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아이이고 싶다.
3년 전 참석했던 어릴 때 친구의 결혼식. 오랜만에 보는 친구보다도 친구 아버지가 많이 늙으신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키가 크고 목소리가 크고 뼈가 굵은 분이셨는데, 오랜만에 보니 허리도 굽고 한쪽 어깨가 바짝 올라가셨습니다. 눈썹도 하얘지셨고, 목소리만이 기운차 여전히 쩌렁쩌렁 울리셨습니다.
친구 아버지를 보며 제 어린 시절,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의 어른들을 떠올렸습니다.
아이의 곁에는 늘 세상을 지켜주던 든든한 어른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굽은 등, 굽은 어깨를 보며 마음 한편이 시큰했습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을 뼈대로 시 비슷한 것을 적어 두었던 게 있습니다.
거인의 굽은 등, 굽은 어깨
내가 태어났을 때, 내가 어릴 때,
세상을 지탱하는 거인들이 있었다.
거인은
하늘을 떠받치고 땅을 뒤엎고
나무를 흔들고 바위를 던졌다.
자동차를 들어 산을 넘기고
바다를 끓이고 용암을 뽑았다.
벼락을 던지고 음식을 굽고
요리를 하고 천둥 치듯 노래를 하고 춤을 추었다.
거인은 단단한 방패이자 성벽,
지붕이자 따듯한 담요였다.
바위가 깨지며 별이 솟고 태양 아래를 무지개가 흘렀다.
거인은 나를 따뜻한 물에 눕히고 씻게 했다.
거인이 지키는 세상은 평화롭다.
차가운 겨울 초입, 거인의 머리에 서리가 내린다.
목소리가 쉬고 등이 굽는다.
세월은 흐르는 독처럼 내려
거인은 어깨를 주무르고 무릎을 절룩인다.
나의 위대한 거인들.
하늘을 지탱하고 태양을 떠받치던 그들을 본다.
오랜만에 본다. 어깨가 언제 이렇게 굽었나.
(언제 이렇게 작아졌지? 그럼에도 나는 아기 때처럼 그들을 올려다본다.)
그들의 머리 위로 새로운 태양, 새로운 하늘이 열린다.
팔짱을 풀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라.
이제 하늘과 태양을 떠받칠 때가 왔다.
이렇게 적어 두었네요.
그 시절 어른들은 신 같은 존재였습니다. 힘과 지혜를 가졌었죠. 차를 운전해 산을 넘고 무거운 물건도 쉽게 들고 뜨거운 물이 보글거리는 목욕탕에도 데려가고 음식도 뚝딱 만들어 줄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힘을 잃어가는 게 왜 이렇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까요.
그분들이 영원히 신이기를 바랍니다.
그런 면에서 마지막 끝맺음 부분은 좀 오글거리는 느낌이 듭니다.
이제 내가(우리가?) 그 시절 거인들의 역할을 이어받아야 한다...
그런 의미로 적은 듯합니다만... 가식적인 듯하고
어디서 주워들은 교훈적 마무리의 흉내를 낸 것 같습니다.
솔직한 마음을 적자면 이렇게 마무리했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거인이 되고 싶지 않다.
영원히 쇠락하지 않는 거인들을 곁에 두고
그들과 함께 신처럼 영원히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