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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Dec 06. 2023

학원가지 않는 자퇴생 혼공 비결은?

[자퇴생 혼공 르포르타주 8화]

딸아이에게 물었다. 네가 혼자 공부를 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타고난 머리?"


"하하하"


"농담이고, 책읽기지"


"그런데 작년 수능 만점자들은 책 하나 안 읽고 만점 받았다고 했어. 심지어 그 애들은 책 읽는 거 진짜 싫어한다고까지 했다고. 유전자 은혜 입은 머리 좋은 애들인거지. 진짜로 너도 그렇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엄마 아빠를 뛰어 넘고 있는 걸 보면 유전자보다는 그건 확실히 책 읽기 덕인것 같아"


우리 집에서는 대화를 하다가도 책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결국은 책 읽기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나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끝이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남편이 가끔 놀린다.


"기.승.전. 책이야?"


"응? (민망함을 숨기며) 사실이 그래. (목소리는 커지고) 학생이 어떻게 책을 안 읽고 공부를 하겠다고 해? 그것도 잘하겠다고 하냐고. (말이 빨라지며) 물려받은 유전자가 확실하면야 믿을 구석이 있지만 그 애들도 적어도 국어 독해지문은 열나게 읽는다고.(튀는 침을 닦으며) 읽기 훈련을 짧은 글로 해서 수능 만점을 받을 수 있는데 책을 읽으면 독해훈련도 되고 좋은 취미에 동시에 열거하기 힘든 여러 소양들이 같이 길러지는 거니까. 더 훌륭해지지 않았을까?"


"그래....어련하겠어..."


완벽한 이야기들





혼공 능력의 핵심은 '독해력'이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 더 나아가 중요한 핵심 내용을 잘 파악하고 글을 오독없이 잘 해석하는 능력까지를 넓게 독해력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문해력'이란 말을 유행처럼 쓰는데, 이 문해력이란 것이 넓은 의미의 독해력이다. 글을 읽고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해'를 바탕한다. 실제로 거의 대부분의 초등학생과 중학생 아이들 그리고 평균의 고등학생 아이들은 글을 읽을 줄 알지만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다 상상 그 이상으로 많다. 솔직히 정말 심각한 수준이다.


수능 시험을 잘 보려면 이 독해력이 상당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 물론 기출문제를 반복적으로 풀어보고, 읽다보면 독해력이 전보다는 좋아진다. 하지만 초등부터 중등부터 문제집을 가지고 독해력을 쌓는 공부를 하는 것은 너무도 재미없고 소모적이다. 어릴때부터 자기가 재밌어하는 이야책을 매일 읽기만 해도 독해력은 좋아진다. 그리고 이야기 책도 난이도가 천차만별이므로 독해력을 위해 문제집을 풀거나, 비문학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문제집은 문제 푸는 연습이 필요하므로. 비문학책은 내 관심사에 관련된 지식을 알고 싶은 지적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서 필요하다.


공부의 핵심인 '독해력'을 키우는 일은 그저 재밌는 문학책을 최고 난이도로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리스인 조르바' '1984' '멋진 신세계' '몬테크리스토 백작 1-5권' 같은 책들은 성인들도 완독하기 힘든 책들이다. 꾸준한 읽기 힘이 없으면 읽다가 상상이 안되고 지루해서 졸기 쉽상이다. 적어도 고등학생쯤 되었을때 저런 종류의 문학책을 무난하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아이는 독해력을 갖춰 어떤 공부도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그 정도 독해력을 갖추는 과정에서 아이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능력 하나를 더 얻게 되는 게 그것은 '끈기'다.  


딸아이는 책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독해력이 매우 좋은 편이어서 혼자 공부가 가능하다. 딸 아이의 독해 능력은 단숨에 길러진 것이 아니다. 돌 전부터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고, 돌무렵부터는 혼자 글자없는 그림책을 보았다. 그리고 서너살때는 책을 가지고 와서 내가 일어나기를 옆에서 기다리면서 혼자서 그림을 보던 아이였다. 어릴적에는 다양한 책을 보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을 닳도록 보았다. 어릴때 한글을 스스로 깨우쳤던 나는 내 아이 역시 막연하게 그럴거라 믿고 한글을 가르치지 않았다. 7세 가을쯤 딸 아이는 한글을 깨우쳐 혼자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지만 여전히 밤마다 책을 읽어주었다.


어떤 책은 정말 1년 동안 날마다 읽었다. 왜 그토록 그 책이 재밌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읽어달라고 가져오니 읽어주었다. 읽는 내가 재미없어 정말 다양한 목소리 톤으로 책을 읽어주었다. 그러다 어느 날은 도저히 그 책을 읽어주기 싫어서 숨겨 둔 적이 있었다. 그런책이 여러권이다.


그리고 딸 아이는 초등 내내 거의 매일 책을 읽었다. 책을 지나치게 읽던 아이라 오히려 밖에 나가서 놀겠다고 하면 좋아했다. 독서 습관을 갖도록 아이와 밀땅을 하고 마음을 썼던 아들과는 달리 딸은 굳이 책을 더 읽으라고 할 필요가 없는 아이였다. 딸은 알아서 그때그때 관심가는 책들을 읽어나갔다. 잘 읽고 있는가 굳이 확인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책 읽기는 중등이 되어서도 이어졌다. 초등때 보다는 학교도 늦게 끝나고 수학 공부에 시간을 쏟는 바람에 책 읽는 시간이 줄었지만 꾸준히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딸 아이에게는 다른 관심사를 만들어 주려고 노력했다. 책은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책과 내가 추천하는 책을 같이 구매해서 같은 책 꽂이에 꽂아두기만 했다. 그러면 아이는 어느새 내가 추천하는 책들을 보는 식이었다. 추천해준다고 순순히 읽지 않았고, 주로 자신이 읽고 싶은 책들 위주로 읽어 나갔다.



야구장에서도 책보던 아이


친구를 사귀는 능력이 부족했던 딸은 책을 벗삼았고, 때론 책이 진짜 휴식되고 때론 공부로부터의 도피처가 되어 주기도 했다. 책읽는게 가장 쉬운 아이였다. 언제 어디서든 책만 읽는 아이여서 되려 걱정이 되던 날도 있었다. 여행을 가도 야외로 놀러가도 친척집을 방문해도 심지어 시끄러운 야구정엘 가도 주변 상황과 상관없이 책을 읽었다.


유아시절부터 시작한 꾸준한 딸의 책 읽기는 중고등에 가서 공부하는데 밑바탕이 되었다. 같은 성적대의 아이들과 다르게 많은 문제집을 풀지 않아도 학원에 가서 시험대비를 하지 않아도 짧은 시간 집중해서 시험 공부를 하면 좋은 성적이 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이 혼자서도 공부를 잘 하고 시험도 잘 보는 사람이라는 자신신감과 확신을 얻어갔다. 딸이 자퇴를 하겠다고 했을때 허락을 한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혼자 공부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 능력이 없었다면 절대 자퇴를 허락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퇴한 현재 딸은 어린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 온 '씨드머니'같은 그 독해력을 기반으로 혼공을 하고 있다. 요즘은 문제집보다 해설집이 더 두껍다. 해설집을 보면 너무도 친절하게 공부방법과 해설이 첨부되어 출판된다.  '웬만한 과외 선생님 못지 않은 해설지'가 첨부된 문제집 하나면 딸은 혼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그것을 보고 혼자 독해하고 혼자 사고하고 그래도 풀리지 않거나 잘 모르겠으면 인강을 듣고 있다.


자퇴한지 두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딸은 매일 매일 자신만의 속도로 공부 중인데, 학교를 다녔으면 4개월 정도는 걸렸을 양을 2개월만에 보고 있다. 너무도 당연하지만 사실 당연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늘 강조하듯이 아이들이 웬만한 의지와 자기 조절 능력 아니면 이렇게 꾸준히 혼자 공부하기 어렵다. 그래서 버리는 날이 많고 그래서 공부 효율은 학교 다닐때만도 못할 수 있다.


딸은그 어려운 일을 꾸준히...,

그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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