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대방의 일을 화제로 삼으면, 상대는 언제까지도 귀 기울여준다
1. 상대방의 일을 화제로 삼으면, 상대는 언제까지도 귀 기울여준다
(1) 설득의 주인공은 첫째도 둘째도 상대방입니다.
설득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실컷 하는 게 아닙니다. 상대방은 자신에게 도움 되는 정보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미팅을 준비할 때 ‘인지적 구두쇠’라는 용어를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한마디로, 인간은 골치 아프게 머리 쓰는 걸 무척 싫어한다는 의미입니다. 뇌는 수많은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에 선택적 인지는 합리적인 행동입니다. 모든 정보를 주의 깊게 처리하다간 뇌가 과부하로 터져 버릴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자신에게 중요한 정보’에만 집중하도록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제안을 들으면 이런 흐름으로 반응합니다. ‘나와 관련된 내용인가?’ ‘나에게 도움이 되나?’ ‘제안이 신뢰할 만한가?’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할 때 첫째도, 둘째도 반드시 기억해야 할 대화 규칙은 ‘상대방’ 위주로 화제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방 위주로 대화를 구성하려면 하고 싶은 말 중 많은 것을 버려야 합니다.
자랑거리가 백 개 있어도 상대방에게 중요한 부분이 세 개뿐이라면 속이 쓰리더라도 아흔일곱 개는 버리는 게 맞습니다. ‘아, 이 사실은 꼭 자랑해야 하는데’라며 속이 탄다면, 다음번 회의에서 하시면 됩니다.
버리기 아까운 그 장점들 때문에, 오히려 상대방이 궁금해지는 메시지가 묻힙니다. 지금은 어떻게 하면 세 개를 잘 어필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2)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같은 편에 섭시다.
사회심리학 용어 중에 인그룹(in-group)과 아웃그룹(out-group)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우리 편은 인그룹, 남의 편은 아웃그룹입니다. 얼핏 보면 차별화 가득해 보이지만 누가 우리 편인지 판단하는 것은 생존하는 데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갓난아이조차 호의를 가진 사람을 기가 막히게 알아봅니다. 자라면서도 아웃그룹을 경계하는 법을 충실히 배웁니다. 이 경향은 본능과 학습을 통해 이중으로 깊이 자리 잡고 있기에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인그룹에게는 신뢰와 공감을, 아웃그룹에게는 경계를 보입니다. 그러니 상대방을 설득할 때는 우리가 인그룹, 즉 같은 편이라는 인식을 줘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아웃그룹으로 분류되면 어떤 얘기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상대방은 귀를 닫고 객관적 근거조차 의심의 눈으로 쳐다봅니다.
서로를 아웃그룹(다른 편)으로 인식하면, 문제에 대해서 ‘상대방을 설득해서 바꿔야지!’라고 생각하고, 상대방도 ‘뭔가 잔뜩 요구할 모양이군. 경계해야겠다!’라고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 됩니다. 반면에, 서로를 인그룹(같은 편)으로 인식하면, 문제에 대해서 ‘공통의 문제를 같이 해결해 보자고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상대방도 ‘내 편이구나. 말하는 걸 들어봐야겠다!’라는 긍정적인 태도로 경청하게 됩니다.
(3) 상대방이 승자처럼 보이도록 이야기합니다.
적어도 일터에서는 이기는 대화라는 건 없습니다. 상호호혜성(reciprocity) 원칙이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호의를 받으면 그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입니다. 공동체 유지를 위해 필수적인 이 규범은 너무나 강력해서 마음 약한 사람들은 이 마케팅의 희생양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상호호혜성의 기본 원리는 반대의 경우에도 똑같이 작용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에 따라 누군가가 못되게 대하면 어떤 식으로든 갚아주고 싶어집니다. 그의 면상에 복수의 펀치를 날리기 전까지는 도무지 편히 잘 수가 없죠.
일반적인 토론에서는 최선의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치밀하게 찾아서 공격하는 게 정삭입니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은 그런 식이면 곤란합니다. 상대방을 공격해서 너덜너덜하게 만들면 대가가 고스란히 돌아오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으면서 내가 원하는 걸 우아하게 말하는 법을 배우시기 바랍니다.
2. 좌뇌와 우뇌를 움직일 근거를 찾다
(1) 모든 주장에는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통계로 거짓말하기는 쉬워도, 통계 없이 진실을 말하기는 어렵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장에 근거가 없으면 누구도 움직이기 어렵습니다. 힘 있는 메시지를 위한 PREP 기법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PREP 기법은 주장(Point) → 이유(Reason) → 근거(Example) → 주장 강조(Point)입니다.
서술식으로 표현하면 ‘A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구체적으로는. 그래서 A를 주장합니다.’하는 식으로 전개합니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경우라면 어디든지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하지만 강력한 규칙입니다.
(2) 객관적인 근거는 상대방의 이성을 자극합니다.
논리적이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나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어서, 상대방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논리적으로 보이는 게 왜 중요할까요? 사람들은 논리적(logical)이면 합리적(rational)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이라는 말은 ‘선택할 만하다’라는 의미입니다.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한 줄기 빛처럼 느껴지는 거죠. 논리적이라고 무조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논리적인 증거 없이 상대방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특히 일터에서는 말입니다.
주장에 객관성을 더해주는 권위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공식적 숫자입니다.
통계나 지표처럼 공식 기관에서 발표하는 내용입니다. 그 기관의 권위가 높을수록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물론 공식 통계나 지표 역시 만든 사람의 의도를 피해 갈 수는 없습니다만, 상대적으로 객관적인 ‘팩트’로 보이기 때문에 신뢰가 갑니다.
둘째는 다수의 의견입니다.
‘이거 다들 쓰는 거래!’, ‘직원들이 J 디자인이 더 좋다고 하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귀가 솔깃해집니다.
처음 들어본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세계 판매 1위’, ‘20대 여성 열 명 중 여덟 명이 선택’이라는 문구를 보면 더 신뢰가 갑니다.
셋째는 전문가의 의견입니다.
전문가의 의견은 학계 연구 결과일 수도, 저명인사가 인터뷰 등에서 얘기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지금 하는 주장이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권위 있는 사람의 주장이니까 안심하라는 신호를 주는 겁니다. 전문성만 있다면 꼭 저명인사일 필요는 없습니다.
공식적 숫자, 다수의 의견, 전문가의 의견, 이 세 가지는 주장의 객관성을 탄탄하게 받쳐주는 삼총사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