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으면 그걸로 충분한 에세이 같은 세상

3.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

by lcheRoy
불혹이라고 불리는 마흔을 맞이하는 기념으로 나에게 선물한 책

확실히 내가 태어나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느낀 사회발전은 지금보다 느렸다. 지금의 세상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서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변화의 시간을 늦출 수는 있어도 막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세상사의 변화에서 더할 것은 더하고 뺄 것은 빼는 손익 작업을 해야 하지만 삶을 지탱하는 원칙은 바꿀 수 없다고 공자는 말했다. 이 책에서 공자가 얘기하는 바이다. 시대를 거듭하면서도 논어에 관한 다양한 책들이 읽기 쉽게 나오고 있다. 나 역시도 논어에 관한 책이라면 서너 권은 읽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해하기 힘든 책 중의 하나이다. 공자와 제자들 간의 어록집으로 문장이 짧은 편이고 우리에게 친숙한 사자성어 또한 많아서 뭐가 어렵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 철학사를 통틀어 관심이 가장 넓고 생각이 깊은 송나라 주희도 처음에는 논어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어쩌면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더 어려울 수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엄마의 잔소리를 그냥 흘겨듣듯이, 그 당시에는 모르지만 지나고 나면 의미를 알게 되는 것처럼 논어도 그런 책인 것 같다.

子曰: "聖人, 吾不得而見之矣. 得見君子者, 斯可矣.”

子曰: “善人, 吾不得而見之矣. 得見有恒者, 斯可矣.

亡而爲有, 虛而爲盈, 約而爲泰, 難乎有恒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성인은, 내가 만나보지 못하는구나. 군자라도 만나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좋겠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 선한 사람은 내가 만나보지 못하는구나. 한결같은 사람을 만나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좋겠다. 없으면서 있는 척하고, 비었으면서도 가득 차 있는 척하며, 곤궁하면서도 부자인 척하니, 어렵구나, 한결같음을 지닌다는 것이!” 뜻이다.

다른 책에서 읽었던 술이편 제25장에 나왔던 구절인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다. 공자는 세상 사람들을 괜찮게 만들어서 사람 사이를 아름답게 물들이는 품격을 이야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보여주는 생활에 익숙해진 사회에서 ‘한결같은 사람’을 찾아보기는 힘들 것 같다.

소위 말하는 ‘Flex(플렉스)’, 자신의 성공이나 부를 뽐내거나 과시한다는 의미이다. 90년대 미국 힙합 문화에서 래퍼들이 부나 귀중품을 뽐내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는데 요즘 세대에게 ‘돈을 쓰며 과시하다’ ‘지르다’라는 뜻으로 사회의 유행어가 되어버렸다. 플렉스를 목표로 아르바이트하거나 용돈을 모아 명품을 사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플렉스 하는 게 젊은 층 사이에서 트렌드가 되었다. 공자 말씀처럼, 없으면서 있는 척하고, 비었으면서도 가득 차 있는 척하며, 곤궁하면서도 부자인 척하는 모습에서 플렉스 하는 그 누군가를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부럽고, 따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면서 상대적인 박탈감도 많이 느끼게 되는 요즘 사회를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또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 현재를 즐기겠다는' 욜로(YOLO)족들이 많아지면서 비싼 차, 비싼 가방, 비싼 옷에 대한 열광이 젊은 층이나 장년층이나 나눌 것 없이 대단하다.

자신의 수입을 오로지 자신한테 투자를 하다 보니, 명품 백화점이나 아웃렛 같은 마케팅 분야에서도 매출 증대를 위하여 신제품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소비자의 포모 심리를 자극하는 전략을 내놓기도 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없으면 영끌 빚투를 하게 되고 명품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어 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는 증상을 포모 증후군(FOMO Syndrome)이라고 한다. ‘소외되는 것에 두려움’을 뜻하는 영문 ‘Fear Of Mossing Out’의 머리글자를 딴 ‘포모(FOMO)’ 와 일련의 병적 증상인 ‘증후군(Syndrome)을 조합한 용어이다. 플렉스도 그렇고 주식도 그렇고 누군가가 한다면 다 따라 해야 할 것 같고 안 하면 나만 뒤처지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안절부절못하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게 옳지 않은 현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현실은 통장잔고에 허덕이는 삶이지만, 소셜 네트워크 상에서 보이는 삶은 누군가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기에 쉽게 포기가 안 되는 것이다.

나 역시도 혼자이다. 그래서 나에게 발생되는 수입은 오로지 나의 몫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저렴한 것보다는 고급스럽게 치장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나 역시나 허세가 없다고는 못한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를 따라 하고 그들처럼 되고 싶어서 혈안이 되어 있지는 않다.

포모(FOMO)의 반대가 조모(JOMO)이다. Joy Of Missing Out의 약자로 잊히는 즐거움, 놓치는 것의 즐거움을 말한다. 나는 조모에 가깝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기 위해서 온라인 관계를 지양한다.

마흔 전과 후과 다르다면 확실히 가지게 된 나만의 기준이 생겼다.

- 나만 세상의 흐름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자

- 이런 시대에 중심을 잡을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 생활의 편리함 뒤에는 잃어가는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자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면 40이라는 숫자는 그렇게 큰 숫자가 아니다. 숫자 40은 마흔 또는 사십이라고도 칭하고 불혹이라는 말로도 대신한다. 불혹은 공자가 일생을 회고하면서 40세에 이르러 직접 체험한 것에서 나온 말이라고 했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라고 하니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뜻일까? 나는 아직 마흔을 맞이할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세월은 그냥 받아들이라는 듯이 나에게로 왔다.

사람마다 외모나 성격이 다 다른 것처럼 인생도 같을 수 없다. 똑같이 사는 세상은 의미가 없다. 인생은 수정의 수정을 반복하는 삶이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공자의 뜻과 가르침을 되뇌며 내 인생의 설계도 다시 한번 수정을 해봐야겠다. 또 수정을 하더라도 지금의 계획은 내가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Written by lcheR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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