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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Nov 06. 2023

해에게서 소년에게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이들을 위한 詩]

눈을 감으면

태양에 저편에서

들려 오는 멜로디

내게 속삭이지


이제 그만 일어나

어른이 될 시간이야

너 자신을 시험해 봐

길을 떠나야 해


니가 흘릴 눈물이

마법의 주문이 되어

너의 여린 마음을

자라나게 할거야


남들이 뭐래도

네가 믿는 것들을

포기하려 하거나

움츠려 들지마


힘이 들 땐

절대 뒤를 돌아보지마

앞만 보며 날아가야 해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마


변명하려 입을 열지마

그저 웃어 버리는 거야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너의 날개는 펴질 거야


Now We are flying

 to the universe

마음이 이끄는 곳

높은 곳으로 날아가


절대 뒤를 돌아보지마

앞만 보며 날아가야 해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마


변명하려 입을 열지마

그저 웃어 버리는 거야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너의 날개는 펴질 거야


더 높이 더 멀리

너의 꿈을 찾아 날아라


소년아, 저 모든 별들은

너보다 먼저 떠난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란다


세상을 알게된

두려움에 흘린 저 눈물이

이 다음에 올 사람들이

널 인도하고 있는 거지..


-작사: 신해철



넥스트 [Lazenca] 1997


재밌게도 우리가 잘때 꾸는 꿈과 실현하고 싶은 그 무엇을 의미하는 꿈은 같은 단어에서 조금 다른 의미로 파생되었다. 본질적인 의미는 같다는 뜻이다.  잠잘때 꾸는 꿈이든, 소망하는 것이든 두 꿈 모두 현실이 아니며, 정신활동 중 하나라는 것이다. 여하튼 현실이 아닌 상태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꿈이란 말을 혼동한 나머지 아주 다채롭게 사용하고 있다. 어떨 때는 앞으로의 가지고 싶은 직업 즉, 장래희망을 대신하는 말로 사용되고, 어떨 때는 갈망하는 그 무엇인 욕망을 대신하는 말로도 사용하며, 어떨 때는 인생의 과정 속에서 이루고자 했던 목표나 목적을 대신하기도 한다. 그리고 꿈은 소원이라는 말과 동의어로도 쓰인다.


눈을 감으면 태양에 저편에서 들려 오는 멜로디 내게 속삭이지. 이제 그만 일어나 어른이 될 시간이야 너 자신을 시험해 봐 길을 떠나야 해. 니가 흘릴 눈물이 마법의 주문이 되어 너의 여린 마음을 자라나게 할거야.


마음보다 몸이 먼저 자라버린 채 등떠밀려 세상에 나간 청춘들은 젊다는 것이 한 밑천이니 어깨 펴고 세상을 향해 성큼 성큼 걸어 나간다. 처음엔 보통 타인의 꿈과 나의 꿈을 혼동하여 모두가 가는 넓은 길로 휩쓸리거나, 화려한 꽃이 피고 취할 것 같은 냄새가 나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기 쉽다. 그래도 괜찮다. 청춘은 시간이 많고 쉽게 다치지 않는 싱싱한 몸이 있으니. 연인이 친구가 주는 사랑의 묘약으로 세상은 여전히 자신처럼 싱그럽게만 보인다. 하지만 곧 자신이 부모의 보호 아래 학교의 보호 아래 살던 애송이란 걸 깨닫고 움츠리게 된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마 앞만 보며 날아가야 해.  너의 꿈을 비웃는 자는 애써 상대하지마. 변명하려 입을 열지마 그저 웃어 버리는 거야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너의 날개는 펴질 거야.


그래도 여러 응원들에 힘입어 응원들을 받으면서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높이 높이 가본다. 나도 언젠가는 날 수 있을거란 근거없는 믿음이지만 정말 그 순간에는 그 시간이 아주 가깝게 올 것만 같다. 하지만 가도 가도 날개조차 돋아 나지 않는 자신을 돌아보며 절망한다. 점점 현실 인식을 하게 되고, 나는 날 수 없는 새구나.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자유롭게 날기를 포기하고 적당한 울타리를 찾아 주저 앉기를 선택한다. '꼭 모두가 날아야하는 것 아니잖아?' 자신을 위로하는 말도 잊지 않는다.




정말 꿈이 없으면 안되는 건가? 먹고 사는 일보다 꿈이 더 중요한 것처럼 말하는 이들도 있다. 대체로 세상은 특히 청년들에게 꿈꾸라고 말한다.  늙어가는 지금 내 나이에 아니면 더 늙은 사람들에게는 마치 꿈보다는 현실이란 말이 어울린다는 듯이....서로에게 절대 꿈이 뭐냐고 묻지도 않는다. 꿈꾸는 것은 청춘만의 특권인양 하여 듣는 청춘도 부담스럽고, 늙은이들은 꿈꾸라는 소리를 듣지 못해 서럽다.


나이가 마흔이 되고, 오십이 될때쯤 되면 꿈은 이제 자라는 어린 자식들의 몫이고 자신은 그들의 조력자로 사는 것을 자처한다.  그저 하루하루 별일 없이 사는 것에 만족하면서. 마음을 나누는 가까운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과 술한잔 기울이며 " 사는 게 뭐 별거 있나. 이게 행복이지." 술잔을 부딪히고 쓴 술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 자신은 안다. 지금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지금이 썩 만족스럽지도 못하다는 것을.

 

사는 내내 꿈이 없었던 나의 절친한 친구가 최근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꿈이 생겼다하니 기쁜일이어서 물었더니 이젠 사람들을 사랑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데 얼마 전 이 비슷한 말을 또 들었다. 우리 또래의 가수 '이효리'에게서. 그녀는 자신과 친한 정재형씨의 유튜브에서 '오빠 나는 요즘 사람들을 진짜 사랑하는 게 꿈이야. 살면서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 적이 있나 생각해봤는데 잘 모르겠더라. 필요나 목적에 의해서 누군가를 좋아하는 거 말고, 진짜 사람을 사랑하는 거' 그녀들의 꿈을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 적이 있는가?"


인간이 궁극적으로도 도달해야할 꿈이 그것이란 것을 이제는 나도 조금은 알겠는데, 나 조차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던 시절이 길었던 터라. 아...너무 어렵다. 내가 어떤 이들을 사랑했다고 생각한 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대체로 들뜨고 설익은 감정들을 사랑이라고 착각했고, 나의 이기심과 집착을 사랑이라고 우겼다.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는 진짜 사랑을 알아가는 듯 싶어 뿌듯했다가도 이것이 그저 책임과 의무는 아닌가 해서 아이들에게 살짝 미안했던 적이 있다.

 

난 이렇게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는데도 여전히 사랑인 것과 사랑이 아닌 감정들을 여전히 혼동하며 살고 있다. 여전히 사랑하는 능력이 부족해서 주변을 괴롭게 하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므로 여전한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니까 사는게 두렵고 더 자신이 없어진다.


소년아, 저 모든 별들은 너보다 먼저 떠난 사람들이 흘린 눈물이란다. 세상을 알게된 두려움에 흘린 저 눈물이 이 다음에 올 사람들이 널 인도하고 있는 거지.


내가 살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의미있는 것이라고 믿던 것들이 모두 허상이었다면. 인생이 그 허상을 쫓다 끝나버리는 것이라면 그보다 슬픈 건 없을 듯 하다.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바라보게 되는 밤하늘의 별들이 나에게 질문 하나를 던진다.


이제 더 이상 무모할 수도 없이 젊지 않는 몸뚱이를 핑계삼아 '지금도 나쁘지 않아' 라고 얼버무려본다. 부족한 대답에 미련이 생겨 다시 한번 별을 바라본다. 방금전까지 대화를 나누던 별들은 사라지고 어둠 속에 홀로 있다. 그리고 내게 조용히 읇조리듯 묻는다.


네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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