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에서도 골든 타임이 있는데, 그 첫번째 시기가 바로 취학 전 6-7세때다. 이때는 문자를 빨리 가르쳐 읽기 독립을 시키는 것보다 그림책을 눈으로 보고 엄마의 소리를 듣게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는 엄마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끼고, 눈으로는 그림을 보면서 상상력을 펼친다.
앞서 말했듯이 유아들 책에서는 글보다는 그림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제 막 문자를 배운 아이들은 더듬더듬 책을 읽게 되는데 내용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읽게 된다. 간혹 문자를 술술 읽는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문자의 의미까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읽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영어 파닉스를 배우고 영문을 읽는다고 영어책을 전부 이해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상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너무 이르게 문자를 가르쳐 글자에만 집중해서 책을 읽게 되고, 그림이 표현하고 있는 내용또한 놓치게 되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재차 강조하면 아이들 그림책에서 그림은 문자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직 문자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든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을 그림에 도움을 받으며 읽는다. 그래서 초등학교 3,4학년때까지, 혹은 뒤늦게 독서를 시작한 아이들 경우는 6학년이 되어도 삽화가 있느냐 없느냐, 어떤 그림체인가를 가지고 책의 선택 및 재미 유무를 따진다. 그만큼 아이들 책에서 그림의 위상은 굉장하다.
그런데 너무 일찍 문자를 가르쳐 혼자 책 읽기를 시키게 되면 아이는 그림보다는 문자에 집중해서 읽게 되고, 책의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는 그림이 내포하는 의미를 볼 시간이 없게 된다. 그러므로 이 시기에는 절대적으로 부모가 책을 읽어주어야 한다. 듣기만 해도 피곤할 수도 있지만 이건 어쩔 수 없다. 이 시기는 아주 적은 노력으로 큰 독서 효과를 볼 수 있으니 조금의 노력을 해보길 권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다양한 책, 많은 책을 읽어 줄 필요도 없다. 보통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 몇권을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한다. 다른 책을 가져 오기도 하지만 주로 좋아하는 몇권의 책은 거의 매일 가져와 읽어달라고 하는데,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다보면 읽어주는 부모는 지겹고 그래서 힘들다. 다른 책을 가져와 읽어달라고 하면 읽어주는 사람도 좀 새롭게 좋으련만 같은 책만 가져오는 아이가 이해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때 부모는 군말없이 읽어주는 것이 좋다. 간혹 아이가 가져 온 책을 뿌리치고 부모가 책을 골라 읽어주기도 하는데 그래도 마무리는 아이가 오늘도 읽어달라는 '그책'을 읽어주고 마무리하는 게 좋다.
아이들 입장에서 '그 책'은 언제 만나도 즐거운 친구이며, 매일 자라는 아이에게 '그책'은 수백번 읽어도 늘 새롭고 재밌다. 아이들의 하루는 어른의 하루와 다르다. 아이의 일주일은 어른의 한달과 비슷하다. 아이는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하는 존재이기때문이다. 아이가 보는 세상은 매일 다르고, 같은 것을 보아도 아이 자신이 커가면서 세상이 달라보인다. 그리고 즐거운 것은 또 해도 즐거운 게 아이들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책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질리도록 반복한다. 매일 다른 것이 보이고, 매일 듣고 보아도 즐겁다.
하지만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어줄 때 읽는 부모가 너무 지겹고 힘들 수 있다. 그때마다 인물의 목소리 분위기를 바꿔본다거나 조금은 다채롭게 읽어볼 궁리를 해보는 게 어떨까. 이왕 하기로 한거 말이다. 같은 책을 읽는 것이 못견디게 지겨우면 오늘은 '로봇버전'이라고 말해주고 아무런 감정없이 읽어줘도 아이는 흔쾌히 즐거워한다. 그리고 다음에도 '로봇버전'으로 읽어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읽어주는 사람이 민망해지는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 시기의 독서의 목적은 딱 한가지만 충실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엄마, 아빠의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 매일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경험은 아이에게 책은 '부모와의 교감'하는 수단으로서 인식을 하게 된다. 그래서 유아기 독서가 잘 된 아이들은 평생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책은 곧 부모의 사랑으로 학습되어 있기때문이다. 학습으로 책을 잠깐 멀리 할 수는 있어도 언제든 다시 책을 좋아하고 읽는 어른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같은 책을 100번쯤 읽어 줄 각오 정도는 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게 읽어줘서 너덜너덜해진 책 몇권은 유물처럼 잘 보관해두자. 그리고 나중에 시도때도 없이 쌍심지 켜는 사춘기가 된 아이 앞에 슬쩍 드밀어보는 것도 좋겠다. '이거 기억해? 매일 엄마랑 아빠가 읽어줬던....한 300번은 읽어준 것 같은데...흠...흠...이제 그만 흰자위는 원래 위치로 돌려 놓고, 그 눈을 좀 예쁘게 뜨면 어떨까?' 아이의 못된 표정이 그때 그 시절 귀여운 아이로 아주 잠깐 변할 수도 있다.
아무리 부모의 사랑이 조건이 없는 사랑이라 하더라도 자식 키우는 일이 힘든건 힘든거고, 아이가 부모 마음을 몰라줄 때 서운한 마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거다. 그러니 가끔은 이런 생색쯤은 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