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과 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백태를 삶아 메주를 만들어야 한다. 어릴 적 외할머니 댁에 놀러 가면 윗목에 각 잡힌 메주가 주렁주렁 매달려있었다.
할머니를 도와 메주를 직접 만드는 엄마를 본 적이 있다.
푹 삶아 방망이로 짓찧은 콩 뭉치를 바닥에 내리치면서 모양을 잡아갔다. 찌그러진 얼굴을 하던 메주가 반듯한 네모가 되기까지 수십 번 모양이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았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메주 같은 네 얼굴 미웁기도 하지요 눈도 삐뚤 코도 삐뚤 입도 삐뚤삐뚤"
엄마가 메주를 만드는 동안 가사를 바꿔 부르던 동요처럼 메주는 예쁜 모양을 갖출 때까지 계속 미워야 했다.
곱지 않은 지금의 어떤 일, 사람, 관계들도 반듯한 메주가 될 때까지 바닥에 계속 패데기 처져야 할까?
어느 정도 네모의 모양이 되어갈 때쯤 엄마는 천천히 각을 잡아갔다. 다 됐다 싶었을 땐 손으로 토닥토닥 다독거렸다.
마치 ‘너무 쳐서 아팠지? 미안하구나’ 하며 속삭이는 것 같았다.
며칠 전, 수업 중에 친구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한 개구쟁이 녀석을 호되게 혼냈다. 아직 어리고 미숙하니까 실수할 수 있다고 여겼지만 좀 과하게 벌을 주었다.
친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을 다시는 하지 않도록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반듯한 메주로 만들기 위한 패데기는 필수 불가결 했다. 추운 날씨에 운동장 한 바퀴를 돌게 했다. 코가 빨개져 들어온 녀석은 눈물을 글썽이며 잘못을 인정했다.
‘어 이 녀석이 메주가 되어가려나? 이제 토닥여줄 타이밍? 잠깐, 조금만 더 다듬어줘야겠다.’
"지울 수 없는 말로 실수는 했지만, 지울 수 있는 글로 진심을 담아 미안하다고 사과해야해."
반성문 대신 꽃 편지지에 바른 글씨로 꾹꾹 눌러 용서를 구하는 편지를 쓰도록 했다. 다 쓴 후 낭송도 하고 역할극까지 해 보았다.
상처받은 친구의 책상 위에 잘 접은 편지를 올려놓고
아이는 활짝 웃는다.
교실 문을 나가는 아이의 양볼에는 하얀 메주꽃이 뽀얗게 피어올랐다.
딸기 맛 막대 사탕 하나 왼 손에 꼭 쥔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