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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Nov 10. 2023

두바퀴로 가는 자동차

[아무것도 이룬게 없는 이들을 위한 詩]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네 바퀴로 가는 자전거
물 속으로 나는 비행기 하늘로 나는 돗단배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있건만
포수에게 잡혀온 잉어만이 한숨을 내쉰다


남자처럼 머리깎은 여자 여자처럼 머리 긴 남자
가방없이 학교가는 아이 비오는 날 신문 파는 애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있건만
태공에게 잡혀온 참새만이 긴숨을 내쉰다


한여름에 털장갑 장수 한겨울에 수영복 장수
번개소리에 기절하는 남자 천둥소리에 하품하는 여자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있건만
독사에게 잡혀온 땅군만이 긴 혀를 내두른다
독사에게 잡혀온 땅군만이 긴 혀를 내두른다


작사- 양병집



김광석[김광석 다시부르기]2006년


'둥글게 살아'

'남들처럼 해'

'하라는대로 해'

vs

'넌 뭔가 다른거 같아서 좋아'

'선생님은 다른 사람과 뭔가 달라요'

'유니크한 수업이 좋아요'


남과 달라서 좋다. 또는 유별나다. 극단적인 평가처럼 날 보는 시선들도 극단적이다. 자존감이 낮은 편이었으나 그렇다고 순순히 다른 사람들 말을 따르면서까지 인정받으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냥 그게 불편하고 싫었다. 남들에게 당연한 것들이 어차피 난 태생부터 당연하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쭉 그렇게 살았다. 남들에게는 당연한 것을 의심하며 당연하지 않게, 남들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것을 나는 당연하게 잘 받아들였다. 그래서 주로 윗 사람들과 마찰 있었고, 나이 어린 사람들과 더 잘 어울렸다.


남들과 비슷하게 사는 게 좋을까?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이 좋을까?


각자 가치관에 따라 대답은 다르겠지만 한국의 다수는 '남들과 비슷하게'를 좀 더 선호하는 듯 보인다. 남들 시선에 민감하고, 유행에 쉽게 반응하고, 여론에 휩쓸리는 모습들이 그렇다. 시대가 바뀌면서 개성을 중요시 하고 남들과 다르게 살아야한다는 목소리들은 커졌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국의 다수가 아닌 모습에 어리둥절해하거나 가끔은 혐오를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살면서 나이별로 해야 할일들이 정해져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이것들을 해내지 않으면 의구심 가득한 눈빛을 숨기지 못하고 물어본다.

'이제 몇살이 됐으니 (    )할때가 되지 않았어?'


괄호에 들어갈 말이 학창시절에는 주로 공부이며, 20대는 연애나 취업이 될테고, 30대는 결혼과 출산이 되며, 40,50대 때는 승진이나 집 마련이 될테고, 그러다 80이나 90이 되면 스스로 이렇게 자조적으로 이야기한다.

'이제 죽을때가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계절마다 있는 각종 day들 챙기기도 바쁘다. 설이나 추석같은 국가적 명절이야 그렇다치고 기원도 잘 모른채 명절마냥 매달 해야하는 이벤트가 왜 그렇게 많은지. 2월에 발렌타인데이, 3월에는 받은 거 갚는 화이트데이, 4월에는 2,3월에 선물 받지 사람들을 위한 짜장면 먹는 day도 생겼고 5월에는 행사의 끝판왕인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이의날로 정신이 없다. 그나마 6월에는 태극기만 달아도 되는 현충일만 있어 한숨 돌리고 7.8월에는 남들가는 휴가 가야 하고, 10월에 서양 귀신의 날을 챙기고 나면 어이없는 11월에 day의 끝판왕 빼빼로 데이가 등장한다. 그리고 12월에는 드디어 크리스마스와 송년회로 한해를 마무리 한다.


이런 각종 day가 삶의 활력소이고 인생의 맛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난 딱 질색이다. 저 중에 그나마 의미있고 챙겨야 하는 이벤트는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설명절과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기억하는 현충일 정도인 듯 싶다. 어릴 때는 다들 시끌벅적 흥겹고 신나는 이벤트가 있는날,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넌 도대체 왜 그러고 있냐'는 소리가 듣기 싫고, 한편으로는 인생 잘 못 사는 느낌마저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난 늘 남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걸 의심하는 인간답게! 정말 진심으로 그런거 다 안하면 이상한건가? 그런 생각이 강해지면서 언제부터인가 남들 다 하는걸 하나씩 안하고 살기 시작했다. 대신 무미건조하고 때때로 쓸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이게 편하다. 저런 이벤트를 한다고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지 않는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래서 남들 다보는 드라마나 영화도 한참 몇년의 시간이 지나서 내가 끌릴 때 본다. 남들 다 사는 것도 유행이 다 지나서 필요하다 싶을 때 산다. 남들이 다 무얼해도 딱히 납득이 안되거나 내키지 않으면 안 한다. 우루루 몰려다니는 일은 나하고 체질상 안맞는다. 늘 동떨어져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사는 게 이제는 내가 되고, 내 삶이 되었다.


한여름에 털장갑 장수 한겨울에 수영복 장수
번개소리에 기절하는 남자 천둥소리에 하품하는 여자
복잡하고 아리송한 세상위로
오늘도 애드벌룬 떠있건만
독사에게 잡혀온 땅군만이 긴 혀를 내두른다


며칠 전 반려견 산책 중에 아파트 울타리에 핀 덩쿨 장미와 마주쳤다.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뭐하고 있다가~'

실은 내가 나보고 하는 소리였다.


입동에 피는 장미라니~!
뭐 어떠냐 언제피든!!
모두의 때는 각자 다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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