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는 것만으로 마음에 평온함을 주고 행복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을 이제부터 A라고 지칭하겠다. A를 만나러 가는 길에서 보는 풍경 속 사람들은 더 활기차 있고 거리의 색감도 선명함이 가득 차 있는 느낌이다. A를 만약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했다면 거칠고 투박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보다는 부드럽고 산뜻한 카페라테를 시켜놓고 기다려야 할거 같기도 한다. A를 대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저절로 지어지기도 한다.
A가 가지고 있는 매력들은 과연 뭘까?
A를 처음 만났을 때 드는 자연스러운 감정은 호기심이다. 처음 대화의 자리에서 주로 그들은 청자의 입장에 있으며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무언가 나의 이야기보따리는 홀쭉 해진 느낌이지만 A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보따리는 여전히 꽉 차 있다. A의 보따리 안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해지고 그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어느샌가 A와 내적친밀감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나 자신이 있다.
A와 친해지는 초입단계에서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건 따뜻한 배려이다. 식당에서 정신없는 대화중에서도 내 물 잔이 비어 있는걸 바로 캐치해서 물을 채워준다거나, 내 이야기를 들을 땐 이야기의 전체 맥락을 빠르게 파악해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해내기도 한다. 만나서 같이 4,5시간을 대화하며 함께 보내는 동안 대화에 집중하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한 번도 꺼내는 걸 본 적이 없었던 적도 있었다. 같이 있는 동안 나를 향한 언사는 부드러움과 젠틀함이 묻어 나온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는 게 몸에 배어있구나라는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
친해질수록 부드러운 단단함이 보이게 된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A의 이야기보따리를 조금씩 풀어헤치게 된다. 삶을 살아가는 가치관을 엿보게 되고 생각을 조금씩 듣게 된다. 세상을 헤아리고 두드릴 때 필요한 지혜를 입술에서도 행동에서도 발산되는 걸 보게 된다. 나였으면 상처받았을 언사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걸 보기도 하고, 내가 기분이 안 좋아서 퉁명스럽거나 예민하게 반응해도 부드러운 웃음으로 흘려내 버린다. 바보같이 어쩔 줄 몰라서 짓는 그런 웃음이 아니라 여유와 내공이 쌓여 있는 듯한 그런 웃음을 맞닥뜨렸을 때 나의 예민함도 무장해제 되어버릴 때가 많다.
많이 친해졌을 땐 A의 인간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 유치한 장난을 치기도 하고 별거 아닌 일에 실실 웃기도 한다. 정말 많이 가까워져야 보이는 모습들도 비로소 보이게 된다. 상처받았거나 고뇌하는 모습도 보게 된다. A가 고난을 너무 무너지지도 않고 애써 태연한 척하지도 않으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감정들을 삼켜갈 때 그 진가를 보게 된다. A가 연약한 모습을 나에게 보이는 것을 허용했기에 보인다는 걸 이제는 나도 알기에 이 관계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A의 인간적인 모습이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을 더 담아내기에 그 매력에 더 빠져버리고 만다.
A의 매력은 어떤 특정한 행동 하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적인 따뜻함과 깊이에서 나오는 매력이다. 작은 배려와 온유함의 특별함을 일깨워준다. A와의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A는 나의 결핍을 인지시키기도, 채워주기도 하며 흑백 같았던 풍경 속에 감정을 일깨워주는 여러 가지 색깔들을 집어넣는 방법을 알려주는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