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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NO KIDS!!!

이제는 용기가 필요한 일

by 책선생


지금 생각하면 그 무지함이 참으로 아찔하다. 나의 이성으로 단 한번도 아이를 낳을까 말까, 아이를 낳았을때 내가 짊어져야할 무게, 그로 인해 내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해 고민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것이... 어떻게 그토록 용감무쌍하게 아이를 둘씩이나 낳았을까. 쥐뿔 아무것도 모르고 쥐뿔 가진것도 없으면서....나의 이성이 일찍이 발달하여 그런것들을 고민하는 과정이 있었더라면? 그렇다면 어쩌면 우리 딸과 아들은 둘다 또는 둘 중 하나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수도?? 어디까지나 만약이니까.


하지만 인생은 선택하지 않은 다른 쪽 삶은 알 수가 없다. 한쪽 길로만 가볼 수 있기때문에 내가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을 하고 그렇게 살았을때의 모습은 상상으로 그치고, 그것은 실제 삶과는 많이 다를 듯하다. 내게 두 아이가 없었더라면 더 근사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었을까? 더 많은 성취를 했을까? 내게 아이가 없었더라면 남편이 남의 편처럼 느껴질때 과감히 이혼을 했을까? 그래서... 내 삶은 아이가 없어서 더 만족했을까?


그랬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인생에는 if~가 없으니까.


노키즈존.jpg 출처-인사이트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과거와는 달리 경제적인 부담, 경력 단절, 육아 스트레스, 교육과 대학입시 등 끊없는 부담스러운 현실이 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뿐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면 협동해도 버거울판에 부부 갈등도 더 자주 더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 사실이다. 한쪽이 짊어지고 한쪽은 방관하는 것이 오히려 평화로울 수도 있을 정도다.


거기에 더해, 우리 세대는 건강한 결혼과 육아의 롤모델을 거의 보지 못한 채 자랐다. 부모 세대는 육아를 온전히 어머니의 몫으로 여기던 시대였고, 어머니의 희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았다. 하지만 그때는 마을과 이웃이라는 공동체가 있어서 남의 아이와 우리 아이를 함께 키우던 시대였다. 그때도 경쟁은 치열했지만 학교가 교육을 전담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 도시에서 사는 대부분의 우리 세대는 온전히 그 모든 것이 '부모의 책임'이 되버렸고, 그 부담이 얼마나 큰지를 선배 세대를 본 지금의 2-30대는 그 힘듦을 간접으로 보기만 해도 알기에 결혼과 출산을 더 주저하게 된 듯 하다. 아이를 잘못키워 '맘충'소리 듣느니, 아직 내 현실에 없는 아이보다는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듯 하다.


NO KIDS


그래서인지 요즘의 요즘 20대 30대는 참으로 똑똑하구나 싶기도 했다. 그래, 초원의 동물들도 건기에는 새끼를 낳지 않지....지금의 한국은 겉으론 풍요롭고 세계가 우리를 향해 '원더풀 코리아'를 외치지만 이곳에 사는 우리는 정작 괴로운 일 투성이니까. 그래 멀리서 바라보는 바다는 언제나 고요한 법이다. 멀리서 보면 그토록 근사해보이는 한국은 내밀하게 들여다보면 분명 20대 30대들에게는 새끼를 낳기 적절치 않은 환경이 분명하다. 급변하는 사회에 대학을 나와도 보장되지 않은 취업, 취업을 하더라도 불안정한 고용환경들, 여전히 치우친 엄마들이 감당해야할 몫과 연간 29조원의 어마어마한 사교육비 지출이라는 뉴스만 듣더라도 출산과 육아는 분명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되었다.


아이를 낳는 게 선택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기에 낳았고, 낳았으니 잘 키워보고 싶었다. 악으로 깡으로 어찌저찌 우당탕탕 온갖 시행착오들을 겪으며 아이를 키웠지만, 아이보다는 정작 나를 키우는 일이었다. 그 긴 20년간의 '슬기롭기를 희망했던 엄마생활'을 정리해보려 한다. 나의 실수와 시행착오가 누군가에는 좀 괜찮은 위로가 누군가에는 어쩌다 내어볼 용기가 될 수도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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