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쓴 지 1년 하고도 4개월이 다 되어간다. 세월 참 빠르다.
이즈음 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글을 써서 올리는 일이
무대에 서는 느낌이라면 많이 힘들 것이다.
관객의 반응에 나를 맡기는 순간 진심은 멀어지기 마련이니까.
성능 좋은 마이크에 목소리를 담아 공간을 울리지 않아도 된다. 눈이 부신 화려한 조명 아래 분장한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낼 필요도 없다.
내가 누구인 지 알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나는 보이지 않는다. 그대로 흘러가게 내 버려둬야 보인다. 잘 노는 내 모습이!
이 공간이 놀이터로 다가온 순간부터 심심할 일은 없어졌다.
취미와 특기의 중간쯤에 있는 글쓰기는 든든한 자존감이 되었다.
쓰는 시간만큼은 부질없이 외롭지도 괴롭지도 않다.
알아서 마감일을 지키는 선택도 스트레스가 없다. 제대로 즐기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확신해 본다.
즐기는 데에도 질서는 중요하다. 예의도 지키려 한다. 함께 하는 분들을 위한 배려에 신경 쓰는 건 당연하다.
지금까지는 자연스럽게 적응하고 편하게 논다.
잘 놀아야 잘 큰다고 했다.
글 쓰며 잘 놀고 만들어진 흔적을 모아 세 번째 스물이 오는 날을 기념하고자 한다. 글과 사진이 있는 미니 책자 하나 만들어 볼 계획이다.
평생을 이런저런 놀이터로 옮겨 다니며 놀았지만 여기 브런치가 가장 큰 기쁨을 준다. 딱 맞는 진짜 내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예전에는 주로 여럿이서 놀았다. 이젠 혼자서 차분히 사유하며 놀고 싶다. 고수분들 노는 모습 찬찬히 지켜보고 더 잘 노는 법을 터득해 나가야겠다.
충분히 할 일을 다 마치고도 시간이 남는 나이가 왔다. 그 시간 나를 만난다. 집이나 카페, 도서관에서 노트북을 펼친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 저녁밥도 안 먹고 늦게까지 논다고 혼날 일도 없다.
이제 거북이와 개미의 꾸준함과 성실함은 기본이 되었다. 토끼와 베짱이의 여유와 낭만도 중요한 시대가 왔다. 뭐든 이래도 좋고 저래도 나쁘지 않을 수 있으니 그저 가장 편안하고 자유롭게 언제까지나 유유자적 글 쓰며 놀 수 있길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