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 16번째 이야기
“교육감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대학입시 개혁’입니다. 전국의 교육감 중 이렇게 구체적이고, 강력한 개혁안을 추진한 사례는 아마 교육감님이 처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얼마 전 교육 전문지 『에듀플러스』의 기자가 인터뷰 중 건넨 말이다. 내가 교육감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과제를 묻는다면, 그것은 바로‘입시 개혁’이다.
대학입시는 대한민국 모든 교육 문제의 중심에 있다. 입시로 인한 과도한 경쟁과 서열화는 학생들의 다양한 잠재력과 창의력을 키우기 어렵게 만들었다.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는 학생들에게 미래 역량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의 입시제도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 있다.
입시 개혁의 필요성은 과거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수많은 교육 전문가들이 다양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변화는 어려웠다. 교육 분야 중에서도 가장 민감하고 복잡한 영역이고, 수능, 내신, 학생부, 정시와 수시 등 제도 전반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학, 고등학교,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의 이해관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구체적인 접근조차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이유는 분명하다. 유·초·중·고 교육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문제가 결국 대학입시와 연결되어 있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펼쳐도 대학입시 앞에서는 물거품이 된다. 각국 어느 나라를 나가도 대한민국의 유·초·중 교육 정책은 세계적 수준으로 손색이 없지만 대학 입시라는 벽 앞에서 무너지는 것이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입시 경쟁이 과열되면서 학교는 지식 전달이나 창의성 함양보다 정답 맞히기에 집중된 평가 방식으로 운영되었고, 사교육비는 역대 최고를 갱신하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현실은 저출생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교육 격차가 확대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대한민국 교육의 3분의 1을 책임지고 있는 경기도교육청이 학생의 미래 교육을 준비하면서 대학입시에 대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교육감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대학입시의 구조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물론 입시를 바꾸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대학입시 개혁은 시대적 사명이다. 이 문제를 풀어야 교육이 바뀌고, 교육이 바뀌어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밝아질 테니 말이다. 대한민국의 교육감으로서 각오를 밝힌 이상, 제대로 끝까지 가 볼 생각이다.
대학입시 개혁은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며 실행하고 있다. 경기교육은 2024년 7월, 교육 본질 회복을 위한 미래 대학입시 개혁 추진을 선언했다. 선언 직후 내·외부 전문가 60여 명으로 구성된 ‘미래 대학입시 개혁 전담 기구(TF)’를 조직해 지속적인 개선 방안을 논의했고, 현안 연구 보고회를 마쳤다. 같은 해 9월 대입제도 개혁 방안 정책 연구에 착수하여 12월 최종 보고회를 마치고 2025년부터는 본격적인 소통과 협의를 이어갔다.
[2025년, 경기교육의 대학입시 개혁 추진 과정]
○ 미래 대학입시 개혁을 위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실무자 간담회(3. 25.)
○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교육의제 토의안건, 대입개혁(안) 발표 및 협의(3. 27.)
○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사회, 대입개혁(안) 발표 및 협력방안 협의(4. 2.)
○ 전국 시도교육청 대입업무 담당자(장학관, 장학사) 협의회(4. 7.)
○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 시연회(6. 18.)
○ IB 교육학회에서 경기도교육감 미래 대학입시 개혁 방안 발표(6. 21.)
○ 경기미래교육과정 연속포럼(4차,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다)(6. 24.)
○ 경기형 논술형 평가 문항 및 루브릭 개발(6. 30.)
○ 하이러닝 AI 서‧논술형 평가 시스템 상용화(7. 1.)
○ 2025 디지털 전문교원 아카데미 성과 나눔 발표회(7. 2.)
이러한 노력이 추진되면서, 학생, 학부모, 교사, 교원단체, 입시 관계자 등 많은 분과 소통하며 현장의 의견을 듣고, 현재 대학입시의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을 더욱 명확히 하였다. 과정에서 현 대학입시의 문제점들을 더욱 여실히 드러났고 더 많은 공감과 협력을 얻게 되었다.
경기교육이 추진하는 2032 대학입시 개혁안의 비전과 방안은 학생의 성장과 역량 중심 평가로 전환하고, 과도한 경쟁에서 벗어나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주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가장 먼저 제안된 방안은 내신 평가의 절대평가 전환이다. 모든 과목에 대해 5단계 절대평가(성취 평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상대평가를 폐지해 지나친 경쟁이 심화되는 문제를 해소하고, 각 학생이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중점을 둔 평가로 바꾸자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내신 평가에서 서‧논술형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능력을 기르기 위해 서‧논술형 평가를 점차 늘려가자는 취지다. 2026학년도 중학교 1학년 학생부터 서‧논술형 평가를 지필평가에서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도입하고, 이를 통해 2032년 수능 서‧논술형 평가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준비시간(6년)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2032년을 목표 시기로 정한 이유는 정부가 발표한 2028년 대입 제도 개편 이후 학생과 교사가 새로운 평가 방식에 충분히 적응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다. 또한, 학령인구 감소 시기와 맞물려 정책 추진이 보다 안정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있었다.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 방식 개선도 중요한 논의 사항이다. 기록 방식을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개선하고 학생이 도달한 역량(성취 수준) 중심 기록으로 일관성과 객관성을 높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교사 간, 학교 간의 평가 차이를 줄이고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학생 개개인의 역량과 성장을 중심으로 하는 ‘성장 기록표’를 도입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강점과 보완해야 할 점을 명확히 파악하고, 교사의 구체적인 피드백을 통해 꾸준히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수능 시험 개편도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 2032학년도부터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서‧논술형 평가를 도입하여 학생의 융합적 사고와 창의력을 평가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의 상대평가 방식은 학생들을 지나친 경쟁으로 몰아넣고, 사교육과 재수생 문제를 악화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절대평가를 통해 수능을 자격시험처럼 운영하고,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서 쌓은 역량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AI 기반의 채점 시스템과 전문 평가 인력을 활용하여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려는 계획도 함께 논의되고 있다.
수능 영어 듣기 평가 폐지 방안도 고려 중이다. 방송시설 차이 등으로 인한 민원과 사회적 고비용이 발생하는 수능 영어 듣기 평가를 폐지하고 대신, 학교 수업을 통해 충분히 듣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을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다.
이 밖에도 복잡한 수시와 정시 전형을 통합하고, 학생이 수능 성적과 내신, 학교생활기록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대학을 지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고등학교 3학년 2학기 성적을 대학 입시에 반영하고 수능 시험을 9월로 앞당겨 학생들이 충분한 준비와 안정된 대학 진학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하자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모든 제안은 현재 논의 중인 내용이며, 앞으로 더 많은 의견 수렴과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될 것이다. 교육감으로서 나는 앞으로도 학생들이 각자의 재능을 발견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학생 내신 평가 변화]
○ 전 과목 내신 평가를 5단계 절대평가 전면 시행.
과도한 경쟁 유발, 줄 세우기식 상대평가 폐지
학생 개개인의 역량과 성취 수준을 정확히 평가
○ 생각의 힘을 키우는 내신 평가의 서술형·논술형 평가 비중 확대
객관식 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들의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을 평가
2026학년도 중학교 1학년부터 점진적으로 확대 실시
○ 학교생활기록부 공정성 및 객관성 확보
체크리스트 형태 기록 방식 도입
나이스 시스템과 연계한 자동 기록 시스템 마련
교사, 학교 간 평가 편차 해소
○ 학생 역량 중심 성장 기록표(가칭) 도입
점수와 등급 중심 평가에서 학생의 역량과 성장 중심의 평가로 전환
교사의 상세한 피드백 추가
[대학수학능력시험 체제 개편]
○ 수능시험의 전 과목 5단계 절대평가 전환 및 서·논술형 문항 도입
수능을 자격시험 형태로 전환하여 과도한 경쟁 해소
AI 기반 채점 시스템 및 평가 전문 인력 활용
○ 수능 영어 듣기 평가 폐지
현장 시설 편차 및 고비용 문제 해소
AI 기반 수업을 통해 듣기 능력 충분히 함양 가능
[대입전형 개선]
○ 수시·정시 통합 전형 운영
기존의 복잡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통합 운영
대학들이 요소별 평가 비율(내신, 학생생활기록부, 수능)을 자율적으로 결정
수시의 허수 지원 문제 해소, 합격 가능성 예측한 후 지원 가능하도록 개선
○ 대입 전형 시기 조정
고교 3학년 2학기 성적까지 반영하여 졸업 직전까지 학습 지속 유도
수능 시기를 9월로 앞당겨 채점 기간 확보
대학입시 개혁은 대한민국 교육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지금 우리가 추진하는 입시 개혁은 단순히 평가 방법의 개선이나 시험 형식의 변경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교육 체제의 근본적 혁신이다.
입시 개혁을 추진하면서, 나는 이 과제가 단지 교육 영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끄는 시대적 소명임을 매 순간 느꼈다. 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치열하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경기교육이 지향하는 입시 개혁 방향이 옳다는 확신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앞으로 극복해야 할 현실적 장벽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교육이 바뀌지 않고서는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입시 개혁은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출발점이다.
이제 우리가 준비한 작은 변화가 대한민국 교육의 큰 미래를 열 수 있도록,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대학, 나아가 모든 국민이 함께 마음을 모아 적극적으로 함께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모두가 꿈꾸는 새로운 교육, 그 미래를 열기 위한 위대한 여정을 함께 시작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