, 질감, 모양을 지니고 있다고 하였다. 기독교 문화에서 장미의 가시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고통을 주는 가시 때문에 피 흘리는 상처가 생기지만, 그 상처는 신의 은총을 받아 아름다운 꽃으로 바뀌었다. 믿음이 우리를 비참한 상태에서 구원한다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장미는 순교자와 기적의 꽃이 되기도 하였지만, 갖가지 병에 취약하였다. 그중에 동고병은 곰팡이 감염으로, 식물이 병에 걸리면 줄기에 검은 반점이 나타났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었다. 중세시대에 동고병은 식물을 안에서부터 갉아먹는 애벌레를 지칭하였다. 17세기에 와서는 아름다운 것을 파괴하는 존재를 부르는 말이 되었다.

셰익스피어는 "가장 달콤한 꽃봉이에 혐오스러운 동고병이 산다"

동고병은 경성하감과 라틴어 어원이 같은데, 경성하감은 매독의 첫 증상으로 나타나는 붉은 궤양을 뜻하였다. 매독이 성관계를 통해 전염된다는 사실을 모두 아는 데다 모양과 색깔 때문에 경성하감은 장미로 비유될 때가 많았다. 15세기 후반 나폴리에서 매독이 유행하기 시작하자 아메리카 대륙에서 방금 돌아온 콜럼버스 때문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매독의 초기 증상인 경성하감은 '나폴리의 장미' 로도 불렸다. 18세기와 19세기에는 임질을 '성병에 걸린 장미'라고 불렀다. 1960년대 말에는 베트남과 대만 여성이 미국 병사들로부터 '사이공 장미'가 전염될까 봐 걱정했다. 이렇게 성관계로 전염되는 질병과 장미는 끈질기게 연관되었던 것이다. 가시가 많고, 부패하기 쉽고,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장미의 목적이 사랑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장미는 여러 가지 색깔들이 있지만 꽃말은 모두 '사랑'과 연결되었다. 빨강은 열렬한 사랑, 흰색은 순결한 사랑, 노랑은 영원한 사랑을 담고 있듯이 사랑을 고백하는 데에 장미만큼 위력이 큰 꽃은 없음은 자명하였다.

해바라기

해바라기 하면 빈센트 반 고흐와 돈을 부르는 그림처럼 황금색 꽃이 눈부신 자태를 뽐내는 사진도 있지만, 꽃잎은 시들고 씨가 맺혀 있는 흑백사진도 더러 보였다. 사진으로 보이는 이쁜 그림으로만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은 식상하였지만, 흥미로운 사실이 있었다. 해바라기 기름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생산하는 씨앗 기름이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세계 최대 생산국이다. 마른 깍지에 둘러싸이고 얇은 막에 뒤덮인 지방을 많이 함유한 알맹이를 우리는 해바라기 씨라고 부른다. 19세기 중순에는 농작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아 음식으로 섭취할 씨앗과 그 씨앗에서 뽑아낸 기름을 공급하였지만 그중에 먹을 수 없는 것도 있었다. 위험한 지역에서 재배되는 해바라기는 무조건 피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칼륨과 칼슘 같은 영양분을 흡수하는 해바라기가 영양분 대신 방사선 동위원소들을 빨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했던 과학자들이 1994년, 체르노빌 참사가 일어났던 원자력 발전소 주위 출입 제한 지역에 해바라기를 심었다. 스티로폼에 해바라기를 심어 원자로에서 1km밖에 떨어지지 않은 작은 연못에 띄웠고, 그 해바라기들은 열흘 안에 오염물질의 95%를 제거하였다. 하지만 땅의 오염물질 제거에는 여러 이유로 별로 성공하지 못하였다. 방사능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지만, 한 장소에 모아 둘 수 있는 식물로 처리하니 관리가 훨씬 쉬었다. 이런 과정을 '식물 정화'라고 불렀다. 해바라기뿐만 아니라, 양배추로 납, 버드나무로 카드뮴, 포플러 나무로 수은을 제거하였다. 쉽고 빠르게 기를 수 있고, 뿌리를 깊게 내리고, 잎과 꽃이 커서 상당한 부피의 세포조직 안에 오염물질을 쌓아놓을 수 있는 식물들이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에서도 원자력 발전소가 피해를 당하자 800만 개의 씨앗으로 해바라기 씨를 심었다. 정화작용은 효과가 좋았고 해바라기를 보려고 관광객들이 찾아올 정도로 성공을 거뒀지만, 토양보다 방사능 오염수가 더 큰 문제라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다. 해바라기는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움직이는 해를 바라보려고 서서히 고개를 돌린다. 밤에는 동쪽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회전할 준비를 하고 줄기의 한쪽 부분이 길게 늘어나면서 방향을 바꾸는 것처럼 보인다. 낮에는 오른쪽 줄기가 늘어나서 꽃을 서쪽으로 돌리고, 밤에는 반대 방향으로 돌린다. 해바라기가 성장하려면 최대한의 빛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린 해바라기만 해를 향해 회전하는 것이고, 성장하고 나면 계속 동쪽을 바라본다. 1967년 중국 포스터에는 "마오쩌둥 주석은 세계 혁명가들의 마음속 붉은 태양이다"라고 선언하고 있었다.

마오 주석!
당신은 우리 마음속 붉은 태양이에요!
우리는 해바라기예요.
해바라기는 언제나 붉은 태양을 바라봐요.
우리는 낮이나 밤이나 당신을 생각해요.
오래오래 사세요.

해바라기들은 보통 바싹 마르고 축 늘어져 있지만, 그래도 서 있다. 해바라기 세대의 예술가들 중 쉬쟝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똑같은 길을 걸었던"

세대의 집단 기억을 표현하였다. 태양을 바라보는 해바라기처럼 태양을 위해 마음을 바쳤고, 이제 늙은 병사처럼 씁쓸한 마음으로 서 있다고, 중국의 문화대혁명가 '붉은 태양' 마오쩌둥을 해바라기에 비유하였다. 이제 마지막으로 가을의 대표적인 꽃 '국화'를 말하겠다. 겨울의 꽃들은 제비꽃과 제라늄, 스노드롭, 아몬드라서 내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꽃들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 같아서 국화에서 마무리를 할 것이다.

국화

중국인은 수천 년 전부터 의료, 요리, 장식이나 의식에 사용하려고 국화를 기르기 시작하였다. 특히 행운의 숫자 9가 겹치는 9월 9일을 오래전부터 기념해왔던 중양절은 깊은 관련이 있었다. 건강 신화가 덧붙어 국화꽃과 잎에 맺히는 가을 이슬은 젊음을 계속 유지하거나 최소한 노년에도 활력을 잃지 않게 하는 묘약으로 여겨져 중양절을 기념하였다. ‘황후화’라는 중국 영화를 본 적 있는데, 중양절을 기념하기 위해서 액운을 물리치는 산수유 잎과 열매를 지니고 가을 이슬 대신 국화주나 국화차를 마셨다. 중국의 승려들이 10세기까지 국화 그리고 국화와 관련된 풍습을 일본에 전했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국화를 좋아하였다. 평화, 사랑과 이해보다는 강화된 제국의 힘을 상징하는 의미로 말이다. 국화를 감상하는 천황의 몸을 이슬이 맺힌 국화로 닦는 풍습은 일본이 막번 체제를 버리고 천황을 내세우면서 근대국가로 변신한 메이지유신 동안에 되살아났다. 16장의 꽃잎이 그려진 국화 문양이 황실의 문장이자 공직 인장이 되었다. 황실의 국화 문양은 여전히 일본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군대 취장이나 무기에 두드러지게 새겨졌다. 그러다 보니 2차 세계대전 말의 일본 소총을 수집하는 사람들은 개머리판에 새겨진 황실 문양이 긁히거나 지워진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1945년에 점령군을 지휘했던 맥아더 장군의 명령으로 이렇게 했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일본 병사들이 천황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국을 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었다. 1843년, 영국과 중국이 아편전쟁을 벌인 후 난징조약을 체결했을 때 영국 왕립원예학회는 식물 수집가 로버트 포춘을 파견해 온대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을 더 찾아보게 하였다. 그는 꽃이 많이 피는 저우산 군도에서 수백 가지 품종을 가지고 왔고, 그중에는 폼폼 국화 몇 종류도 있었다. 이 국화들은 플로리스트들에게 인기를 끌었고, 일찍 꽃을 피워서 북유럽 야외에서도 키울 수 있는 국화는 한동안 이 종류밖에 없었다. 하지만 포춘이 1860년대에 일본에서 형형색색의 풍성한 국화 품종들을 발견한 후 그 국화들은 금방 꽃시장과 온실에서 주인공이 되었다. 그렇게 하여 지금은 우리가 꽃집에서 폼폼과 같은 다양한 컬러의 국화를 만날 수 있었던 이유도 포춘의 덕분이었다.

꽃을 살 때 우리는 가장 먼저 플로리스트에게 추천을 해달라고 한다. 대부분 계절 아니면 상황이나 기념일에 맞는 꽃말을 이용해서 추천을 해준다. 꽃다발이나 꽃바구니를 받으면 그 어떤 꽃들이라도 기분이 좋아진다. 꽃 이름들은 다 모르지만, 그들이 뿜어내는 자태와 향기는 꽃이 가지는 힘이었다. 우리가 꽃을 살 때 그 꽃에 대해서 조금만 공부를 하고 산다면, 사연 없는 사람이 없듯이 꽃마다 가지고 있는 사연을 알고 선택한다면 선물 받는 사람에게도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다. 꽃말은 꽃말일 뿐. 또 다른 이유가 있을테닌까.

Written by lche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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