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을 줄이기 위해 시도했던 첫번째 다이어트는 고등학교 2학년때다. 그때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기에 그저 덜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시락 하나를 아침과 점심에 나누어 먹고 저녁을 2주간 굶었다. 2주만에 대략 5키로 정도 감량을 했고 만족스럽게 다이어트를 마쳤다. 하지만 고3이 되자 체력을 핑계로 먹어대던 컵라면 야식으로 감량한 체중에서 8키로가 늘었고, '대학 가면 빠진다'는 선생님들의 말에 안심했지만 대학을 가도 내 살들을 저절로 빠지지 않았다.
대학교가서도 다이어트에 대해 아는 건 없었다. 그런데 특별히 많이 먹지 않는데도 체중은 늘면 늘었지 절대 줄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다이어트 시도를 했다. 이번에는 헬스장도 다니면서....그런데 운동을 한다고 살이 빠지는 건 아니었다. 역시 굶는게 최고라는 생각에 또 먹는 걸 줄여서 5키로 감량에 성공했다. 하지만 조금만 방심하면 체중은 늘 최고점에 도달해 있었고, 심지어 야금야금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었다.
몸무게 최고점 갱신은 임신했을때고, 그때는 '아기를 위해 먹는다'는 명분이 있기에 출산후 다이어트를 하리라 다짐하고는 마음 놓고 먹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출산을 하자 딱 아이 무게 밖에는 빠지지 않았다. 누구는 모유수유를 하면 빠진다고 했지만 난 아무리 열심히 모유수유를 해도 그대로였다. 이번에도 역시 굶는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는 정보를 좀 찾아보기로 했다. 좀 효율적으로 감량할 방법이 없을까, 좀 쉽게 살을 빼볼 생각이었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덴마크 다이어트 식단'이다. 덴마크 다이어트는 덴마크 국립 병원에서 고도 비만환자 치료를 목적으로 유래된 다이어트 식단이라고 알려져 있다. 굉장히 타이트하게 구성된 2주간의 다이어트 식단으로 빠른 체중감량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플랜만 정확히 지킬 수 있으면 7~12kg 까지도 감량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단기간 다이어트 방법 중 하나이다.
실제 이 식단을 출산 직후 해보았고, 2주간 해본 결과 초기에는 빠른 감량을 하다가 1주가 지나자 감량 속도는 감소했다. 핵심은 저염식, 저탄수, 저지방식으로 식단의 핵심은 자몽과 계란과 커피다. 생으로 굶는 것보다 낫고 삼시세끼를 다 먹기는 했으니 배고픔이 덜하여 할만하고 몸의 수분이 많이 빠져 무게보다도 더 사이즈가 줄었다.문제는 기력이 딸리고 기분이 저하되어 짜증이 올라온다는 것이 힘든 점이었다.
이 다이어트는 절대 장기간 할 수 없기 때문에 여름이 시작될 무렵 단기로 매해 반복했고, 기본 원리를 지키되 약간 응용하여 40대 초반까지 꾸준히 했다. 하지만 40대 중반이 가까워지면서 더 이상 이 다이어트를 3일 이상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졌다. 이제 생으로 굶어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 몸이 되었고 많이 먹지 않아도 체중은 늘어만 갔다. 이런 다이어트를 반복해도 내 건강에 문제가 생길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채 그저 체중계의 숫자만이 중요했다. 반복된 다이어트가 나의 대사를 망가뜨리고 있다고는 꿈에도 몰랐다. 그저 겉보기에 좋은 상태와 그걸 증명하는 숫자에만 집착했다.
지난 1년간 몸에 해로운 것들을 제한하고 1일 1식을 하고 정기적인 단식을 하며, 내 몸의 변화들을 관찰하면서 내 몸은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제한하면 안된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하지만 먹는 음식의 80%이상을 탄수화물로 채우고 있을만큼 지나친 식단 불균형을인식하고 탄수화물을 많이 줄이고 특히 밀가루를 거의 먹지 않았다.저탄수를 하지 않는 이유는 나의 경우 지방을 많이 먹지 않는데다 탄수화물까지 완전히 제한해버리면 몸이 에너지가 없고, 우울함이 몰려오기에 건강한 탄수화물을 먹는 음식의 50%정도 비율로 맞추고 있다. 그리고 일반 상식과 달리 적당량의 염분 섭취가 우리 몸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안 뒤로는 저염식을 하지 않는다.
1년 이상 식단 관리를 하면서 세운 규칙이 몇가지 있다.
0. 설탕.밀가루,나쁜기름, 튀긴음식을 제한할것.
1. 지속 가능한 식단을할것.
2. 탄수화물 섭취는 50%로 할것.
3. 먹어야 할 때는 충분히 실컷 먹을 것.
(특히 생리 전과 후 3일간, 기념일과 모임등)
4. 가끔 치킨, 피자, 빵, 라면, 칼국수도 허락할 것. (강박을 갖지 않기 위해)
흰 강낭콩밥과 육개장, 간단한 반찬
그래서 나는 주로 한식을 먹는다.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별도의 음식을 먹지 않는다. 평소에 먹던대로 설탕, 밀가루, 나쁜 기름, 튀김만 제외하고 평범한 밥상을 차린다. 닭가슴살이 들어간 샐러드나 그 밖에 유행하는 다이어트 샐러드를 먹은 적이 없다. 지금 내 나이에 갑작스럽게 살을 뺄 이유가 없으니 건강에 초점을 더 두게된다. 평소 먹던 음식이 아닌 극단적인 탄수화물을 제한한 식사를 하거나 샐러드 위주의 식사를 하다보면 금방 지친다. 그러니 더 빠른 감량을 해서 그 고통을 빨리 끝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그렇게 먹는 것을 줄이고 줄여 체중을 줄여봤자 기다리고 있는 건 다이어트 이전보다 더 늘어난 체중과 망가진 대사 시스템이다.
이젠 그런 우매한 실험을 내 몸을 상대로 계속 할 수 없다. 하지만 몸무게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버려지지 않고, 거울 속 내 모습에 신경이 쓰인다. 다시 살이 찔까봐 걱정이라 매일 몸무게를 재고 있다. 무엇을 먹었을때 체중이 변화는지를 관찰하는 거라 하지만 실제로는 몸무게가 늘었을까봐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다. 사실 저울에 찍히는 숫자보다 마음을 써서 몸이 느끼는 감각을 살피고 집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함에도 그렇다.
나는 왜 그렇게 오랜 시간 몸무게에 집착해왔을까?
바디이미지란 개념이 있다. 내 몸에 관한 나의 생각과 판단을 의미하는 이 바디이미지는 지금 내 외모가 어떠한가와 상관이 없다. 일란성 쌍둥이도 바디이미지가 제각기 다르다. 키가 작든, 몸무게가 많이 나가든, 나이 들어 보이든 신경 쓰지 않고 충만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긍정적인 바디이미지를 가진 사람이다. 반면 괜찮은 외모를 갖고 있는데도 외모 콤플렉스를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부정적인 바디이미지를 가진 사람은 ‘완벽하지 않은’ 자신의 외모를 끊임없이 걱정하고, 보완책을 찾는다.
가만 생각해보니 168Cm에 55-57kg정도의 체중을 유지했을때 주위 사람들에게 그리고 이성들에게 가장 많은 호감을 얻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강박적으로 늘 저 체중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저 체중을 유지하지 못했을때 신체 자신감이 떨어지고 우울했다. 체중이 늘어 있을때는 옷을 거의 사지 않거나 서더라도 검은 색 옷이나 고무줄 바지만 샀다. 그렇게 아무거나 입다가가 다시 살이 빠졌을때야 옷을 산다. 그래서 옷장에는 두 가지 사이즈의 옷들이 있다. 어느 옷도 과감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혹시 다시 늘 체중을 걱정하며, 혹시 다시 날씬 해질 그때를 기대하며 그대로 둔다.
사회적인 문화 자체가 예쁨의 기준이 날씬함을 넘어서 '마름'을 추앙하고 있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서로가 외모에 대한 품평을 '당연시'하는 것도 문제 일 것이다. 그렇다고 성형을 하지도 않았고, 비싼 화장품을 사거나 옷으로 나를 치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늘 외모에 나름 신경을 쓴다. 내가 약간의 체중 강박을 가지고 있는 것은 결국 내가 어떤 몸을 가져도 상관없이 '사랑받는 경험'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나의 몸에 대한 살면서 들어야했던 수 많은 품평이 너무도 불편했음에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내 바디 이미지에 대한 문제를 인식해도 여전히 나는 타인의 잣대를 버리지 못한다. 살이 찌고 빠진 것과 상관없이 언제나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확신을 갖지 못한다.
늘 '예쁠 자격'을 따진다. 겉보기에는 몸의 진정한 건강을 신경쓰는 척 건강한 음식을 먹고, 생활 습관을 변화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타인의 기준에 내 몸에 대한 평가를 맡긴다. 어제 늦은 시간 저녁을 잔뜩 먹고 자서 일어나 거울을 보았다. 뿌리 염색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드러나는 흰머리에, 피곤함이 역력한데다가 피부톤도 일정치 않은 까무잡잡한 피부에 기미까지 있는 얼굴, 주름이 비교적 없는 얼굴에 비해 목은 고스란히 나이를 먹은 이 모습이 지금의 나다.
순간 머릿속에 어제 유튜브에서 본 늙지 않은 50대 여배우의 모습이 떠올라 거울 속 여인이 더 늙고 못생겨 보였다. 사실 정직하게 나이 먹은 내 모습을 50이 훌쩍 넘은 나이임에도 30대같이 보이는 연예인들과 비교할 필요는 없다. 성형으로, 화장으로, 옷으로 늙어감을 가리는 대신에 먹고 자고 움직이는 일에 조금 더 신경쓰며, 자연스런 주름과 흰머리를 갖길 원한다.
할일 많고, 책임질 것 많은 인생 최고 난이도인 40대를 살고 있는 거울 속 여인네에게 슬며시 웃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