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에 시작한 식단관리를 통해 내 몸에 집중하는 경험을 처음 하면서 좋아진 것은 몸의 건강만이 아니었다. 과거의 어디쯤, 미래의 어디쯤에서 늘 헤매는 마음이 현실의 내 몸을 돌보도록 하는 일이었다. 돌이켜보니 40년을 훌쩍 넘게 살면서도 마음이 몸을 돌본 적은 없었다. 언제나 허기진 마음이 문제였고, 몸은 그 마음을 달래며 씩씩하게 현실을 지켜내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타고나게 체력이 좋았고 잘 아프지도 않았으니 더 자라지 않는 마음만 부여잡고 살았던 것 같다. 언제나 나의 몸은 수시로 현실로부터 달아나는 마음과 달리 'here and now'를 살아내고 있었다.
그런 우직한 몸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마음은 성급히 반성을 하고는 몸을 돌보기 시작했지만 딴짓하는 버릇을 쉽게 버리지 못했다. 틈만 나면 몸을 방치하고 어디론가 달아나기 일쑤였다. 정작 마음이 달아난 곳은 늘 '타인'이었다. 타인의 마음과 타인의 행동과 타인들의 문제에 관심을 두는 일을 마음은 쉽사리 그만두지 못했다. 그렇게 몸의 경고 신호를 계속 무시하던 마음은 깊은 우울과 무기력을 느끼고서야 몸을 돌보지 않은 것을 깊이 깊이 후회하고 반성하기 시작했다. 연이은 건강의 이상 신호들과 119에 실려 응급실에 가면서 몸이 사라지면 삶이 끝이라는 생명의 본질적인 진리를 그제서야 깊이 깨닫게 되었다.
내가 몸을 돌보는 일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다. 그저 하루 한끼를 정성을 다해 준비하고 천천히 그 음식들을 음미하였다. 몸이 최선을 다해 또 하루를 살아낼 테니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에 집중하면 되었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몸이 느끼는 감각을 최대한 알아채며 이해하려 애썼다. 늘 타인에게 두던 관심을 내게 돌리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 한끼를 먹고, 몸에 해로운 것들을 멀리했다. 마음의 허기를 어찌하지 못해서 식욕이 조절되지 않을 때 마음은 몸을 생각하면서 절제력을 키워나갔다. 그렇게 나의 몸은 마음의 배려로 체중감량에 성공했을뿐 아니라 무겁게 짊어지고 있던 만성피로를 벗게되었고 ,자주 붓던 증상과 3-4년간 앓아 왔던 원일 모를 피부 염증까지 고칠 수 있었다. 그런 몸은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요즘은 명상을 시작했다. 미미한 도전이지만 단 열번의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을 하는 중인데 이것 역시 쉽지 않다. 마음은 몸의 호흡을 자꾸만 놓친다. 몸이 호흡을 하고 있으면 언제나 마음은 여전히 안드로메다로 달아나곤 한다. '타인을 돌보는 구원환상'에서 벗어나는 중이지만 너무도 오랜 습관이라 나 자신에 집중하는 것은 여전히 힘든 것 같다. 그래도 다시 돌아와 몸이 숨을 쉬는 것에 다시 집중한다. 그렇게 마음이 온전히 몸의 호흡에 집중하고 나서야 눈을 뜨고 하던 일을 한다. 그렇게 활력을 회복한 몸은 요즘 마음을 천천히 단련시키는 중이다. 그렇게 나의 몸과 마음은 어느 덧 앙상블을 이루며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바나나와 땅콩버터/ 십자과화 포함한 채소 스무디
나의 요즘 하루는 이런 몸과 마음의 앙상블에 행복하다. 더 이상 체중감량을 하기 위해 나의 대사를 회복하기 위해 1일1식을 하지는 않는다. 1일1식을 하면서 몸과 마음의 회복에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더 이상 지속하지 않기로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내 몸이 더 많은 영양을 원하기 때문이며 음식이 나에게 주는 또 다른 의미가 있기때문이다. 어느 정도 체중 감량이 이뤄진 다음부터는 1일1식을 해도 체중 감량이 이뤄지지 않았고, 계절 변화에 따라, 호르몬 주기에 따라 몸이 요구하는 음식에 대한 정당한 욕구를 억지로 참는 것이 또 다른 스트레스였다. 더구나 억지로 참다가 미리 준비된 음식이 없을 경우에 치킨, 피자, 라면과 빵을 먹는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건강한 한끼를 더 먹는 것이 절실히 필요했다.
현재는 1일1식을 매일 정오에 먹고 추가 된 한끼를 일어나 바로 먹기는 너무도 부담이 되어 저녁에 먹고 있지만 시간과 먹는 음식이 일정치 않아 고민이다. 꾸준한 식습관으로 가지고 가려면 아주 단순한 식단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직은 무엇을 먹느냐 역시 완전히 정하지 않고 여러가지 것들을 먹어보는 중이다. 탄수화물 위주로 먹으면 체중 증가가 걱정되고, 채소와 과일만 먹자니 부족함을 느끼고, 단백질과 지방 위주로 먹자니 솔직히 크게 당기지 않는다. 여러 음식들을 한끼 더 먹어 보면서 체중변화와 몸의 컨디션 변화들을 관찰 중이다. 봄부터 여름까지는 채소들을 쪄서 갈아 올리브유를 뿌려 먹다가 날이 선선해지고 가을이 되면서 요즘은 바나나 하나에 무첨가 땅콩버터를 먹는 중이다. 그리고 생리전후에는 식욕이 급격히 올라오니 참지 않고 탄수화물 위주의 쌀밥 식사를 한끼 더 먹는다.
대신 기존에 먹던 방식대로 몸에 해로운 설탕, 밀가루, 나쁜 기름과 튀긴 음식은 여전히 제한하고 첫끼를 정오에 먹는 1일1식을 중심으로 하되, 나머지 한끼는 영양을 보충하거나 컨디션이나 몸의 호르몬의 변화에 따라 그때 그때 필요로 하는 음식을 먹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할 수 있으면 일주일에 1-2회는 1일1식과 월1회 40시간 이상 단식을 계속 유지할 생각이다. 꾸준한 체중 유지에 좋을 뿐 아니라 단식을 했을때 오히려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고 좋은 에너지가 차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이제 나에게 1일1식이나 40시간 이상 단식은 그렇게 힘들지 않다.
이 이야기는 여전히 완성되지 않은 '중년의 다이어트'이야기다. 곧 폐경이 찾아 올것이고, 갱년기를 겪게 될 것이다. 체중감량에는 성공했지만 식습관의 변화와 생활 습관의 변화에 성공하지 않으면 체중은 몸이 기억하는 그 숫자로 언제든지 돌아간다. 1년 남짓한 시간은 10Kg 이상 체중을 감량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지만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변화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더욱이 그런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만든 것은 '마음의 습관'이기에 이것까지 변화시켜 '진정한 건강'을 되찾고 몸과 마음의 앙상블이 꾸준히 유지되도록 하는데는 또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그리고 다이어트는 건강을 위해 사는 내내 계속 해야하는 일인 것 같다.
[나의 음식 해방일지1]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찾아가는 오랜 여정의 시작이라면 [나의 음식 해방일지2]는 그 여정 속에서 필연적으로 겪는 여러 시행착오에 관한 과정의 이야기다. 인생의 목적은 ' 삶=살아가는' 그 자체에 있다는 것을 깨달은지 얼마되지 않아 사는게 아직도 서툴다. 실체없는 그 무엇을 위해 항상 달려왔고, 넘어졌고, 다시 또 달리다 넘어지기를 반복했다. 이제는 천천히 걸으며 삶을 음미하는 중이다.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의 냄새가 다르듯이 각 계절의 나 역시 자연의 일부로서 느끼는 감각들과 감정들이 다르다. 요즘은 반려견과 산책하러 나갈때 진하게 풍겨오는 낙엽 냄새와 드립으로 내리는 커피 향이 유독 좋은 가을이다. 나의 인생의 시간도 가을로 접어 들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 그립기는 해도 더 이상 서럽지는 않다. 가을에 피는 꽃들과 단풍이 나의 시간을 이제부터 정말로 찬란하게 만들테니...... 뒤돌아 서러워할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