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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Dec 12. 2024

여자의 다이어트는 다르다.

외모가 권력?

폭풍처럼 몰아치는 식욕에 나도 모르게 냉장고를 수차례 뒤져 본 적이 있는가? 음식의 노예가 되어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을 입에 넣지 않고서는 진정되지 않은 날들을 정기적으로 매달 경험하지 않는가? 정신없이 먹다가 정신이 들었을 때 내 앞에 놓인 과일 껍질, 빵과 과자 봉지, 빈 음식 접시를 발견하고는 자책한 적이 있는가?


이 질문에 Yes라고 대답한다면 당신은 여성일 확률이 99%일 것이다. 특히 생리전 증후군이 심한 여성일 확률이 높다. 생리 때만 다가오면 퉁퉁 붓는 몸과 우울해지고 예민해지는 내 모습에 스스로 당황스러우셨던 기억,

가임기 여성의 70~80%가 생리 전에 유방통, 복부팽만감, 두통 , 식탐, 허리통증 등의 증상을 한 가지 이상 경험과 정신적으로 우울하고 짜증이 올라오는 증상을 겪는다. 대부분의 경우 증상이 가볍고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으나, 이 중 20~40%는 증상의 정도가 심하고 매달 반복되어 나타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이를 생리 전 증후군 (Premenstrual syndrome, PMS)이라고 한다.


중2 여름방학때 월경을 시작했으니 30년이 넘는 시간을 매달 크고 작은 PMS 증상들을 겪으며 살았다. 내게 가장 두드러졌던 신체적 증상은 유방통과 식탐, 정신적 증상은 극도의 예민함과 짜증이었다. 월경이 시작되기 일주일전부터 시작해서 하루 전날 절정에 이른다. 나도 모르게 무언가를 쉼없이 먹고 있거나 주변 사람들과 사소한 말다툼을 하고 있노라면 여지없이 다음 날 생리가 시작되고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식탐은 사라지고 기분은 아주 산뜻해진다. 이 불편한 증상들에 익숙해져 이제는 그냥 나의 특성인 듯 적응했다.  


그런데 이것이 올바른 다이어트로도 증상이 완화될 수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체중을 줄이고자 시작했던 식단관리 이후 체중 감량뿐 아니라 피부 알러지 개선뿐 아니라 생리전 증후군도 굉장히 많이 완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생리 전 어김없이 '식탐'의 시간은 다가온다.


지난 달에도  식단 관리 이후에는 거의 먹지 않았던 것들을 생리 전날에 먹었다. 피자와 과자 그리고 라면과 달달한 홍시를 배가 불러 도저히 먹을 수 없을 때까지 입에 넣었다. 그저 본능적 욕구의 노예가 된 기분이 유쾌하지 않지만 사실 별 도리가 없다. 난 한번도 그 생리 전 도지는 이 식탐을 이겨본 적이 없다. 저항해봤자 결국 10시든 12시든 먹고 마니 차라리 처음부터  마음 편히 항복하는 편이 덜 괴롭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생리를 하기 전에는 단 것뿐만이 아니라 밀가루 음식이 정말 많이 당기는데, 생리하기 전날에는 여성호르몬이 올라가게 된다. 이 에스트로겐이라는 성분이 올라가면 우리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라는 성분의 균형이 깨지게 되고, 세로토닌은 탄수화물을 원료로 만들어지는 성분이다보니 우리 몸이 탄수화물이 당길 수밖에 없다. 이 세로토닌이 보충이 안 되고, 탄수화물이 보충이 안 되면 기분이 많이 나쁘고, 감정 기복이 생길 수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소위 '입이 터지는 날'에는 지방과 단백질보다는 탄수화물이 그렇게 당긴다. 다른 것들로 대신하려고 해도 기여이 라면에 밥을 말아 먹어야 하고, 비빔국수나 파스타를 먹어야 마침표를 찍는다. 우연하게 그날 건강하게 먹을 탄수화물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이번 달에는 마침 이 음식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소고기 시레기 된장국과 렌틸콩밥


소고기와 무와 멸치를 넣고 육수를 충분히 우린 다음에 시레기와 된장을 넣어 끓인 시레기 된장국이다. 평소에도 자주 먹는 음식이지만 생리 전에 먹으면 식욕이 안정화되는 걸 느낀다. 일단 소고기와 시레기 그리고 된장의 영양 균형도 좋을뿐 아니라 시레기의 섬유질이 씹는 만족과 포만감을 주어 식탐을 억제하는 효과를 준다.실제 갱년기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건더기를 먼저 먹은 다음에 밥을 말아서 한 그릇 먹고 나면 괴물같은 식탐이 잠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래서 특히 겨율철에는 시레기가 떨어지지 않게 저장 해두고 먹는다.


 꾸준히 식단 관리를 1년 6개월동안 해오면서 느끼는 것은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단기간에 속성으로 살을 빼는 것은 오히려 너무도 쉽고, 건강하게 체중을 줄이고 지속적으로 식단을 관리하고 몸을 챙기는 일이 의지와 다짐만으로는 여럽다는 것을 매 순간 느낀다. 특히 근육은 적고, 지방이 많으며 게다가 매달 호르몬의 영향을 받고 있는 여성들에게 체중관리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많이 먹지 않아도 살이 쪘다는 것이 사실 변명이 아니다. 생리전 호르몬 불균형으로 자연스럽게 탄수화물을 먹도록 유도되고, 많이 섭취한 탄수화물은 자연스럽게 지방으로 쌓이는 구조적인 문제를 겪기 쉽다는 것이다.


이런 여성 몸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없이 먹고 빼는 일을 평생 반복하기 쉽다. 그러다 대사질환에 걸리기 쉽다. 이는 몸에 대한 품평이 많고 자신의 외모에 만족을 하지 못하는 한국의 여성들이 겪는 보편적인 문제다. '뼈말라'를 지향하는 여성들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왜 마르고 싶은가?

연예인들의 마름이 보편적인 미의 기준인가?

보편적인 미의 기준에 왜 나를 가두는가?

타인의 눈에 아름다워야 하는 이유가 대체 무얼까?


수많은 질문들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운다. 이 어떤 질문들에 대해서도 나는 당당히 대답하기 힘들다. 나 역시 저 질문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디어에 나오는 아름다운 여성들은 죄다 말라있고, 그래서 노~오력에 비해 그들은 많은 것을 누리고 행복해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들의 외모가 이 시대의 표준처럼 여겨지고 그들의 외모가 권력처럼 느껴진다.  그에 미치지 못하는 내 몸과 외모를 초라하다 여긴다. 좀 더 마르고, 좀 더 어려보이고자 애쓴다. 그렇게 타인 눈에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 내 만족인 듯 살아온 시간이 너무도 길다.


인류 역사 이래 오래도록 여성에게 외모가 권력인 사회에서 과연 나는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먼저 던진 질문에 답은 못하고 또 다른 질문만 따라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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