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1, 2학년은 모국어 형성의 절대적인 시기로 단순히 소리로서 글자를 인식하는 것에서 비로소 문자에 담긴 의미를 알아가는 시기이다. 그런데 이 시기의 모국어 중요성을 간과하고 모국어 대화나 책 읽기보다는 영어 유치원을 보내고 영어에 더 많은 시간을 몰입하다가 모국어에 타격을 입는 경우를 요즘은 너무도 많이 보게 되어 안타깝다.
초등 1, 2학년때는 모국어를 듣고 말하는 것 중심에서 읽고 쓰는 것으로 넘어가는 시기다. 지속적인 훈련으로 또는 자연스럽게 많은 책을 읽으면서 수월하게 많은 문자를 읽게 되고, 그 문자에 담긴 뜻까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들의 조각들을 모아 글로 표현해 보면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어렴풋이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국어의 기본을 완성하는 시기가 초등3학년 전후다.
사실 초등 1, 2학년 아이들을 만나보면 책을 많이 읽고 있는 아이든, 책을 전혀 읽고 있지 않는 아이든 큰 차이가 없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발달 과정 상 아직 사고력이 완전하지 못하며, 모국어 역시 높은 단계에 아직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읽을 수 있는 책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글이 조금 더 많은 그림책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조금 더 책을 읽은 아이들은 그림책에서 그림이 아주 많은 문고로 넘어간 정도다.
이 시기에 아이들에게 그림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다. 취학 전보다는 글이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지만 여전히 그림에 많은 의존을 하면서 책을 읽는다. 전체적인 책의 분위기, 캐릭터와 내용의 이해 등은 주로 그림에 의존한다. 그림이 있어서 전보다는 더 긴 호흡으로 많은 글이 있는 긴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책에 문자만 가득하고 그림이 하나도 없다면 이 시기의 아이들은 그 책을 쳐다볼 생각도 하지 않을 것이다.
초등 1, 2학년 중 특별히 지능이 높고,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 아이들은 대체로 유아기 독서가 잘 되어 있다. 또 부모가 글이 많아 혼자 읽기 힘든 책을 밤마다 읽어주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갖는다. 이런 아이들 경우에는 어휘나 내용이 어렵지 않은 수준에서 2학년인데도 불구하고 혼자 150쪽 내외 정도의 책을 거뜬히 읽어낸다. 이런 경우는 사실 특별하게 좋은 사례이므로 내 기준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부모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 아이의 독서력은 이렇듯 천지차이가 난다는것을 생각하면 좋겠다.
그런데 초등 3학년은 유아기 독서와 초등 1, 2학년 때 벌어진 그 독서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도 아직 어리기 때문에 읽는 책 수준이 무한정 올라가지 못해 독서의 격차가 일단 크지 않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10세 미만의 아이들은 교육적 변화가 가장 빠른 나이라, 부모와 선생의 역할에 따라 정말 다른 아이가 되는 사례들을 찾기 쉽다. 살아온 시간이 짧아서 아직 나쁜 습관이 별로 없고, 있더라도 아직 내면의 틀이 말랑말랑한 상태라 쉽게 다른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이것은 교육에 있어서 정말 중요하다. 그래서 초등3학년은 6-7세와는 다른 의미에서 '독서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초등3학년까지는 아직 부모의 지도력이 꽤나 잘 먹히고, 여전히 친구보다는 부모와의 유대를 중요시하는 나이라 부모와의 책 읽기에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마냥 어린 나이는 또 아니라서 아이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상의를 하고 책 읽기를 시작하고 그 과정도 논의해야 한다. 무작정 부모의 결심만으로 '오늘부터 책을 읽기도 했다'는 강제적 선언은 절대 먹히지 않으니, 민주적인 부모의 자세로 아이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토의를 해보기를 권한다. 부모는 책 읽기의 필요를 설명해 주고 아이와 함께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규칙을 정하는 것이 좋다. 시작이 반이다.
그렇게 초등3학년부터라도 아이 입장에서 유치하지 않은 수준의 그림책부터 읽게 하고, 아이가 혼자 읽기 부담스러운 정도의 글이 있는 책은 부모가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는 것이 기본이다. 앞서 말했듯이 독서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절대적인 양의 책을 읽는, 즉 '수영장에 물 채우기'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꾸준해야 한다. 단 시간에는 불가능한 일이다. 짧게는 6개월 보통은 1년을 꾸준히 독서 공백을 메우는 책 읽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을 해낸다면 또래 수준까지 독서력이 금방 올라가는 시기이다.부모의 여러 사정으로 유아기 독서나 초등 1, 2학년 때 독서를 소홀히 했다면 그 독서 공백을 말끔히 메꿀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인 것이다.
아이들에게 모국어는 의사소통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말한 바 있다. 초등3학년은 모국어의 기본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시기이다. 이 시기에 모국어의 기본을 잘 닦는 것에 힘을 쓰기보다는 거꾸로 영어에 더 힘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보편적 요즘 한국 부모들의 생각이다. 어릴수록 언어를 어렵지 않게 빨리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이 모국어의 기본을 잡는 결정적인 시기에 자칫하다간 두 마리 토끼를 잡기보다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을 수 있다는 것도 유의하면 좋겠다. 10세 미만의 아이에게 모국어는 '아이의 생각하는 힘'과 관련이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공교육에서 초등 3학 때부터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이 시기는 영어보다는 모국어의 기본을 형성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아이들에게 이롭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어를 벗어나 사고할 수 없음을 재차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