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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 기분이 너무 우울했다. 고양이 세수와 양치를 하고, 대충 머리를 묶고 도서관에 가서 유지혜 작가님의 책을 몇 개 빌렸다. 날씨가 정말 좋았다. 쨍쨍한 해와 구름한점없는 그런 맑은 날씨! 갑자기 집에 들어가고 싶어졌지만, 조금만 더 움직여보기로 했다.
'창밖으로 나무가 보이는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는거야'
동네 버스를 타고 역으로 향했다. 지하철 플랫폼은 평일과 다르게 한산했다. 한 역씩 지나칠때마다 사람들이 하나 둘 탑승했다. 그래도 넉넉하게 자리가 남았고, 내부는 아주 시원했다. 어쩌다보니 내 출근길과 동일했음에도, 완전히 다른 기분이 들었다. 뭔가 기분이 나아지는 것 같았다. 매일 나가던 출구로 나가고, 평소에 매일 지나치던 가게들을 지나쳤다. 동일한 장소여도 완전히 다른 기분을 느껴보는 것은 참 좋았다. 아티제에 도착했다. 주문한 플랫화이트가 나왔다. 하얗고 보드라운 하트모양의 거품이 올라가있었다. 너무 귀여웠다. 창밖으로 보이는 사거리에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빵을 먹었다. 그리고 쳇베이커 노래를 들으면서, '쉬운 천국' 을 읽었다.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책을 읽는 순간 다른 모든 것들은 배경으로 채워지고, 책과 나 사이의 공간만 생기는 시간들. 책을 읽다 힐끗 옆을 보면, 흰벽에 드리워진 나무 그림자가 흔들거렸다. 사소해서 알아차기 어려운 것들을 느끼기 쉬워지는 순간들이 좋았다. 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놓아둘 수 있는 시간들.
창밖에 드리워진 햇볕과 나무 그림자가 종종 내 얼굴을 비추고, 나와 책 사이의 공간에는 은은하게 들리는 트럼펫 연주와 나의 감정만이 온전히 존재하는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