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 27번째 이야기)
중국의 부상은 거침이 없다. 불과 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던 그 나라는 이제 인공지능, 반도체, 양자 과학 등 첨단 분야에서 무서운 속도로 앞서가고 있다. 세계 각국의 과학 인재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거액의 조건에 스카우트되었다는 소식도 이제는 낯설지 않다.
반도체 분야만 보더라도 투자 규모에서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적지 않다. 한때 삼성전자가 국가 경제의 굵직한 기둥으로서 막대한 법인세를 내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규모가 예전만큼 크지 않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가 기대고 있던 힘은 다름 아닌 과학기술이었고, 그 기반이 약해지면 국가 경제 역시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 강국의 자리를 단단히 다져야 한다.
과학기술의 힘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연구자가 시작한 성과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 인재는 곧 국가의 미래라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인재로 성장할 우리 아이들. 과연 과학을 마음껏 탐구할 기회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과학고는 학생들이 과학의 넓은 세상을 만나는 곳이다. 흔히 제기되는 “과학고는 의대를 위한 통로인가”라는 반감에 대해 관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의학은 인류 생명을 다루는 최고의 과학이다. 뇌과학, 기초의학, 신약 개발, 유전체 연구 등과 직결된다. 과학고 출신의 인재들이 이런 분야로 나아간다면 오히려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의학 역시 물리·화학·생명과학의 기초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과학고에서 배운 수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뇌 신경망을 분석하거나, 화학 실험 경험을 살려 신약 개발에 도전한다면 그것은 과학고의 역할이다. 중요한 것은 길을 막는 것이 아니라,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가이다. 학생들의 연구가 인류적 가치와 사회적 기여로 이어진다면, 의학 진학 역시 하나의 확장된 길이 될 수 있다.
과학은 하나의 길이 아니라 수많은 길로 갈라진다. 천체물리를 연구하던 학생이 항공우주공학으로 나아갈 수도 있고, 생물학을 공부하던 학생이 바이오 데이터 과학자가 될 수도 있다. 컴퓨터 과학을 몰두하던 학생은 로봇공학이나 인공지능 분야에서 창업가로 성장할 수도 있다.
과학고의 본질은 바로 이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주는 데 있다. 시험 성적이 학생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호기심, 그리고 탐구 과정에서의 경험이 학생을 어디로 이끌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아이들의 호기심이 길이 되고, 탐구가 미래가 되는 것이다. 과학고는 특정 진로를 강요하는 학교가 아니라, 과학의 여러 갈래가 만나는 확장되는 장이 되어야 한다.
과학고 설립과 관련해 “비용이 많이 든다”라는 이야기가 종종 나오지만, 사실 중요한 논점은 그게 아니다. 오늘날 과학기술은 단순한 산업 분야 중 하나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반도체가 멈추면 우리의 모든 디지털 생활이 멈추고, 바이오 기술이 없었다면 팬데믹을 극복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주과학이 없으면 위성 통신도, 기상 예측도 불가능하다. 우리가 매일 누리는 안전과 편리, 그리고 국가 안보까지 과학기술 위에 서 있다.
그렇다면 과학 인재를 기르는 학교에 대한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미래 대한민국을 움직일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과학고는 그 가능성을 키우는 공간인 것이다.
과학고 확대의 필요성은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일 수 없다. 그 가치는 이미 많은 분들이 공감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사회는 과학 인재를 존중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많은 학생이 의대를 선호하는 이유는 안정성에 있다. 연구자의 길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진로로 인식된다. 긴 시간의 연구 과정에 비해 처우는 제한적이고, 성과가 나오더라도 사회적 인정이 충분하지 않다. 이런 현실이 바뀌지 않는다면, 과학고를 아무리 늘리고 교육과정을 개선해도 학생들의 선택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과학고가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공감대이다. 과학고는 일부 학생을 위한 ‘특권 학교’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꼭 지켜야 할 공공의 자산이다. 이 점을 사회가 인정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될 때, 과학고에서 길러낸 인재들은 연구실로 향할 수 있다. 개인의 안정보다 국가의 미래를 선택할 수 있는 길, 그것이 바로 과학 인재가 존중받는 사회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SciTech = Science + Technology )
과거 한국은 앞선 나라의 제도와 성과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가 이미 걸어온 길을 되풀이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앞서 나가기 어렵다.
문화예술 분야는 그 가능성과 변화를 보여주었다. K-POP과 K-Movie, K-Drama 등은 이미 세계를 주도하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왜 과학기술 분야는 세계 중심에 서지 못하는가"를 생각해 볼 때. 여기에 심각한 교육의 문제가 놓여 있었다. 창의력을 중시하지 않는 교육에서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선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육이 창의와 도전을 할 때, 과학기술에서도 같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미래형 과학고이다. 미래형 과학고는 첨단 과학 분야에 특화된 고교 교육 시스템이다. 기초 교육에서 나아가 고교 단계에서부터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수준의 과학 인재를 길러내는 학교인 것이다.
미래형 과학고는 학생 개개인의 창의성과 열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학교이자,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설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