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 26번째 이야기)
국가의 미래는 사람이다. 시대 인재, 인재는 시대를 이끄는 주체였다. 인류 문명을 되돌아보면 르네상스를 꽃피운 건 예술가와 사상가였고, 산업혁명을 견인한 이들은 과학 기술자였다.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힘은 인공지능, 바이오, 우주, 반도체와 같은 첨단 과학기술이다. 한국이 미래를 열어갈 힘을 키우려면 이 분야를 주도할 인재를 길러내야 함은 물론이다.
1957년 구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을 때, 미국이 받은 충격은 컸다. 과학기술에서 뒤처진다는 것은 국가 안보와 미래를 동시에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이른바 ‘스푸트니크 쇼크’라 불리는 사건 이후 미국은 NASA를 창설하고, 과학과 수학 교육을 국가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강화했다. 그 결단이 결국 달 착륙으로 이어지고, 미국을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만든 출발점이 되었다.
현재 한국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도체 강국이라 불리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과의 격차는 존재한다. 바이오와 우주,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추격자의 위치에 머물러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방영된 <인재 전쟁>이 이슈가 되었듯 학생들이 의대로 몰리고, 기초과학의 인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지금, 과학 인재를 체계적으로 길러내는 교육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 중심에 과학고가 있다. 과학고는 명문대 진학의 통로가 아니라, 학생이 가진 잠재력과 열정을 특정 분야에서 깊이 탐구할 수 있도록 돕는 성장의 장이다. 과학고는 국가가 미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한국판 스푸트니크 대응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는 대한민국 학생의 약 3분의 1을 책임지는 교육 현장이다. 그러나 과학고는 단 1곳에 불과했다. 입학 경쟁률은 전국 평균인 4:1보다 훨씬 높은 약 10:1에 달했고, 해당 지역 선발 원칙이 적용되어 지원 기회는 극히 제한적이었다. 단순한 불균형을 넘어 역차별이라 할 만 했다.
실제로 “경기도에서 과학고 가는 것은 서울대 가는 것보다 어렵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더 많은 과학고가 필요하다는 것은 교육청의 분명한 입장이었다. 이는 학생들에게 더욱 공정한 기회를 열어주고,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지역과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나아가 4차 산업혁명과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과학 인재를 조기에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과학고 확대는 이러한 인재 양성의 출발점이자, 대한민국이 미래 과학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다. 결국 과학고 설립 확대는 학교 수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교육정책의 비전과 직결된 과제인 것이다.
경기교육의 미래형 과학고는 각 지역의 특성을 충실히 반영하였다. 오래전부터 지역과 연계한 교육 모델을 구상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와 협력해 구체적인 설계를 제안했다. 당시 각 지자체의 노력은 실로 대단했다. 아마 그 시기가 각 지역 인사들을 가장 자주 만나며 논의했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현장은 그만큼 분주했고,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 결과 4개 지역이 최종 선정되었다. 이는 기대 이상이었다. 심사위원들조차 “각 지역이 보여준 특성과 준비를 고려하면 도저히 떨어뜨릴 수가 없었다”라고 할 정도였다. 경기 미래형 과학고는 그렇게 지역의 열망과 특성이 합쳐져 만들어진 성과였다.
[지역 특화교육 과정 운영]
성남: 판교 IT 생태계를 활용한 AI 심화 교육(AI·빅데이터·보안까지 포괄)
부천: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연계 로봇 특화 교육과정 운영.
시흥: 서울대병원 연계 기반의 신약 개발·바이오 데이터 탐구 중심.
이천: SK하이닉스 협력으로 반도체 특화교육 과정 운영.
이처럼 산업–교육 연계형 설계는 국내에서 첫 시도라 할 수 있다. 그 핵심은 삼각 협력 구조에 있다. 학교는 교육과정과 연구, 학생 생활의 중심이 된다. 지자체는 부지와 인프라를 제공하고 지역 기업과 연구 기관을 연결한다. 대학과 기업은 멘토링, 공동 실험, 현장 연구, 과제 수행을 맡는다. 교육청만이 감당하기 힘든 큰 일을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연구·학생 생활의 중심 주체
지자체: 부지·인프라·행정 지원, 지역 기업·연구 기관 연결
대학·기업: 멘토링, 공동 실험, 현장 연구, 과제 수행 담당.
이 과학고들은. 단계적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다. 2026년에는 기존 체제를 보완하고 미래형 과학고 전환을 준비한다. 2027년에는 성남과 부천이 개교하여 3교 체제가 된다. 2029년에는 시흥이 합류해 4교가 되고, 2030년에는 이천이 문을 열어 총 5교가 완성된다.
[단계적 개교 로드맵]
2026년: 기존 체제 보완 및 미래형 전환 준비 가속
2027년: (가칭) 부천과학고, (가칭) 분당 중앙과학고 개교로 3교 체제
2029년: (가칭) 시흥과학고가 개교로 4교 체제
2030년: (가칭) 이천과학고가 개교로 5교 완성.
교육의 본질은 생각해 본다. 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시험을 잘 치는 학생을 가려내는 것이 아니라, 잠재력을 발견하고 역량을 길러주는 데 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 현실은 오랫동안 ‘지필 위주의 암기 시험’에 매달려왔다.
경기교육의 새로운 과학고 선발 방식은 이러한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이다.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원칙으로 삼아, 단순한 암기식 시험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며 성장한 과정을 평가한다. 중학교 수준 범위 안에서 논리적 사고와 탐구 과정을 중심으로 보며, 내신 성적은 참고 자료이다.
[평가 구조]
1단계, 서류 종합 평가 및 개별 면접 : 교과 성취뿐 아니라 탐구활동, 독서, 동아리 경험, 문제 해결 과정까지 종합적으로 살핀다.
2단계. 심층 면접 : 단순한 지식 확인이 아니라, 흥미와 호기심, 탐구 과정에서의 실패와 재도전, 협업 경험 등을 중점적으로 묻는다.
문항 설계의 핵심은 성적이나 스펙이 아니라 과학적 태도와 잠재력을 드러내도록 만드는 것이다.
시험은 한순간의 성과만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학생의 내적 동기, 탐구심, 실패를 딛고 다시 도전하는 힘까지 보여주지는 못한다. 반대로 이번 방식은 학생이 어떤 질문을 던졌는지, 어떻게 다시 도전했는지를 본다. 그것이야말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이다.
다음글에서 미래형과학고, 대한민국의 내일을 설계하다.(2부)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