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서른은 어떤가요?
서른.
내 학창시절에 나이 30살은 '계란 한판'이라는 조롱의 대상이었으며,
그 즈음이면 결혼해서 안정적인 가정을 이뤄야하고 책임감있는 성인의 길로 접어들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물론 이제는 인생은 마흔부터 시작 이라는 말도 흔해졌고,
만 나이가 폐지되면서 나이에 대한 압박이 이전보다는 덜해졌지만,
개인적으로는 중요한 기로라는 생각이 드는건 어쩔수가 없나보다.
다만, 예전의 인식과 다른 점은
단순히 '나이듦'에 대한 인식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과 '깊이'를 가져야하는 시기로 인지된다는 점이 아닐까.
그런점에서 나는 서른을 앞둔 이 겨울이 무지 설렌다.
사실 12월 31일과 1월1일은 그저 하루가 지나는 그저 '매일' 중 한 날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어릴때는 한살한살 먹어가는 것이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느껴졌다.
대체 왜 어른들은 나이드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가.
이해가 가지않았다.
불과 내가 25살이 되던 해 친구들과 이런 대화를 나눴다
"미친거 아니야? 우리가 어떻게 25살이냐"
"난 아직 내가 22살같아"
"나도.."
"내년이면 26살이네 징그러워"
나이에 민감한 것은 그저 늙어감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저 난 여전히 어제와 다르지 않은 나일뿐인데,
왠지 내 앞에 붙은 숫자는 +1마다 깊이와 성숙을 가져야만 할 것 같기에
그 괴리에서 오는 낯섦이 만든 민감함이지 않을까 싶다.
아마 나는 서른이 되어도 여전히 게으르고 매일을 실패하고 때때로 성공하는 '나'이겠지
그러나 마침 내가 나의 삶의 기준을 조금씩 선명히 만들고 있는 와중에
때마침 서른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 설렐 뿐이다.
앞으로의 10년이 20대만큼이나 더디게 갔으면 좋겠다.
시간은 상대적으로 체감하기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데,
일상이 자주 반복되고 단조로울 수록 시간은 빠르게 간다고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르신들의 시간은 빠르게간다.
이제는 예전만큼 치열함을 무기로 불안해하는 것은 조금 나아진 듯 하다.
20대에는 뭐가 그리 바빴는지 조급함이 내 마음을 갉아먹기도 했다.
이제는 꾸준함의 힘을 믿고, 안정과 여유를 아주 조금이나마 품을 수 있게 되어
그 꾸준함을 무기삼아 서른을 맞이해보고 싶다.
-29살 어느 겨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