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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도알 Dec 08. 2023

그냥 땅에 떨어지는 기도는 없다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기도마저 듣고 계신 그분께


우리의 기도에 대한 신의 응답은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라고 한다.


첫째, 그래! 들어주마.


둘째, 아직은 아니다.


셋째, 나에게 널 위한 더 좋은 것이 있다.


나의 글 '누군가 내 생을 근사한 영화로 만들어버렸다' 

7화 <두근두근, 순례숙소 첫날밤> 중

아를의 숙소에서 뜻하지 않게 고흐를 만난

감격적인 순간을 영원히 붙잡아 놓고 싶어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욕심을 아주 잠깐 부려봤었다.

고흐가 지금 이 순간을 그려준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를 환생시키려 했으니

너무 욕심이 과했음을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스치듯 부려본 터무니없는 나의 어리광도

그분은 흘려듣지 않으셨다.

퇴직 후 어반스케치 작가로 활동하고 계시는 김명숙선생님께서 내가 묵은 숙소의 방을

직접 그려주신 것이다.

전혀 생각지도, 일말의 기대도 던 일이다.


나의 엉뚱한 상상을 멋진 현실로 만들어주신 명숙님!

이름처럼 맑고 밝은 기운을 담은

아를의 순례 첫 숙소 어반스케치를 통해

고흐와 사이 또 하나의 기적을 이어가게 해 주셔서

주님 어떠한 기도도 그냥 땅에 떨어뜨리지 않는 분이심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떻게든 고흐를 잊지 않으려는 소품들로
 가득 찬 방에 누워있는 나.
이 모습을 고흐가 그려준다면 그 또한 멋진 일일 텐데. 나의 욕심은 끝이 없다.

화가 김명숙님 어반스케치 작품                                                         아를에서 묵은 숙소


그리고 어떤 기도도 땅에 떨어뜨리지 않는 분이시라면

그분의 사랑과 은총이 더 필요한 곳에 가 닿는 기도,

따뜻한 온기로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기도를 올리자고 다짐해 본다.

감히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기도마저 

듣고 계신 그분께.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


주여,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고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1. 조카 사무엘의 기도

2. 피아니스트 유혜흔 율리아나의 연주

    - 성 프란치스코의 기도를 피아노연주곡으로 편곡한

        "피조물의 찬가" -

https://youtu.be/kbTL1QSmpoc?si=zNBfIZ37agxuzr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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