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초상

by 사각




단단한 도시의 울림이 빌딩 사일 거닌다

불안한 존재의 형상을 일으켜 세우듯

번잡한 소음이 망설이는 이들을 재촉한다


거칠게 차선을 가로지르는,

신호등 불이 바뀌기 직전의,

쏜살같이 지나간 지하철의,

널리퍼져 있는 가장된 웃음,

똑같은 인사말이 오고 가는,

평면 광고판의 달뜬 배경음,

이름이 박제된 기기의 날 선,

알콜 냄새가 나는 변두리의,

몸을 부비고 마음을 맞대는,

감정이 너무 실려 동물적인,

감정이 너무 없어 기계적인,


소리가

도시민을 등 떠민다

무너진 나를 밀어낸다


쪽방 한켠에 울려 퍼진 읍소는 온데간데없고

정체 모를 대중이라는 자의 헛기침만 가득하다


불편함은 우월의 양태이다

신중함은 역겨운 위선이다

올바름은 칼을 찬 분노이다


방대한 소음에 귀가 먼 열등 시민은

들을 일 없는 제 목소리마저 잃고

방구석 먼지 낀 거울만 닦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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