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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Feb 13. 2024

자퇴생 공부는 잘 되고 있나?

[자퇴생 혼공르포르타주 13화]

2023년 10월6일이 공식적인 자퇴 날짜니, 이제 넉달이 넘었다. 딸은 국영수 3과목 중심으로 공부를 하다 1월부터 물리와 생명과학도 시작하여 혼자 개념서와 기출문제집을 보고 있다. 국어는 가장 잘하는 과목이라 진도도 빨라 고3 수능 기출을 공부하고, 수학은 고2 과정인 수2 기출과 고3과정인 미적분 개념을 책으로 혼자 공부 중이다. 일단 혼자해보고 그 다음 자신이 모르는 것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인강을 듣는 게 딸의 공부 방식이다. 그래서 물리는 혼자 개념서를 보다가 어려워 인강을 들으면서 개념서를 보는 중이다.


제 학년에 비해 앞선 과정을 공부하다보면 쉽더라도 지난 과정을 잊을 수도 있고, 더구나 딸은 고1 2학기부터는 완전히 혼자 공부를 했기에 고1과정을 어설프게 알고 있을 가능성도 많았다. 그래서 고1 과정에 혹시 구멍이 있는지 확인하는 목적으로 최근 3개년 모의고사풀어보면서 점검하는 시간을 갖었다.


2021, 2022, 2023년 고1 11월 모의고사와 고2 3월 모의고사를 우선 국,영, 수 3과목만 풀어보았다. 고2 3월 모의고사는 범위가 고1 전체 범위이므로 1학년 과정을 점검해보기에 적절하다. 물론 고1모의고사는 수능범위도 아니므로 크게 의미는 없지만 고등 기초과정인데다 같이 대입을 치룰 아이들 사이에서의 위치 파악을 해야하니 필요하다. 모의고사 성적은 공부 역량 파악과 현재 공부 상태를 파악하는데 아주 중요한 바로미터가 된다.


대입 결과와 직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수능시험 범위가 아니라는 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수능에서 재수생 비율이 무려 30%가 넘는데다가 의대 열풍으로 최상위권 아이들의 재수 및 n수 비율이 높기때문이다. 그래서 고1, 고2 모의고사 점수가 곧 수능점수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현역 정시로 상위권 대학과 경쟁률 높은 과를 가려면 모의고사 모든 과목 1등급(4%)을 간신히 넘기는 것만으로 부족하고, 모의고사에서 백분위 1-2%안에 들어야만 실제 수능에서 1등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입시 학원들의 데이터들을 보면 현역 고3 모의고사 각 과목 1등급컷 원점수가 재수생 보정을 하면 5점 더 많게는 7점 가량이 상승했다.


인서울을 하려고 재도전하는 재수생들이 늘고, 인서울에 성공한 아이들은 대학레벨을 올리려 하고, 연고대를 간 아이들은 서울대를 가려고 한번 더, 서울대를 갔어도 의대를 가려고 한번 더, 그리고 의대를 갔어도 메이저 의대를 가려고 하는 게 요즘 '요상한 입시판'이다. 정말 토가 나올만큼 지리멸렬하다고 할까? 이 피라미드의 정점에 올라서면 그때서는 만족이 될까? 그 피라미드의 정점인 서울대 의대를 가면....그러면....만족이란 걸 할 수 있을까?




늘 해결책을 생각하고 말해보아도 그저 답답해지기만 하는 썰은 그만 둘란다. 나 혼자 떠들어봤자 변하는 것은 없고 딸과 우리 가족이 마주하고 받아들여할 냉혹한 현실만이 또렷하게 보일 뿐이다.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고 최선의 결과가 나오도록 하루하루 애를 쓰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딸의 모의고사 점수 결과는 대략 이렇다. 고1 3개년을, 고2 3모는 시간이 없어서 가장 어려운 시험만 2개를 골라 보았다.


고1 11월 모의고사 3개년(2121-2023)

국어 1등급 평균 컷- 88점  / 딸의 득점 평균- 95점 (+7)

수학 1등급 평균 컷- 86점 / 딸의 득점 평균- 89.3점 (+3.3)

 영어 1등급 평균 컷-90점 / 딸의 득점 평균- 86점 (-4)


고2 3월 모의고사 2개년(2121.2023)

국어 1등급 평균컷- 76 /딸의 득점 평균-  84.5(+7.5)

수학 1등급 평균컷-  84.5/딸의 득점 평균- 88.88(+4.3)

영어 1등급 평균컷-  90/딸의 득점 평균- 93.92(+3.9)


5회 모의고사 결과 분석

국어- 딸의 강점인 국어는 역시나 1등급 평균컷보다도 높은 평균을 유지하고 있다. 꾸준히 유지한다면 실제 수능에서도 1등급을 받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래도 극악스러운 난이도에서는 시간이 많이 부족하여 더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평소 수능기출문제집만 푸는 것이 아니라 틈틈히 다양한 책을 읽고 매주 주제를 잡아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국어 뿐 아니라 전반적인 공부능력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수학의 경우는 1등급은 안정적으로 나오긴 하지만 계산 실수를 하는 약점을 여전히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들은 시간만 주어지만 풀 수 있는 단계지만 30번 문제는 풀 수 있는 실력까지는 되지 않는다. 고난도 문제를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실력으로 해결하는 역량을 쌓는게 중요해 보인다. 수능 범위에 해당하는 기본 개념을 찬찬히 공부한 뒤에 고난도 문제에 집중하는 시간을 통해 실력을 올리도록 해야 할 것 같다.


영어는 중등2년 동안 공부를 하지 않은 탓에 고1때 3등급으로 시작하였다. 6개월간 집중적으로 수능단어장을 하나 사서 4회독을 하면서 외우고, 레벨을 찬찬히 올려가면서 독해집을 풀면서 동시에 고1, 고2 모의고사 기출문제집을 풀었다. 국어 실력이 뒷받침이 되니 영어 독해력 상승이 빠른 듯 했다. 3등급에서 1등급이 되기까지 딱1년의 시간이 걸렸다. 고3 모의 고사에서도 1등급을 받기 위해 <천일문 완성>을 공부하고, 독해지문을 공부한 뒤에 듣기 파일로 듣기 연습도 같이 하고 있다. 매일 단어를 외우는 것은 기본!



1일1싸움 흔한남매

자체 모의 고사 점수를 보면서 딸이 아주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정작 본인은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딸은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가 언제나 높다. 동시에 늘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한다. 그런 딸을 보면 미안한 생각이 먼저 든다. 혹시나 딸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내 탓같기도 하다. 나를 닮아서이거나 내가 그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공부하는 과정이나 결과만 보면 그렇게 생각할 이유가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딸은 자신의 동생과 비교하면서 속상해할때가 많다. 그리고 동생이 자신을 따라 잡을까봐, 자신이 동생보다 못할까봐 불안해한다. 딸이 그런 비교를 하면서 속상해하지 않도록 할 방법을 나는 아직 찾지 못했다.


"엄마,아빠가 너랑 동생을 비교하고 차별해?"

"아니?"

"그런데 왜 그렇게 동생을 의식하고 불안해하는거야?"

"몰라, 쟤가 나보다 더 잘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자존심이 상해"

"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이렇게 자퇴하고 꾸준히 혼자 공부하면서 저런 성적을 유지하는게 쉬운게 아니야. 아니 매우 어려운 거야. 엄마는 오래 아이들을 가르쳤지만 너같은 아이는 매우 드물어. 정말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고!"

"그래도 동생보다 못하는 건 싫어"

"동생이 뭐든 다 잘해서 골치가 아픈거야?"

"응, 저 자식은 왜 다 잘해? 그래서 공부 하나는 내가 더 잘하고 싶다고!"


문득 성경 속 이야기 하나가 떠올랐다. '카인과 아벨' 인류 최초의 살인자가 카인인지 이해가 되었다. 1일1싸움하는 흔하디 흔한 남매의 속사정 정말 모르겠다. 그래도 동생을 낳지 말았어야 했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딸에게 고마울뿐! 흐흐흐 


너도 동생도 엄마에겐 과분한 자식이야!
그냥 서로 다른 사람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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