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정답, 여기 있다.

5. 소통과 치유의 힘을 가진 그림

by lcheRoy

빈센트 반 고흐는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화가이다. 대부분의 가정에 부를 부르는 해바라기, 포인트로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테라스, 꽃피는 아몬드 나무 등.. 유명한 작품들이 그를 대변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반 고흐의 작품들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제목의 배경으로 띄워진 "우체부 조제프 룰랭의 초상"이라는 그림을 가장 좋아한다. 반 고흐는 자화상을 많이 그린 것으로 유명하지만 다른 인물을 표현한 그림들도 존재한다. 실제로 우체부 룰랭은 반 고흐가 아를에서 유일하게 우정을 나눈 친구였다고 한다. 넉넉한 성품으로 반 고흐의 불같은 성질을 잘 이해하고 받아주었다고 한다. 나 역시도 룰랭 같은 사람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이 그림이 제일 끌렸고 그중에서도 이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는 색감이었다. 반 고흐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특유의 붓터치와 노란색이었다. 모든 그림에 노란색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술에 의존해서 살았던 만큼 착시와 환각이 만들어 냈다는 가설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색이 아닌 자신이 느끼는 대로 색을 사용한 점이 독특하였다. 특히나 이 그림에서는 배경에는 장식과 꽃을 수놓았고, 수염도 특유의 붓터치로 정감 있게 표현하였다. 또 파란 옷을 초록 배경과 조화시켜 우체부 아저씨의 친근하고 편안함을 표현한 것 같았다. 초록, 파랑, 노랑을 바탕으로 붉은색과 하얀색의 포인트는 나의 시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다. 내 마음에 잔잔한 위로를 던져주듯이 자꾸 쳐다보고 싶은 그림이었다.

스크린샷 2021-09-18 20.50.40.png 한나 허쉬 폴리 '아침식사 시간'

한나 허쉬 폴리의 '아침식사 시간'이라는 작품이다. 나는 테이블웨어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식탁 위에 있는 커피잔과 그 밑에 놓인 접시와 주전자와 컵들이 눈에 들어오고 난 다음에야 화창한 날씨에 바깥에서 즐기는 티타임을 준비하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내가 보았던 것들이 모두 졸음이 달아나는 시각효과에 도움이 되는 것들이었다. 화창한 날씨에 티타임은 한가로운 휴식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고, 테이블웨어는 촉각과 시각을 자극하여 졸음을 달아나게 한다는 것이었다. 잊고 있던 여유와 상쾌한 기분을 되살려주는 그림이라는 것이다. 모 방송국에서 세기의 명화 속에 숨겨진 기상천외하고 유익한 이야기를 예능적으로 다룬 프로그램이 있었다. 사실 나는 그림을 좋아하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재미있게 시청했지만, 시청률은 그다지 좋지 않아서 그런지 몇 회하지 않고 종영을 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감상할 때 제일 먼저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나는 화가에 대해서 공부를 먼저 하고 가서 보는 편이었다. 그러면 그림의 이해도가 훨씬 더 와닿았기 때문이었다. TV에 나와서 전문가들은 그냥 있는 그대로 그림을 즐기면 된다고 하지만, 사실 있는 그대로 그림을 즐기기에는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예술가들의 세계는 무한대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창작을 내가 혼자서 이해하기에는 아무래도 벅찬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현대작품일수록 더욱 난해한 부분들이 많았다. 나는 그림도 고전이 오히려 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물감에서 주는 색감과 질감은 입체감과 역동감을 표현하여 나의 시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시각이라고 하면 보는 것만 생각하기 쉽지만, 시각은 외부 자극을 가장 빠르게 전달하여 촉각과 후각, 청각 등을 동시에 자극하는 공감각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심리와 정신과 치료에도 오래전부터 미술치료가 사용되었다. 마음관리의 핵심이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신의학 전문가가 말했던 게 생각났었다. 그림에 표현된 것을 보면서 내심상을 투영시키면 그림과 나 사이의 공간이 만들어져서 객관적으로 나를 보는 시간이 되어 힐링이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한나 허쉬 폴리의 '아침식사 시간' 이 그런 그림이었다.

스크린샷 2021-09-18 18.48.32.png 디에고 벨라스케스 '비너스의 단장'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비너스의 단장'이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모습이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도록 하면, 잘못된 인식을 깨달아 스스로 개선되는 심리학의 '거울효과(mirror effect)'라는 방법으로 사용되었다고 하였다. 사랑스러운 천사가 거울을 들어 비너스 자신의 아름다움을 바라보게 하고, 비너스는 그런 자기 모습에 도취되어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내 모습을 거울로 보고 '이쁘다. 멋있다. 괜찮다.'라고 생각해 봤을 것이다. 그런 모습에 도취되어 스스로를 멋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는 상대방도 그렇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코시국으로 집에서 생활하는 영역이 넓어졌다. 집밥도 하기는 하지만, 배달 주문의 편리함은 우리의 움직임을 최소화하기에 충분하였다. 띵동, 먹고, 버리면 끝.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옆구리는 튜브로, 얼굴은 둥글둥글 넙데데, 혼연일체가 되었던 옷들을 벗으면 맞는 옷이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TV에세 보이는 날씬한 사람들을 보면 '나도 운동해서 빼야지' 하면서도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온갖 변명과 자기 합리화를 할 것이고, 외출할 때는 마스크로 가리고 이제 곧 날씨가 추워질 테니 두꺼운 옷으로 스스로를 숨길 수 있을 것이다. 살이 찌든 안 찌든 편안한 내 모습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나와 같은 처지이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건강을 해치는 범위의 비만이 아니라면 내가 뚱뚱하고 못 생겨졌다는 것을 자각할 필요는 없다. 부족함을 느껴서 계속 채울수록 더 많은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자신감을 가지는 태도가 필요할 뿐이다.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비너스가 불편하게 보일 수 있지만, 어느 누구라도 내 모습 그대로가 최고의 존재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스크린샷 2021-09-18 19.54.21.png 파울 클레 '노란 새가 있는 풍경'

파울 클레의 '노란 새가 있는 풍경'이라는 작품이다. 검은색 바탕에 옅은 구름이 달빛에 비치고 빨간색, 파란색, 보라색, 초록색 등으로 표현된 형체에는 노란 새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다. 아기자기하면서도 다양한 형체들이 어우러져 어느 것 하나 놓칠 틈 없이 모든 것들이 보였다. 짙은 색으로 통일된 배경이 오히려 모든 색들을 아우리는 듯한 분위기로 나에게 다채로운 자극을 선사하였다. 정체되어 있는 기분을 행복한 기분으로 가져다주는 그림이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반복적인 일상에서 해방감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오늘부터 추석 연휴의 시작이다. 코시국에 이동을 자제하고도 싶지만, 방역수칙을 지키더라도 고향길을 나서 부모님과 친척과 친구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은 다들 같을 것이다. 특히나 명절은 시댁과 며느리들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나는 미혼이지만, 결혼한 친구들의 얘기를 빌리면 시댁에 대한 생각은 이구동성이었다. 그런 친구들에게 권했던 그림 중의 하나이기도 하였다. 또 하나는 바로 밑에 그림이었다.

붉은 조화.jpeg 앙리 마티스 '붉은 조화'

앙리 마티스의 '붉은 조화'라는 작품이다. 며느리들이 명절마다 되풀이되는 상황이 마음대로 안 되는 것도 많고, 짜증이 솟구칠 때가 있다. 이 그림을 보면 짜증이 더할 것 같지만 상승과 분출은 해소라는 양가적 기능을 지니고 있어서 빨강은 사람을 흥분시키는 자극 효과가 있었다. 붉은 방에서 한 여인이 자기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었다. 표정에는 선으로 간단하게 표현하였지만, 접시 위에 과일을 이쁘게 담으며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색깔에는 여러 가지 에너지를 표현하는데 식탁에 널브러져 있는 노란 과일들은 쾌활한 긍정을, 창 밖으로는 마음이 쉴 수 있는 초록의 공간으로 나타내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붉은색이 압도적이지만, 그림의 작명처럼 붉은 조화 속에 단조로움이 어우러져 있었다. 사람의 감정은 짜증내기 시작하면 끝이 없지만, 그것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 이런 그림들이 자신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서 남겨본다. 마지막의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멈춰 있는 배와 생생했던 파란 하늘을 주황빛 노을로 물들이는 해질녘의 평온함으로 나의 심신에 휴식을 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크린샷 2021-09-18 22.11.49.png 윌리엄 터너 '전함 테메레르'

Written by lche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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