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Essay1> 우리의 교육은 과유하거나 불급하기

by 책선생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이 꿈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누군가를 가르치며 살고 있다.

사범대를 졸업했지만 국어과목을 가르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적인 논술 수업을 하고 있지도 않다. 나는 나를 '책선생'이라고 지칭한다. 말 그대로 나는 책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책이 무엇이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 지를 가르친다. 그리고 책의 내용을 어떻게 하면 내 것으로 만드는 지를 가르친다.


나는 책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을 알아가는 삶을 살기를 원한다. 너무도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사실이다. 인생은 수많은 크고 작은 선택들이 쌓인 결과물이고, 선택은 자신을 잘 알 수록 세상 살기가 쉬워진다는 것을 나는 너무도 늦게 깨달아서 아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을 아이들에게 꼭 가르치고 싶다. 책으로.


적어도 내 자식은 지금의 한국 교육 방식으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많은 교육 개혁을 시도하고, 입시제도를 뜯어고친 들 달라진 건 없고 '아이들의 괴로움'과 '부모들이 감당해야 할 사교육비'만 늘어갈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들을 달래 가며, 26조라는 막대한 사교육비를 감당해 가며 견디고 있다.


한국의 학교는 더 이상 교육을 하지 않고, 그저 평가만 한다. 그래서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연구한다. 때론 그 평가마저도 신뢰를 의심받고 있다. 그렇게 어른들의 철학 없는 방황에 이 순간순간에 아이들은 그런 무지한 어른들의 밥벌이 대상일 뿐이다.


너무 과격하게 말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 더 과격해도 모자라다. 한국의 학교엔 교육이 없다. 우리는 그걸 모두 알고 있다. 다만 모른 척하거나, 체념하거나 또는 이 정도면 된 거라고 합리화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비겁함의 대가로 우리의 사비를 털어 사교육을 시키며 교육 역시 각자도생 하고 있다.


그런 부모들의 처지를 이용해 사교육 시장은 부모들의 갈증을 알아채고 원하는 상품들을 만들어 해소시키고 있지만 실은 그 교육 역시 '아이들의 성장'이 아닌 '입시 결쟁의 승리'를 위함이다. 그럼 대안은 없는 거냐고

현실이니 어쩔 수 없지 않냐고 묘안이 있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문제이지만 가능하다.


우선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패러다임이 있어야 하고, 패러다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그다음 패러다임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시간과 노력과 비용이 든다. 이런 사회 패러다임과 시스템의 변화는 개인이 하기 힘들다.


혁명은 그냥 일어나지 않는 법이니까. 보통의 혁명들은 시민과 국민들의 삶이 처참하게 무너질 지경에 이르러야 일어난다. 그래서 그냥 있어도 죽을 지경에 이르러서야 창과 총을 들고 거대 권력과 시스템에 맞선다. 그럴 때 보통 영웅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혁명으로 인한 변화의 패턴은 세계 역사에서 흔히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 역사는 어쩌다 우연히 발생한다. 계획하지 않고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폭발하게 된다. 재밌게도.


그럼 우리의 교육의 혁명은 일어날까? 그것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정작 힘든 건 아이들인데 아이들은 힘이 세고, 우리 부모들은 비용을 각자 감당할 만큼 힘들다.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지독히 수동적이고 순응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특유의 인내심으로 잘 견디며 또한 체념하며 시스템과 책임자와 싸우지 않고 각자도생 하며 살 것이다. 그저 내가 내 아이들에게 돈을 더 쓰면 되고, 내 아이가 잘 견디도록 내가 애쓰면 된다. 그리고 시간은 흐르고 내 아이가 크면 이젠 더 이상 나의 문제가 아닌 게 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되고 있다. 그러니 이건 늘 도돌이표가 되어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로 귀결된다.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내 아이들을 기르고, 많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모든 진리는 단순하다"는 것이다. 본질은 늘 단순하다. 현인들은 수많은 현상들을 걷어내고 공통된 진리를 찾아내어 책 속에 담아두었다. 그래서 책 속엔 본질로 가는 길이 있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겠는가.


책을 읽지 않으니 그 본질적인 지혜들이 그저 도서관에 묻혀있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21세기 도깨비방망이인 '스마트폰'에 홀려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급변하고 새로운 시대라도 인간의 행동은 일정한 패턴이 있고 그래서 역사는 반복된다. 시대가 변해도 나라가 달라도 인간이 가진 욕망은 공통된 것들이 있다. 오래 살아남은 책들을 읽어야 하고 이것이 그저 관념이 되지 않기 위해 내 삶과 연관 지어 읽어야 한다. 그래야 책을 읽으며 나를 알아가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그것이 책을 읽는 궁극의 목적이다. 이해력, 논리력, 추론력 그리고 학교 성적은 책을 읽기만 해도 그냥 따라오는 것이다.


특히 정도가 지나친 사교육과 평가에 급급해 교육의 본질에 미치지 못하는 공교육 사이에서 살고 있는 한국의 아이들에게 책을 잘 읽기만 해도, 아니 그저 좋은 책을 재밌게 읽기만 해도 충분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싶다. 본질은 단순하고 방법도 어렵지 않다. 이 책에 담을 내용들이 과유하거나 불급하기만 한 교육현실에서 아이들을 구할 '작은 혁명'이 되길 거창하게 바라본다.


필독서는 없다는 사실을 잘 기억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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