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매년 우리는 사계절이 찾아오는 시기마다 생각한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춥대"
"올 여름 더위가 역대 최고래"
나도 지난날들의 겪어온 날들과 비교하여 한마디 얹어본다. '올해는 봄이 늦네.'
눈이 내리는 3월의 봄.
아직 완연한 봄이 시작되기엔 이른가보다. 올듯말듯 갈팡질팡하는 봄의 모습에 나도 재킷을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한다. 겨울옷이 문득 그리워진 건지 이렇게 눈이 내릴건 뭐람.
2010년도즈음 중학생 1학년이던 내가 기억하는 4월의 어느날
하얀 눈이 촤르르 흐르며 거센눈을 쏟아내었고, 학교 운동장 인조 잔디 사이로 켜켜이 쌓이던 장면을 기억한다.
학생들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린다.
4월에 눈이라니..
아, 어쩌면 이 봄에 눈이 내리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있겠구나
겨울의 티를 벗어내버리는 마지막 신호처럼 봄에게는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구나.
텁텁한 공기와 간질거리는 얼굴 그 사이로 비치는 따스한 햇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책가방을 메고 그 봄 사이를 마구 뛰어놀던 그 향기
마냥 가녀리고 심성 따뜻한 봄인 줄 알았는데, 여기저기서 들리는 산불 소식에 마음을 졸이게 한다.
서울의 중심에 살아 온 나에겐 단 한번의 봄도 그렇게 무섭지 않았는데
이제 어른이되어 세상 소식에 눈을 뜨고 살아보니 사실 봄은 그리 따스하지 않았다.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는 봄과 차갑게 얼어붙어 흩날리는 봄.
이제 우리가 기억하는 그 노랑의 봄은 놓아줘야 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