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같은 6 전공

로스쿨 1-2 중간고사를 마쳤다

by 한유영

나는 지금 로스쿨 1학년 2학기를 보내고 있다.


이번 학기에 수강하는 과목은 총 6개다.

채권총론, 물권법, 민사소송법 1, 행정법 1, 상행위법, 형법각론.


2학기는 지난 학기에 비해 조금 마음이 편했다.

여름방학에 민법을 한 바퀴 돌렸고, 민사소송법도 어느 정도 예습하고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무것도 몰라 불안했던 지난 학기와 달리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 듣는 과목 수가 늘어났음에도 심리적으로는 좀 더 안정되어 있었다.


적어도 중간고사 기간 전까지는 그랬다.


분명 학기 초부터 열심히 공부했고, 지난 학기와 달리 뭘 공부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시간도 많이 아꼈다고 생각했다. 긴 추석 연휴에도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매일매일 열람실에 출석하며 공부했다. 그런데도 중간고사 기간은 정말 괴로웠다.


수요일과 목요일에 민사법 세 과목을 모두 끝내고 나서 금요일 오전에 있을 행정법 시험을 준비하던 때가 가장 고비였다. 중요한 과목들의 시험을 연달아 치르고 나니 진이 빠진 것도 있었지만, 그냥 행정법이라는 과목 자체가 날 힘들게 했다.


나는 법학부 출신임에도 학부 때 행정법을 안 듣고 온 터라 행정법의 용어와 개념이 낯설기만 했고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뒷부분까지 알아야 비로소 이해가 된다는데 민사법 공부만으로도 바쁜 마당에 행정법에 그만큼 투자할 시간이 없었다. 행정법은 금요일 수업 직후 3시간 정도의 복습이 일주일 공부의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시험 전날이 되었고 나는 완전 비상사태임을 깨달았다. 아직 사례집 1회독도 채 하지 못한 데다가 찌라시는 겨우 만들어 놓고 외우지도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나는 뭣도 모르지만 일단 당장 있을 사례형 시험에 어떻게든 답을 써내야만 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아침 시험이라 밤을 새우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원래 잠이 많은 나는 시험기간에도 밤을 새울 수가 없어서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6시까지 잠을 잤다. 금요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씻고 손에 잡히는 옷을 주워 입고 나오는데 날이 너무 추웠다. 편의점 커피 하나 사서 잠을 깨려고 했지만 도저히 잠이 깨지를 않아 열람실이 아닌 추운 로비에서 떨며 찌라시를 외웠다. 너무 힘들어서 나 자신이 좀 처량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ㅋㅋ)


시험 직전까지도 '내가 이 상태로 시험을 봐도 되는가'하는 의문이 가득했지만 막상 문제를 보니 전날부터 미친 듯이 외운 보람이 없지는 않았다. 답이 맞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뭐라도 쓴 것에 만족이다.


다행히도 행정법이 끝나고 오후에는 좀 잘 수 있었다. 그렇게 자고 나니 너무 시험이 끝난 것 같아서 공부가 하기 싫었지만 아직 형법과 상행위법이 남아 있었다. 정말 어떻게 공부했는지도 모르게 꾸역꾸역 공부를 했다. 형법은 그나마 사례집 2회독을 미리 해놓은 상태였지만 상법은 거의 노베이스나 마찬가지였기에 또다시 비상사태였다. 원체 미리미리 하는 성격인 나는 이렇게 다급하게 공부를 한 적이 거의 없어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번 시험기간을 지나며 '이게 로스쿨이구나'하는 생각을 다시 했다. 미리 해도 시험기간에 눈물 난다는 선배의 말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전쟁같이 긴박한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체감상 한 달은 지난 것 같았다. 눈물 흘리진 않았지만 찔끔 나긴 했다..


기말은 더 걱정이다. 대부분의 과목이 시험범위 누적이고 기말 범위는 더 어렵다. 심지어 기말고사 기간에는 주말도 껴있지 않다고 한다. 그게 사람이 할 짓일까.. 하는 생각이 벌써 들지만 나만 힘든 게 아닐 테니 버티기만 해도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자.


이제 민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재미있게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다른 과목이 틈도 주지 않고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것 같다. 이제 앞으로는 민법 공부할 시간이 더 없을 테니 이번 학기에 민법을 더 확실히 해야 할 것 같다.


부디 내 체력이 버텨주기를 기도하는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잘하고 있다고 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