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헬로하이디 Dec 29. 2024

아들에게

그럴 줄 몰랐네!

   

아들아!

아빠 된 거 축하한다. 1년도 넘었는데 너무 생뚱맞지? 그도 그럴 것이 이 엄마가 지켜보니 넌 매일 아빠 된 첫날처럼 보내는 모습이었어. 변함없이 정성을 다하고 최선을 다해 아기를 돌봐주는 게 부족함이 없어 보이더라고. 사실 네가 그렇게 섬세하게 잘 키울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이론적인 지식을 통해서 배웠든 유럽까지 가서 배워온 부모수업에 영향받았든 지금의 너의 모습은 참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아기가 태어나고 벌써 17개월이 넘었지? 아침이 열리면 아기를 안고 뒷산으로 산책가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을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아기를 가슴에 품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아빠의 다정한 목소리를 들려주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봐. 회사 일도 많아 잠도 못 자고 힘든 순간도 많았을 텐데 말이지. 아기 목욕시키는 일을 매일 맡아 하더니 요즘엔 욕조에 함께 들어가 거품 목욕을 하며 아기 머리에 거품 모자를 만들어주고 욕실 벽에 거품 동물 모양을 만들어 아기랑 소통하는 모습, 한마디로 놀라웠다. 그 따뜻한 부성애가 어디서 왔을까? 네 안에 든 깊은 사랑의 표출이겠지? 너는 중학교 3학년이 되면서 미국으로 공부하러 갔고 동생과 엄마 아빠는 크리스마스날이나 명절날이면 네가 보고 싶어 함께 눈물을 흘린 적이 있었어. 어린 나이에 가족을 떠나 용감하게 너만의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진정성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미국으로 가던 날 너를 공항에 데려다주고 집에 왔을 때 네가 남긴 손편지를 읽고 가족 모두 감동이었다. “성공하러 가는 거니까 울지 말기로 해요.”라고 썼어. 마치 어른이 다 된 것처럼. 비행기로 장장 14시간을 날아가야 도착하는 미국 땅에서 어떻게 외로움과 싸우고 유혹을 물리치며 공부했는지 엄마는 지금도 상상할 수가 없어. 아빠는 너의 대학 졸업식 때 미국에 가서 고등학교 기숙사를 둘러보면서 네가 얼마나 열심히 생활했는지 아셨대. 힘들다는 말 한마디 쉽게 뱉지 못한 채 부모의 투자에 부합해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중압감이 얼마나 너를 힘들게 했을까? 그 어려움을 다 이겨낸 결과가 곧 너의 멋진 오늘이 된 거고. 소중한 너의 아내와 귀여운 딸을 위해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구나! 자랑스러운 아빠가 될 자랑스러운 나의 아들아! 요즘 너의 탈모 증세를 보며 엄마는 마음이 아프다. 일도 가정도 멋지게 이끌어가고 싶은 네 마음 잘 안단다. 하지만 초반에 스퍼트를 너무 내면 장거리 마라톤이 어렵게 끝난다는 건 알지? 기나긴 인생 달리기 완주를 위해서는 몸도 마음도 여유가 전적으로 필요한 듯하다. 네가 유학 가기 1달 전부터 써 내려간 엄마의 부탁과 응원의 글들이 적힌 노트 생각나니? 이제 중학생이 아닌 어엿한 아빠가 되었는데도 엄마는 또 이런 염려의 편지글을 쓰고 있구나. 쌀쌀한 바람이 부는 연말이다. 며칠 후면 또 새로운 해가 활짝 열릴 거고 앞으로도 계속 너의 가족이 서로 아끼고 성장하며 아름다운 꽃을 피워가겠지? 그 꽃향기 맡으러 갈 때마다 맛있는 음식 만들어다 줄게. 

아들 사랑한다. 그리고 고맙다.


                                    2024년 말, 엄마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