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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Jan 29. 2024

어땠을까

[아무것도 이룬 게 없는 이들을 위한 詩]

내가 그때 널 잡았더라면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마지막에 널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나의 옛사랑 옛사람
가끔 난 너의 안부를 속으로 묻는다
그리고는 혼자 씩 웃는다
희미해진 그때의 기억을 빈 잔에 붓는다
잔이 차고 넘친다
기억을 마신다
그 기억은 쓰지만 맛있다
그 시절 우리의 도수는 거의 웬만한 독주보다 높았어
보고 또 봐도 보고팠어
사랑을 해도 해도 서로에게 고팠어
목말랐어
참 우리 좋았었는데 헤어질 일이 없었는데


왜 그랬을까 그땐 사랑이 뭔지 몰라서
사랑이 사랑인줄 몰랐어
혼자서 그려본다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그때 널)
어땠을까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어땠을까 (마지막에 널)
어땠을까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까지 함께 했을까)


둘이 같이 꼴딱 밤새 맞이한 아침
홀딱 잠 깨 창문을 닫지
우리는 마치 창 밖의 참새처럼 잠들기 싫어하는 애처럼 초등학생처럼
아무도 없는데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못 듣게 귓속에 말을 해
그 시절 우리의 온도는 거의 저 밑에 적도 보다 높았어
성났어 감기도 아닌 것이 열났어
온몸의 어디든 귀를 갖다 대면은 맥박소리가
귓가에 그날의 너의 소리가


왜 그랬을까 그땐 사랑이 뭔지 몰라서
사랑이 사랑인 줄 몰랐어
혼자서 그려본다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그때 널)
어땠을까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어땠을까 (마지막에 널)
어땠을까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까지 함께 했을까)


눈앞에서 살진 않지만
눈감으면 살고 있다
다른 사람 품 안에서
같은 추억 하면서
내 곁에 있진 않지만
내 몸이 기억하고 있다
다른 사람 품 안에서
같은 추억 하면서


왜 그랬을까 그땐 사랑이 뭔지 몰라서
사랑이 사랑인 줄 몰랐어
혼자서 그려본다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그때 널)
어땠을까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어땠을까 (마지막에 널)
어땠을까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까지 함께 했을까) 


-작사: 싸이



싸이 [싸이 6甲] 2012


40대를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감정이 바로 '후회'다. 20대까지는 막연하게 꿈꾸던 일들이 이루어질 거라는 희망을 품어서 일까? 그러다 30대는 아이키우기라는 지상최대의 난제를 만난 시절이라 그랬을까? 나는 나의 감정을 되돌아볼 시간도 없이 꾸역꾸역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는 삶을 살아왔다. 


앞으로 나아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끝없이 과거를 반추하게 되는 순간이 왔다. 뒤돌아보니 그리 높게도 가지 못하고 그리 멀리 가지도 못했다. 그렇게 막연하게 꿈꾸던 것의 헛됨을 알아서 일까? 이제는 아이들이 다 커서 마음 둘 곳이 없어 내 마음을 들여다 보게 된 것일까? 최근 5년간 나는 매일 매일을 나에게 되물었다. 



왜 그랬을까 그땐 사랑이 뭔지 몰라서

사랑이 사랑인줄 몰랐어

혼자서 그려본다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내가 그때 널)

어땠을까 (잡았더라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어땠을까 (마지막에 널)

어땠을까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너와 나 지금까지 함께 했을까)


왜 그랬을까? 어땠을까!


한 것에 대한 후회와 안 한 것에 대한 후회 중에 사람들은 보통 안한 것에 대한 후회를 더 많이 한다고 한다. 한 것에 대한 후회를 덜 하는 이유는 이미 벌어진 일이고 어쩔 수 없다고 자기 합리화도 해가면서 정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안 한 것에 대한 후회는 그것을 선택했더라면 지금보다는 더 결과가 좋았을 것이라는 기대와 가능성을 여전히 품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왜 그랬을까'가 압도적으로 더 많다. '그때 그걸 하지 말았어야 했어. 그때 그 사람을 만나지 말았어야 했어. 그때 그런 선택을 하는 게 아니였어. 그때 그냥 참았어야 했어.그때 그걸 먹지 말았어야 했어' 나의 후회는 참으로 다채롭고도 많고 많다. 


인생의 수많은 선택의 누적분이라고 한다. 내가 의식하고 했든, 의식하지 못한 채 내린 결정이든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번의 선택을 하고 산다. 몇시에 일어날 것인가, 무얼 먹을 것인가, 누구를 만날 것인가, 일은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 운동은 할것인가 말것인가....이런 수많은 선택들이 하루 하루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다. 


많은 후회들을 혼자 읊조려보았지만 되돌릴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었다. 다만 그 후회를 바탕으로 앞으로 내가 할 많은 선택들을 잘 해나갈 자료로 삼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을 한다고 해도 나의 후회는 멈출 줄 몰랐다. 지금의 나라면 절대 하지 않을 선택을 했던 것에 대한 의문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여전히 나는 나에게 묻는다. 그때 대체 왜 그랬을까? 


그러다가 많은 후회를 한다는 것은 사실 '지금의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닐까하는 생각에 도달했다. 후회의 저 밑바탕에 깔린 근원적인 결핍을 찾자 눈물이 흘렀다. 


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나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리다는 이유로, 경험이 부족했었다는 이유로 나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고 과거의 후회를 현재의 자양분으로 삼기에는 지금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후회들을 툭툭 털고 정리하기에는 이미 살아 온 인생이 제법되어 그리 간단치 않았다. 이미 많은 실타래가 엉켜있었고,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것만 같아서 불안했다. 그냥 이렇게 도저히 풀 수 없을 것만 같은 엉망진창으로 엉켜버린 실타래만 붙잡고 인생의 종말을 맞이 할 거라고 스스로 저주했던 적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엉킨 실타래를 놓지 못하고 매일 매일 새로 시작하는 하루에 희망을 걸어보았다. 오늘은...그래도 오늘은....어제와 같은 오늘이지만 이 하루하루가 쌓이다보면 어제와는 다른 오늘이 되지 않을까 하는.....


내가 그때 널 잡았더라면 너와 나 지금보다 행복했을까

마지막에 널 안아줬다면 어땠을까

나의 옛사랑 옛사람

가끔 난 너의 안부를 속으로 묻는다

그리고는 혼자 씩 웃는다

희미해진 그때의 기억을 빈 잔에 붓는다

잔이 차고 넘친다

기억을 마신다

그 기억은 쓰지만 맛있다


요즘 나는 어제와는 다른 오늘을 살고 있다. 그리고 삶은 점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확실하게 어제보다는 오늘이 항상 괜찮다. 그렇게 희미해진 그때의 그 기억들을 빈 잔에 붓고, 잔이 차고 넘치는 그 기억들을 마신다. 그 기억은 쓰지만 달다. 그리고 난 나의 안부를 속으로 묻는다. 


나는 어제의 삶보다 오늘의 삶이 마음에 든다. 

나는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네가 참 마음에 든다.


오늘도 잘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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