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4일 차

애정 하는 도시 론다.

by 도담과 솜

스페인 4일 차 - 론다


우리가 조식을 대하는 자세는 정말 남다르다. 하루가 일정들로 빽빽하게 가득 채워진 날에는 납작한 슬리퍼 하나에 무거운 몸을 의지한 채로 열심히 뛰어다니기 때문에 무엇보다 배가 든든해야 한다. 사실, 우리가 음식을 너무 좋아하는 탓도 있는데 유럽의 호스텔에서 아침에 주는 오렌지주스와 빵이 대부분 우리 입맛에 잘 맞아서 꼭 챙겨 먹는 편이다.


" 야, 이거야. "


이따금 둘 중 하나는 자신이 먹은 뺑 오 쇼콜라가 최고다. 나머지 하나는 아니다 크루아상이 진짜 맛있다. 토론하다가 결국 절반씩 나눠서 먹고는 한번 더 리필해서 먹는다. 어디서든 조식을 든든하게 먹어야 아침에 힘이 납니다!


스페인의 수많은 도시들 중에 여행지를 선택할 때 한 컷의 사진 속에서 풍기는 그곳의 분위기를 보고 정하는 편이다. 이번 여행 스폿 중 론다를 선택한 이유는 한치의 고민 없이 그곳의 상징 '누에보 다리'를 온몸으로 느껴보기 위함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해발이 780m의 고지대에 위치한 덕분에 체감상 손에 닿을 듯이 낮은 뭉게구름들이 온 하늘에 널려있었고, 120m 깊이의 누에보 다리를 내려다보니 보이는 웅장한 협곡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하고, 숨을 턱 막히게 했다. 협곡의 얕은 계곡에서 흐르는 물줄기와 바위가 부딪혀 나는 시원한 소리가 온 동네에 백색소음처럼 울려 퍼졌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에 압도당한 우리는 그 이후로도 한참을 그 다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론다에서 생긴 에피소드 하나, 절벽을 바라보며 근사한 점심도 먹고 연유가 든 달달한 커피와 얼음을 주문해서 끝내주는 후식도 먹었다. 유독 여행에서 운이 좋았던 우리는 기차 한 번을 놓친 적이 없고, 비가 온 적도 없으며, 길을 헤매지도 않는다. 원래 이런 말을 하면 바로 무슨 일이 생기던데, 배도 든든하겠다 너무 기분이 좋은 나머지 입 밖으로 꺼내버렸다.


"우리 왜 이렇게 여행 운이 좋지?"


헤밍웨이가 영감을 얻어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작품을 집필했다던 론다에는 헤밍웨이 산책길이 있고, 그 길을 따라가면 누에보 다리 포토스폿이 나온다. 숙소에 들려서 배터리를 충전하고 나올까 하다가


"배도 부르고, 잠깐이면 되니까 걸어보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로부터 장장 3시간을 슬리퍼 하나와 배터리가 20퍼센트 남은 휴대폰 하나로 버텨가며 등산 아닌 등산을 떠나게 되었다. 분명 구글맵에 '누에보 포토스폿'을 검색하고 가는데 걸어도 걸어도 황량한 들판뿐이었다. 산과 구름과 나무 풀. 우리는 그냥 스페인에 있는 게 좋으니까 무작정 따라 걸었다. 분명 블로그에서는 산책길이라 가볍게 다녀와도 된다고 해서 가볍게 슬리퍼를 신고 나온 우리는 어마어마한 등산길에 그만 호되게 당했다.


"헤밍웨이 씨는 산책을 정말 스펙터클하게 했나 보다!"


평생 누에보 다리 포토스폿을 볼 기회는 없을 것이라 생각해서 곧 죽어도 긍정마인드로 크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목적지를 향해 걷고 또 걸었다. 또 한참을 걷다 보니 동물의 왕국에서 나올 것만 같은 허허벌판이 끝도 없이 나왔다. 혹시나 풀 속에 숨은 재규어가 몰래 나를 물어가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싶었다.


걸어 걸어 도착한 이곳은 그야말로 대 자연. 사람들은 굳이 이곳을 걸어오지 않고, 렌터카를 예약하여 20분 정도 가볍게 왔다 갔다 하는 곳이었다. 알고 보니 우리가 찾던 포토스폿은 우리가 식사를 했던 절벽 식당 바로 밑이었다. 이런 상황을 보고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하는가.


겨우겨우 배터리가 죽기 바로 직전인 휴대폰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데 땀으로 온몸을 적신 우리 몰골과 누에보 다리 절벽의 비현실적으로 웅장한 경관이 대비되어 자꾸 실실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 진짜 어이없는데 이런 풍경을 언제 또 보겠어"

"이런 진풍경을 언제 눈에 담겠냐고"

"숙소까지 언제 다시 돌아가지?"


다시 숙소로 돌아갔을 때는 3시간이 훌쩍 지난 후였고, 맛있게 먹은 점심은 모두 소화가 되었다. 그대로 뻗어버린 우리는 입만 살아서 한참을 웃다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풍경을 언제 눈에 담겠냐고 좋은 말만 해댔다. 너무 애정 하는 도시 론다. 그리고 지독한 우리는 다시 채비를 하고 야경을 눈에 담으러 간다.


"자, 다음 일정을 위해 비타민 먹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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