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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선생 Jan 08. 2024

위잉위잉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이들을 위한 詩]

비틀비틀 걸어가는 나의 다리
오늘도 의미없는 또 하루가 흘러가죠
사랑도 끼리끼리 하는거라 믿는 나는
좀처럼 두근두근 거릴일이 전혀없죠


위잉위잉 하루살이도
처량한 나를 비웃듯이 멀리 날아가죠
비잉비잉 돌아가는
세상도 나를 비웃듯이 계속 꿈틀대죠


Tell me Tell me, Please don't tell
차라리 듣지 못한 편이 내겐 좋을거야
Tell me Tell me, Please don't tell
차라리 보지 못한 편이 내겐 좋을거야


ai ai ai ai ai


사람들 북적대는 출근길의 지하철엔
좀처럼 카드찍고 타볼일이 전혀없죠
집에서 뒹굴뒹굴 할 일없어 빈둥대는
내 모습 너무 초라해서 정말 죄송하죠


위잉위잉 하루살이도
처량한 나를 비웃듯이 멀리 날아가죠
비잉비잉 돌아가는
세상도 나를 비웃듯이 계속 꿈틀대죠


쌔앵 쌔앵 칼바람도
상처난 내 마음을 어쩌지는 못할거야
뚜욱 뚜욱 떨어지는
눈물이 언젠가는 이세상을 덮을거야


Tell me Tell me, Please don't tell
차라리 듣지 못한 편이 내겐 좋을거야
Tell me Tell me, Please don't tell
차라리 보지 못한 편이 내겐 좋을거야


Tell me Tell me, Please don't tell
차라리 느껴보지 못한 편이 좋을거야
Tell me Tell me, Please don't tell
차라리 살아보지 못한 편이 좋을거야


비틀비틀 걸어가는 나의 다리
오늘도 의미없는 또 하루가 흘러가죠
사랑도 끼리끼리 하는거라 믿는 나는
좀처럼 두근두근 거릴일이 전혀없죠


위잉위잉 하루살이도
처량한 나를 비웃듯이 멀리 날아가죠
비잉비잉 돌아가는
세상도 나를 비웃듯이 계속 꿈틀대죠.


작사- 오혁



혁오 [20] 2014년

 


새해부터 불운한 일이 생겼다. 여행을 갔다가 반려견이 다른 개에게 공격을 당해서 오른쪽 뒷다리 인대가 끊어졌다. 여행 둘째 날 늦게 일어나 밥을 먹으러 간 식당은 우리가 첫 손님인 듯 했다. 가게 밖에는 풍산개 한마리가 있었다. 우리도 개를 키우고 있다는 말을 하니 식당 주인은 차에 있는 반려견을 식당 안으로 데려오라고 말했다. 나는 거절했지만 식당 주인은 우리 아이들에게 괜찮으니 개를 얼른 데려오라고 했다. 식당 주인의 이상한 호의에 말려들기 시작했던 순간이다.


사실 주인은 아직 식당을 열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는데, 그런 원치않는 호의로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여튼 식당 주인은 이어 나를 주방으로 불렀다. 그리고 얼른 밥을 해서 먹어야 하니까 자신을 도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원래 메뉴에는 없는 싱싱한 생선을 구워주겠다고 했다. '참...재밌는 사람이네' 라고만 생각했다. 사실은 '참...이상한 사람이네'라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여행 중이라 그 이상함도 재미라 느꼈다. 그렇게 난 또 한번 이상한 식당 주인의 이상한 호의에 말려들었다.


잠시 주인은 자신의 개를 식당안으로 데려와 우리 반려견과 인사를 시켰다. 혹시 서로 싸울까 싶어서 긴장하면서 주의를 기울였지만 개들은 얌전했다. 그렇게 식당주인은 '우리개는 절대절대 안물어'라며 다시 주방으로 로 들어갔다. 나도 일단 안심을 하며 둘이 도는 것을 지켜보았다. 식당개는 암컷 풍산개로 수컷 코카 스패니얼인 우리 반려견에 비해 덩치가 2배나 큰 개였다. 암컷인 풍산개는 특이하게 먼저 수컷인 우리 반려견에게 마운팅을 하기 시작했고, 우리 반려견은 경계하며 하지말라고 으르렁 거렸다. 그다음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 무리하게 마운팅을 하려던 식당 풍산개는 커다란 덩치로 우리 반려견을 깔고 앉았고, 우리 반려견은 몸무림치며 벗어나려 했다. 그 순간 고통스러운 '깽깽깽'소리가 났고, 둘을 떼어냈지만 우리 반려견은 여전히 덜덜 떨며 고통스러워했다. 그 식당 주인의 이상한 호의에 말려 결국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우리는 사고가 난 당일 반려견을 공격한 개의 주인과 피해 보상 여부를 두고 하루 종일 실랑이를 벌여야했다. 친절한 말로 보상을 다 해주겠다고 했지만 그 말을 믿을 수 있게 각서를 써달라는 것을 거절했다. 우리는 견주를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중재를 하러 왔지만 형사가 아니기에 원만한 합의를 보라고 권했다. 하지만 피해를 입힌 견주는 오로지 말로만 보상을 해주겠다고 할뿐 우리와 어떤 합의를 볼 생각이 없어보였다. 가서 수술을 받고 연락을 하면 보상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경찰 앞에서 숨겨왔던 진짜 속내를 드러냈다.


가해 견주: 이봐요~사람을 이렇게 못 믿나? 나도 좋은 일 하려다 그런거잖아. 같이 논거니까 그쪽도 책임이 있는거지. 둘을 빨리 떼어냈어야지. 그래도 내가 도의적 책임을 다 하겠다니까


나:  같이 노는 것에 합의했지, 다쳐도 좋다는 건 아니잖아요. 절대 안문다고 괜찮다고 했잖아요.


가해견주: 물지는 않았잖아. 그리고 서로 액땀한 셈 치자고!


나: 그 말은 해도 저희가 하는 거구요. 문것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잖아요. 그러니까 책임지겠다는 내용과 어디까지 최소 책임지실 건지, 수술비 전액이든 1/2이든...


가해 견주: 각서는 못써! 함부로 각서 쓰는 거 아니래.


 나: 책임지겠다고 하고선 책임지겠다는 각서는

왜 못 씁니까?


경찰관: 그럼 어디까지 책임을 지실 생각이신겁니까?


가해 견주: 차라리 새끼 개 한마리를 사주는게 낫겠네....


경찰관 : 그건 말이 안되고, 치료를 해주셔야죠.


가해견주: 책임진다니까?

그러니까 일단 가서 수술 받고 연락해.  

내가 지금은 돈이 없으니까.


본인도 개를 키우는 입장에서 할 소린가 싶었고, 액땀한 셈 치자하는 소리도 하려면 우리가 할 소리지 가해견주가 할 소리는 아니었다. 개를 키우는 사람에게 개는 짐승이 아니다. 감정을 나누고 삶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다. 말 그대로 자식이고 형제다. 백만원이 훌쩍 넘는 병원비가 부담이 되어 한 소리겠지만 처음에 수술 잘 받고 연락하라고 했던 말과는 모순되는 말을 하고 있었다. 협의점을 찾지 못하자 경찰관은 경찰서에 가서 조서를 써 놓을테니, 합의가 안되면 민사를 하시고 그때 사건 접수한 것을 증거로 쓸 수 있다면서 잘 협의를 보라며 떠났다. 결국 합의는 하지 못한 채 소액 민사소송을 해야하는 상황으로 일단락 지어졌다.


이미 계획했던 여행은 망쳤고, 우리 가족은 그렇게 하루 종일 새해 액땀을 진절머리나게 해야했다. 그리고 늦은 밤 숙소로 돌아오자마자 아파서 신음하는 개를 안고 울었다. 사고 당일 사는 동네 동물 병원 여러곳에 연락을 해서 수술 가능 여부를 묻고 남은 일정의 여행을 취소하고 올라왔다. 올라오는 내내 반려견은 끙끙 신음소리를 내다 잠을 자기를 반복했다. 우리 가족은 집도 들르지 않고 바로 동물 병원으로 향했고, 반려견은 무사히 수술을 받았다.


"왜 하필 거길 가자고 해서....다 내 탓이야!"

"그게 왜 엄마 탓이야. 엄마 탓 아니야"

"운이 없었던 거야"


쌔앵 쌔앵 칼바람도
상처난 내 마음을 어쩌지는 못할거야
뚜욱 뚜욱 떨어지는
눈물이 언젠가는 이세상을 덮을거야


Tell me Tell me, Please don't tell
차라리 듣지 못한 편이 내겐 좋을거야
Tell me Tell me, Please don't tell
차라리 보지 못한 편이 내겐 좋을거야


가족들의 위로도 소용없었다. 반려견을 다치게 하고 뻔뻔하게 구는 그들이 한없이 미웠고, 무엇보다 그 식당을 선택하고 식당 주인의 이상한 호의에 말려들어 그 자리에 계속 있었던 나를 더 미워했다. 그리고 개아들과 가족들에게는 한없이 미안했다. 운이 없었던거였는데 나는 자꾸 내가 그 운도 어떻게 했으면 피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하고 있었다. 불운함이 온전히 내 탓인것만 같아 일주일 내내 자책을 하고 우울했다.  



새해의 희망찬 다짐들은 시들해지고 나의 자신감은 한없이 떨어지는 그런 일주일이 계속 되었다. 새해 시작부터 이건 대체 뭐람? 일년 내내 재수가 없으면 어쩌나 근거없는 걱정도 되었다. 일종의 불운의 서막이 아닐까하는 비극의 시나리오도 써내려갔다.  '여긴 어디! 난 누구?' 이렇게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물과 기름처럼 분리되는 느낌까지 드는 나조차도 생경해지는 그런 날들이었다.


살면서 고비 고비 그런 날들을 겪어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날들은 어김없이 나를  또 흔들어 놓을 것이다. 겉보기에 다 행복해보이는 세상 사람들도 말 못할 고민이나 오랫동안 해결이 안되는 문제 하나쯤은 지니고 산다는 것쯤은 알게 되었고. 그래서 나만의 고민이 그닥 별일 아니라는 것도 알 것도 같다. 하지만 난 여전히 그 별일 아닌 일들에 내가 처량해지기도 한다.


위잉위잉 하루살이도
처량한 나를 비웃듯이 멀리 날아가죠
비잉비잉 돌아가는
세상도 나를 비웃듯이 계속 꿈틀대죠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반려견은 회복이 놀랍도록 빠르다. 수의사는 수술하고 며칠은 아파서 움직이지 못할거라 했는데, 개아들 여름이는 수술 3시간만에 움직이더니 다음 날은 잘 걷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짧은 산책도 가능했고, 낮은 높이를 오르내리기도 했다. 마치 다친 것을 잊어버린 양 평소처럼 움직이며 잘 먹으며 생활했다. 마치 날 이렇게 위로하는 양 느껴졌다.


"엄마~ 속상해하지 말아요. 난 괜찮아요!"


누구나 하는 새해 소원이 가족 모두 건강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것만해도 행복이라는 것을 다시금 절실하게 느껴지던 일주일이었다. 삶은 때때로 내가 머리로만 아는 것을 가슴으로 절절하게 느끼게 한다. 그렇게 나는 또 한번 행복이 아주 소박한 것임을 실전 체험으로 절실히 배웠다.


"불행 천만 다행이다. 그치 여름아!!

 잘 회복해줘서 정말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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