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직 갱년기는 아니다. 하지만 천천히 그 시간이 내게 다가오고 있다. 곧 들이닥칠 시간이다. 갱년기 주요 증상들이라고 이야기하는 감정 변화나 우울감은 원래부터 그런 특성이 있어서 내 기준이 되지는 못한다. 그러나 아주 정확했던 생리 주기가 올해부터 틀어지기 시작해서 일정치 않아졌다. 어떤 달은 너무 빨리 시작하고, 어떤 달은 너무 늦게 시작하고, 어떤 달은 원래 주기대로 시작한다. 살면서 이 생리주기가 어긋났던 적이 없었는데 올해부터 이 주기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나 역시 갱년기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디스크가 파열되어 체중을 줄이는 것이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장 효과를 보았던 '덴마크 다이어트'로도 체중을 줄일 수는 없었다. 먹는 양을 극도로 줄여서 하는 다이어트는 이제 몸이 받아들이지 않는 듯 3일을 넘기지 못했고, 식욕은 더욱 폭발했다. 더구나 이제 먹지 않으면 모조리 저장하는 몸이 된 것처럼 아무리 먹는 것을 줄여도 체중은 꿈적하지 않았다.
그러다 다이어트를 연구하는 최겸 유튜버의 영상을 보면서 다시금 다이어트의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게 되면서 식단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는 대략 이렇다. 비만은 대사질환의 결과물이며, 칼로리 섭취와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칼로리 기준의 다이어트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일시적인 체중 감량에 성공했다고 하더라고 반드시 요요가 오고 건강을 잃기 쉽다. 그리고 나쁜 물질을 섭취하면서 칼로리 섭취만 제한하는것은 대사질환의 악순환에 빠지는 지름길라고 역설하고 있다.
물론 영상에서는 1일1식을 권하지 않았다. 하루 3끼를 먹거나 그 이상 수시로 먹는 사람들 기준으로 하루 2끼를 권하고 있었고, 16대 8이라는 시간 제한 섭취를 권했다 .그리고 가끔 24시간 이상 36시간, 48시간 이상의 단식을 권했다. 하지만 나는 활동량 자체가 많은 사람도 아니었고, 이미 20년이 넘게 아침을 먹지 않는 두끼를 먹고 있어서 자동적으로 매일 14시간 이상씩 공복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체중은 늘 늘기만 했으니 조금 더 타이트하게 해야한다고 생각해서 1일 1식을 결심했다.
한달은 2끼를 그대로 먹으면서 설탕, 밀가루, 나쁜기름, 튀긴 음식을 제한하고 나머지 음식은 양껏 먹었다. 신기하게 식욕이 안정적이었고, 첫끼를 먹고 나면 음식이 당기지 않았다. 그래서 어느 하루 저녁을 먹지 않고 한끼만 먹고 잤는데 그 다음 날 일찍 눈이 떠지고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아예 한끼만 먹어보자 생각해서 1일1식하기 시작했다. 식단을 시작하자 마흔이 넘으면서 매일 겪는 만성피로와 5년간 앓고 있던 원인 모를 피부염이 거의 사라졌다. 그렇지만 좀 빠지는듯 했던 체중은또 그자리였다.
그래서 1일1식에 추가한 것이 2주에 1회 40시간 이상의 단식이다. 토요일 6시쯤 식사를 마치고 일요일 물단식을 하고 월요일 정오인 12시에 식사를 하는 것이다. 가장 길게 한 단식은 토요일 12시에 식사를 하고 일요일은 물단식을 하고 월요일 12시에 식사를 하는 48시간 단식이었다. 식단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16개월 동안 24시간, 36시간, 40시간, 48시간 단식들을 해보았다. 40시간 단식까지는 어렵지 않은데 48시간 이상의 단식은 조금 힘들었다. 그래서 가장 내가 선호하는 단식은 월2회 40시간 단식이다. (단식의 효과는 [나의 음식 해방일지1]에서 이미 이야기 했으므로 생략)https://brunch.co.kr/@d7f926f677524de/140
이렇게 1일1식을 하면서 월 2회 40시간 이상 단식을 하자, 체중이 다시 줄기 시작했고 목표하는 체중까지 살을 뺄 수 있었다. 현재는 1일2식을 하면서 주2회 1일식과 주말에 월2회 정도 40시간 단식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더 이상 살은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빠진 체중이 잘 유지되면서 좋은 컨디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그래서 현재 나는 168cm에 57-58kg의 체중을 유지하는 중이다. 1일1식을 했을때 56kg까지 내려갔을때와 비교했을때 큰 차이가 없다. 대략 2kg 정도 증량된 정도인데 이 체중을 나의 기준 체중으로 삼고 최대 60kg이 넘지 않도록 꾸준히 유지해나갈 생각이다.
여기서 더 이상 체중을 줄일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어느 정도 감량을 한뒤로 1일1식 만으로는 체력유지가 잘 되지 않았고 식욕조절이 다시 어려워졌다. 또 56kg정도 살을 뺐을때 목에 탄력이 없어져 보기가 매우 싫었다. 그래서 어릴때처럼 마냥 살을 빼면 안된다는 것을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체중 그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내 현재 컨디션이 어떠한가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식 이후 가장 즐겨먹는 사골국물
단식을 끝내고 나서 이후 먹는 음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단식 전문가들은 말한다. 단식을 오래 할 수록 몸이 다시 음식을 받아들이고 생명의 에너지로 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1일1식에 익숙한 나는 24시간 정도의 단식을 할 때는 늘 먹는 일반적인 식사를 하되, 혈당이 급격하게 오르지 않도록 신경쓰는 식사를 한다. 야채를 먹고, 단백질을 먹고, 탄수화물을 먹는 순서를 가급적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40시간 이상 단식을 했을때는 사골국물을 먼저 마셔 주고 이후 천천히 일반식을 한다. 40시간 단식한 이후 다음 날에 지방과 단백질이 충분한 국물 음식을 먹고, 탄수화물을 제한해주면 더 많은 체중이 감량이 되었다.
시간별 주요 단식 효과
72시간 단식했을시 건강효과
요즘 나이가 들면서 꼭 해야하는 것으로 근력 운동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많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근력이 줄기때문에 단백질 섭취를 하고 근력 운동을 해야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그에 앞서 시도때도 없이 먹거나, 몸에 나쁜 것을 먹는 것부터 멈추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건강한 생존을 위해 먹는 음식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오히려 병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10년 사이에 20대 암환자가 폭증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간편하다는 이유로 사먹는 각종 가공식품과 편의점 음식과 밀키트들....스트레스를 핑계로 나에게 제공하는 각종 달달한 디저트와 간식들의 댓가는 고스란히 젊음과 수명을 갈아 넣으며 치뤄야 한다. 더구나 갱년기에 가까운 나이가 되면 정말 아무거나 먹어서는 안된다. 생체 에너지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데 먹는 것을 줄이지 않으면 장이 소화시키는데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지방으로 저장되어 각종 대사 질환을 일으킬 뿐이다. 먹을 것들의 유혹이 넘쳐나는 요즘같은 시대에는 더더욱 갱년기 다이어트는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 아닌가 싶다.
굶는 것을 아주 큰일로 여겼던 전쟁을 겪은 세대의 영향으로 '단식'을 그저 살을 빼는 극단적인 방법이라고만 여길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16시간, 24시간, 36시간, 40시간, 48시간 단식을 모두 해본 입장에서 오히려 시도때도 없이 먹는 행위가 뇌와 위를 잘 때도 쉬지 못하게 할만큼 피로감을 주고, 오히려 단식을 했을때 좋은 에너지를 충전해주는 느낌을 체감했다. 그래서 2024년을 마무리하면서는 내 몸의 반응을 섬세하게 살피면서 72시간 단식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이제 곧 물리적 나이는 한살 더 먹게 되겠지만 내 몸은 더 젊어져 활기찬 2025년을 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