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 29번째 이야기)
3년, 30년의 벽을 뛰어넘은 경기 특수교육. (1부)
“장애인을 대하는 태도요. 선진국은 뿌리부터 다릅니다. 그들은 불편을 내 잘못이라 하지 않습니다. 사회적 인식도 제도가 부족한 탓, 환경이 준비되지 못한 탓이라 말하지요. 그래서 권리는 권리로 주어집니다.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당연히 보장해야 할 의무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베리어 프리(barrier-free), 보편적 설계(universal design) 같은 개념이 등장합니다. 사회가 적극적으로 환경을 바꾸어, 장애인이 특별한 노력 없이도 일상에 적응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우리를 ‘도와줘야 할 존재’라 합니다. 우리가 너무 답답해서 무엇을 요구하면 ‘자꾸 해주면 버릇된다, 큰 소리 내면서 요구할 때 해주면 버릇된다’라고 합니다. 권리를 말하면 ‘악용한다’라고도 해요. 정작 충분히 지원해 본 적도, 권리를 보장해 준 적도 없으면서 도대체 무엇을 해 주었길래 버릇된다, 악용한다고 하는 것일까요?
장애인이 사회의 제도를 악용하는 버릇이 생길 만큼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권리를 그렇게 충분히 보장하고 있나요? 그러면 왜 특수학교를 만들기 위해 엄마들이 지역 주민 앞에서 무릎을 꿇는 일이 생기나요? 일반 학교에 아이를 보내려고 하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뻔뻔한 엄마, 미안한 줄 모르는 엄마라는 말을 듣나요?
이 땅에서는 아직도 ‘장애인 인권’이라는 말이 필요합니다. 장애인이 온전히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받는 사회가 된다면 ‘장애인 인권’이라는 말이 필요 없습니다. 권리를 권리라 말하지 못하고, 장애인도 같은 인간이라는 걸 증명해야 하는 나라….
우리는 언제쯤 우리가 겪는 불편과 제약이 사회가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제도와 환경의 문제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장애인의 권리는 시례가 아니라 당연히 보장해야 할 사회적 의무로 여겨질 수 있을까요?” 장애아를 가진 학부모의 절절한 호소를 들으며 한참 동안이나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장애인 정책만큼은 선진국에 현저히 못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변화와 지원이 필요하다. 함께 이야기를 나눈 분들께 “경기도만이라도 장애인이 살기 좋은 경기도를 함께 만들어보자”라고 했다.
- 2024. 4. 경기특수교육 서포터즈 발대식, 학부모 서포터즈의 발언 중 -
지난 10년, 특수교육 대상 학생은 해마다 5~8%씩 증가하였다. 많을 때는 8.6%에 이르렀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교사와 지원 인력은 그대로 정체되어 있었다. 시급한 것 투성이었다. 무엇이 가장 먼저 필요한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달라지는지.
“장애인 한 명으로 인해서 온 가정이 다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학생들의 최종 교육목표는 자립 자활로 유아 아동부터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경기교육은 특수교육 현안을 중장기 과제로 재정렬하고, 전담 TF를 구성하여 속도를 높였다. 현장의 요구, 법·제도 여건, 실행 가능성을 한데 모아 로드맵을 다듬었고, 2023년 10월 ‘경기 특수교육 활성화 3개년 계획’을 발표하였다. 특수교육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전국에서 가장 열악했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함이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큰 교육예산을 운영하는 만큼, 이자 수입도 발생한다. 이 자금을 일반 예산에 녹이는 대신, 나는 특수교육에 매년 500억 원을 고정적으로 추가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 일반 교육재정의 틀 속에서 소규모로 지원되던 특수교육을, 독립된 재정 구조를 통해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전환한 것이다. 그동안 특수교육은 관심은 많았지만, 예산과 인력 면에서 늘 후순위로 밀리곤 했다. 경기도는 이를 정면으로 돌파했다.
그리고 나머지 예산은 교직원의 역량 강화에 집중적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그 결과, 지금 경기도의 특수교육 여건은 계속해서 향상되고 있다.
현장 첫 요구는 인력이었다. 총 1,030명의 인력을 새로 배치하기로 했다. 특수교사, 특수교육 지도사, 협력 강사, 돌봄 전담 인력 등 다양한 인력을 배치해서 특수교육 현장의 인력 부족을 전방위적으로 개선하고자 하였다. 특히 협력 강사는 전국에서 처음 시도된 제도로, 교사 자격을 갖춘 인력을 시간제로 배치해 교과 지도까지 직접 지원하도록 설계하였다.
기존 지원 인력이 장애 학생 일상생활 지원에 집중되었다면, 협력 강사는 교사 자격소지자를 채용하여 특수교사와 함께 장애 학생의 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수업의 질을 한층 높였다. 개별화 교육계획(IEP)의 수립–실행–피드백이 제때 돌도록 붙잡아 주고, 자료 준비와 평가를 나누며 수업의 연속성을 높인다.
특수교육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에서 나아가 장애 학생들이 특수교육을 받고 졸업 후 지역사회에서 단단하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고자 ‘장애인 인식 개선 강사’를 장애인 공무원으로 직접 채용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해하고, 장애인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며 인식 개선을 외쳤다면, 이제는 장애인 당사자가 스스로 권익을 옹호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길을 열고자 하는 것이다. 이들 신분은 공무원이며 본격적으로 제도를 정착시키고자 한다. 당사자가 직접 전하는 이야기는 무엇보다 진솔하고 가슴에 와닿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될수록 장애인은 점점 더 살기 편해진다. 말 한마디로 TV가 켜지고, 손을 쓰지 못해도 불이 켜지고 꺼지는 세상이니 말이다. 그러나 아직 학교 현장에는 이러한 기기들이 부족하여 학생들이 경험하지 못하고 있었다. 장애 학생에게는 스마트 기반의 환경이 무엇보다 필요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학교에서 준비하게 해주자,’ 경기교육은 모든 특수학급과 특수학교 공간을 미래형으로 조성하고자 방향을 설정했다.
경기교육은 하이러닝의 스페셜 버전처럼 장애 학생의 장애 정도와 유형을 고려한 맞춤형 AI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추진했다. 2024년은 모든 특수학교에 학교당 예산을 지원하여 공간과 장비를 정비하고 교수·학습 모델을 개발했다. 2025년부터는 사업을 특수학급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중증 장애 학생의 디지털 활용 역량이 62.5% 향상되었다. 휠체어 학생이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한 후, 스스로 일어서 걷는 장면은 현장에서 기적과 같은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역량은 학생만의 몫이 아니다. 이를 가르칠 교사의 전문성이 더욱 중요하므로 특수교사 역량 강화에 집중했고, 올해는 통합 교사까지 확대하였다. 특수교사와 통합 학급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에듀테크 연수는 큰 호응을 얻었다. 연수를 이수한 교사 가운데 90.6%가 실제 수업에서 에듀테크를 활용했다고 응답해, 현장 수업의 변화를 이끄는 촉매제가 되었다.
변화가 학교를 넘어 가정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내년에는 부모 교육까지 연계한다. 이를 통해 가정과 학교가 함께 학생들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될 것이다.
스마트 교육의 목표는 미래 사회에 필요한 스마트 기기를 학생들이 원활하게 다루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 이 정책으로 경기도에서 특수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미래 사회의 변화에 뒤처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적응하여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교실에서 발생하는 장애 학생의 행동 문제는 장애 학생의 학습권과 또래의 안전뿐만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과 감정노동을 동시에 시험한다. 특수교사 개인의 전문성과 역량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2023년 10월, 행동 중재 특화형 특수교육원 설립 추진을 결정하였고, 2026년 3월 1일 개원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교사들이 혼자만의 노력만으로 학생의 행동 문제에 대처하기 어려워 고충을 호소하고, 학부모가 자녀의 행동 문제에 대해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현실에서 행동 중재는 다음으로, 나중으로 미루기 어려운 절실한 과제였다. 교사에게나, 학부모에게나 살얼음판같이 불안하고 힘겨운 상황이었다. 이러한 현장의 어려움을 최우선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행동중재 특화형 특수교육원 설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보통 특수교육원 설립에만 7년 이상 걸렸지만, 경기도는 특수교육원 설립 결정 3년 만인 2026년 3월 개원을 앞두고 있다. 전국이 놀란 과감한 결단이었다.
행동 중재 특화형 특수교육원 설립은 연구와 모델 개발, 현장 코칭과 연수, 사례 컨설팅과 보호자 상담을 한 축으로 묶어 지원 체계를 제도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장의 어려움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행동 중재 시스템으로서 전국적인 표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3개년 계획의 주요 과제들은 이 같은 내용 외에도 돌봄 강화, 교육정책 보편적 설계 등이 포함되며 모두 현장의 절박한 요구에서 출발했다. 그동안 해결되지 못한 특수교육 현장의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기 위한 결정과 실천이라 전국의 특수교육 관계자들이 이 계획을 “기념비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 결과 구체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장애 학생 취업률 상승폭 1.2% 상승이 그 성과 중 하나이다.
경기도 특수교육의 가장 뚜렷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취업 성과에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실제로 학교 교육이 취업에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다른 시도보다 5.4%나 높게 나타났다.
취업률은 매년 4월 1일 기준으로 집계된다. 그동안은 해마다 0.5~0.6% 정도의 소폭 상승에 머물렀다. 그런데 최근 한 해 동안 무려 1.2%가 한꺼번에 상승했다. 이미 최대치에 가깝게 끌어올린 취업률에서 이뤄낸 성과라 더욱 의미가 크다.
지난 30년 동안 쌓아온 성과의 축적 위에서, 단기간에 취업률이 두 배 가까이 높아진 것이다. 이는 경기도 특수교육 정책이 장애 학생의 실질적인 삶의 변화를 이뤄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지표이다.
현장의 한 교사는 이렇게 전했다. “특수교육에서 지난 30년간 쌓아온 것보다 교육감 3년간의 성과가 훨씬 더 큰 도약이자 비상이었습니다. 그동안 전혀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변화의 속도는 매우 더뎠습니다. 그런데 가장 시급한 과제를 과감히 앞당겨 추진하면서 큰 도약을 이뤄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일까. 그는 이 성과를 두고 ‘파벽비거(破壁飛去)’라는 사자성어에 비유했다. 벽을 부수고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뜻 그대로, 3년간의 경기 특수교육의 변화가 파격적이라는 의미이다.
다음 글은 "3년, 30년의 벽을 뛰어넘은 경기 특수교육" (2부)로 이어집니다.
3년, 30년의 벽을 뛰어넘은 경기 특수교육.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