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중심, 한 학생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다짐.

(경기교육 28번째 이야기)

by 임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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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 보람된 날이군」

– 교육이란, 한 사람의 삶을 지키는 일이다.


올해 1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수시모집에 응시한 수험생에게 실수로 합격 통보를 했다가 번복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피해 학생은 다른 학교에 합격한 상태였다. 중복 합격 시 한 학교만 선택해야 해서 DGIST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고 기존 대학 등록을 취소했다. 그러나 DGIST 홈페이지 합격자 명단에는 본인이 없었다. 학교 측에 문의했지만 ‘입학 담당자의 실수가 있었다’라며 불합격 통보가 돌아왔다. 이유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 그저 착오였다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대한민국에서 대학입시라는 관문은 얼마나 큰 것인가.

또 개인의 삶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느냐는 말이다.


학생에게는 위기였다. 다시 일 년을 꼬박 칠흑 같은 입시에 매몰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학생은 잘못이 없다. 그럼에도 피해자가 되었다. 그 결과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해결 방법을 찾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누가 나설 수 있을까? 선생님이, 부모님이, 혹은 학교가 나섰다 하더라도, 입학처의 결정은 쉬이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소송으로 가야 하나? 시간과 비용은 물론, 다시 입시에 나서야 하는 아이의 마음은 어디서 누가 붙잡아 줄 수 있을까. 그 복잡한 갈림길 앞에서 교육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누군가 나서야 한다. 학생 한 명을 위해서.


그 물음 앞에 교육의 중심이 사람이라면, 반드시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

보고를 받는 순간, 이 일을 단순한 민원으로 보지 않았다. “학생 중심”,“한 학생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 평소 강조해 온 교육 철학은 원칙으로 작동해야 했다. 학생의 보호자로서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직접 나섰다.


디지스트 총장, 과학기술부 간부, 교육부 장관 등과 연락하면서 구제책을 모색했다. 실무 부서의 경과도 수시로 확인했다. “아이 한 명의 인생이 어른들의 실수로 좌절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것이 문제 해결의 원칙이었다.


우리는 종종 교육 시스템을 거대한 행정 체계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교육은 행정이 아니다. 행정은 체계를 다루지만, 교육은 사람을 다룬다. 중요한 것은 단지 행정적 절차나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한 학생의 권리를 끝까지 지켜내는 일이다. 입시의 무게 아래, 소외될 수 있었던 한 사람을 붙잡아주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마음은 더 무거워졌고, 그만큼 더 신중하게 진행했다.


교육이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내가 직접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교육자이자 행정가로서 오랜 시간 쌓아온 경험과, 그 경험 속에서 함께해 온 분들과 깊은 신뢰 덕분이었다. 그분들까지 마음을 모아주셨기에, 한 아이의 내일을 다시 열 수 있었다. 감사한 일이었다.


결국 문제는 해결되었다. 학생은 다시 합격 통보를 받았다. 원래 원했던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사회가 옳은 방향으로 작동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감사한 일이다.


합격이 확정된 날,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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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17일, 합격이 최종 확정된 날, 학생과의 통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믿음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길 바랍니다.”....“학교에 합격하기까지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부모님도 그간 마음 졸이며 응원하셨을 텐데 참 대견하실 겁니다.”....“학교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자신감 있게 생활하세요. 하고 싶은 일을 주체적으로 선택하며 나아가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이 진심으로 위로가 되었기를 바랐다.

혹여 이 일로 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었다면 어땠을까. 상상만 해도 마음이 무겁다. 이제는 믿는다. 그 학생은 반드시 더 단단한 어른으로 자랄 것이다.


이번 일을 통해 교육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교육이 사람을 놓치면, 사회는 희망을 잃는다. 학생의 미래를 지켜냈다는 안도감만이 아니라, 교육이 여전히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여전히 바른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는 믿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 참 보람된 날이었다.


KakaoTalk_20250903_101627998.jpg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중용> 2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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