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 15번째 이야기)
자주 듣는 질문이다. 경기교육에서도 1인 1 스마트기기 보급과 하이러닝을 통해 디지털 수업이 본격화되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러나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자. 돈을 분별없이 쓴다고 해서 그 사람의 경제권을 아예 빼앗는 것이 옳은가? 권력을 남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모든 권력을 무조건 제한하는 것이 정당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돈이나 권력이 아닌 사용하는 사람의 분별력 있는 태도와 윤리적 판단이다.
디지털 기술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올바른 윤리와 인성이 없다면 좋은 도구보다 위험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디지털 문제들 역시, 사용하는 사람의 태도와 판단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디지털 교육도 같은 관점에서 봐야 한다.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스마트기기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닐 것이다. 오히려 아이들이 스스로 바람직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분별력과 윤리적 소양을 키워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디지털화된 세상이다. '부작용이 걱정된다'라는 이유로 아이들의 미래 역량을 키우지 못한다면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문제를 명확히 인식하고, 아이들이 자기 조절 능력을 키워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취임 직후인 2022년 9월 1일, ‘디지털 시민교육 전담팀’을 신설했다. 당시만 해도 아직 ChatGPT가 등장하기 전이었고, 디지털 시민교육을 별도로 다루는 교육청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시점에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디지털 시민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동안의 디지털 교육은 주로 기술적인 활용법이나 위험을 예방하는 차원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정보는 너무 빨리 제공되고, 콘텐츠는 쉴 새 없이 쏟아지며, 관계는 온라인에서도 이어진다. 디지털 기술은 이제 삶의 일부가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역량은 기술을 잘 쓰는 능력만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판단하는 힘이다.
디지털 시민교육은 먼저 디지털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디지털 기술을 올바르고 책임감 있게 사용하는 시민적 역량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창의적인 활용과 실천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동시에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지털 사회 변화에 대한 대응 속도도 중요하지만, 방향이 더욱 중요하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디지털 시민교육은 크게 두 축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디지털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을 책임감 있게 사용할 수 있는 시민 역량을 기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활동을 해낼 수 있는 창의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경기교육은 진단 도구를 개발해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디지털 역량을 점검하고 성장 경로를 계획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교사도 일상 수업에서 디지털 시민교육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도 함께 보급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민교육 5분 플러스’와 같은 짧고 명료한 수업 자료는 학교 현장에서 긍정적이다. 스마트기기 사용과 관련된 책임 있는 습관 형성을 위해 개발한 영상과 콘텐츠도 함께 제공한다.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접근 방식도 세심하게 구성했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민교육은 별도의 교육이 아니라, 정규 교육과정 속에 체계적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초등부터 고등까지 교육과정 전반에 걸쳐 일관된 흐름을 갖도록 교과서와 가이드북도 단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변화는 빠르지만, 교육은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2024년 8월 말, 디지털 기술을 악용한 심각한 사건이 발생했다. 청소년과 교사의 얼굴이 인공지능으로 조작되어 온라인에 유포된 범죄였다. 전국적으로 수백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피해자도 가해자도 대부분 청소년이었다.
경기도교육청은 즉각 대응에 나섰다. 피해 학생에 대한 법적·심리적 지원을 우선으로 하면서, 동시에 이 같은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디지털 범죄예방 교육 자료를 개발하여 학교 현장에 즉시 보급하였다. 디지털 시민교육팀은 긴급회의를 열어 수업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수업 꾸러미 자료를 제작하여 학교 현장에 배포했다. 이후 교사 연수와 학생 세미나, 학부모 설명회를 통해 문제의식과 대응력을 높였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악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동시에, 기술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의 판단과 태도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했다. 그 교육의 핵심에 디지털 시민교육의 준비와 대응력이 있었다.
경기교육이 지향하는 디지털 시민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 묻고 판단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다.
스마트기기를 사용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교육이 아니라, 어떻게 자율성을 지키며 사용하는 것이 책임 있는 태도인지 스스로 성찰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다. 경기교육은 앞으로도 디지털 시민교육을 지속적으로 심화시키고, 미래를 살아갈 학생들에게 필요한 균형 있는 디지털 역량을 키워갈 것이다. 그것이 바로 디지털 시대의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