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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언어 – 친절하지만 선(線)을 단호하게

1. 요청을 무조건 승낙하기 보다는 제3의 방법 찾기

by 김병훈

1. 요청을 무조건 승낙하기 보다는 제3의 방법 찾기

(1) 협상을 겁내지 마세요, 대부분 가능합니다.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무조건 승낙하는 게 정답은 아닙니다. 중요한 고객의 요청이라도 무조건 들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성황을 먼저 솔직하게 말하세요. 그게 출발점입니다. 우리에게는 무리이지만 상대방에겐 큰 의미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려운 상황이라면 담백하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도와주려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상대방의 요구를 충족하는 제3의 안을 제시합니다. 대부분의 요청은 협상이 가능합니다. 무조건 승낙보다 협상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그러니 상대방이 무리한 걸 요청할 때 지레 겁먹고 무조건 ‘넵!’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상대방 역시 ‘해주면 좋고, 안 되면 이 정도라도 해주면 좋겠다’라는 마음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다음과 같이 의견을 제시하면 좋습니다. “가능한 한 도와드리고 싶네요. 그런데 지금 상황은 이러이러합니다. 서로 어떻게 조율하면 좋을까요?” 더 고마워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2) 경직된 태도와 프로페셔널함은 다릅니다.


정중한 요청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딱딱한 태도로 요청한다고 말에 힘이 생기는 건 아닙니다.

어느 조직이든지 직급과 연차가 낮을수록 요청 사항을 말할 때 딱딱하고 명령조의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상대방의 생각을 듣고 나서도 자기 주장만 고집하기도 합니다. ‘내가 어리고 직급이 낮으니까, 상대방이 얕볼 수 있어. 그러니까 더 세게, 강경하게 나가야 결과물을 제대로 줄 거라고.’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딱딱한 태도 덕에 그나마 지금의 결과물을 얻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꼼꼼하고 치밀한 것과 무례한 것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정중하게 요청하면 오히려 원하는 걸 얻기 쉽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은 이 사실을 빠르게 깨닫습니다. 협박하거나 딱딱하게 구는 것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로 요청하는 방법이 원하는 결과를 더 수월하게 가져온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상대방에게 정중하게 요청할 때 기억해야 할 세 가지가 있습니다.

① 정중한 태도로 요청 상황을 충분히 설명합니다.

② 상대방의 도움을 갚아줄 호의를 약속합니다.

③ 도움을 받고 나서는 꼭 감사 인사를 합니다.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요청하는 걸 업무 노하우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대방을 윽박지르지 마세요. 무례와 꼼꼼함은 다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는 을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갑입니다. 영원한 갑도, 을도 없습니다. 업무를 잘 모르면서 윽박지르기만 하는 사람을 속이는 방법은 수십 가지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상한 노하우를 배우는 대신에 실력을 키워서 꼼꼼하게, 깐깐하게 요청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무례하게 굴지 않더라도, 지시하는 사람에게 실력이 있으면 상대방도 알아보는 법입니다. 만나는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어 얘기해주세요. 그게 원하는 걸 더 쉽게 얻는 지름길입니다.


(3)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지원을 요청하세요.


상황별로 활용할 수 있는 지원군에는 세 종류가 있는데, 바로 직속 상사, 공통의 상사, 그리고 규정과 원칙입니다.

첫 번째 지원군 : 직속 상사

옆 부서에서 협조 자료를 받아야 하는데, 상대편이 시큰둥한 반응으로 차일피일 미루고 비협조적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럴 때는 혼자 전전긍긍하지 말고 빠르게 직속 상사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세요.

부서장은 귀찮은 일이 생긴 것이니 좋아하지야 않겠지만, 담당자가 단호한 태도로 나오면 대부분 들어줍니다. 공식적으로 하려면 협조문을 담당 부서에 전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러면 진행 상황을 뺀질뺀질한 담당자가 아니라 그 팀의 부서장에게 문의할 수 있으니, 업무가 좀 더 매끄러워 집니다.


두 번째 지원군 : 공통의 상사

큰 프로젝트는 여러 부서가 협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총괄 부서는 몸이 달아 있지만, 협업 부서는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이라는 심드렁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이 상황을 정리할 사령관을 모시고 와야 합니다. 사령관은 이 프로젝트의 성공에 관심이 많고, 여러 부서를 아우르는 공통의 상사를 의미합니다. 사령관이 섭외되면 프로젝트의 모양새는 프로젝트에 다른 팀이 협조하는 형태가 아니라, 프로젝트에 부서별로 각자 역할을 맡는 모습으로 됩니다.


세 번째 지원군 : 규정과 원칙

클라이언트가 계약한 조건을 넘어서는 무리한 요구를 할 때가 있습니다. 좋은 비즈니스 관계를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융통성을 보이는 게 좋지만, 억지를 부리는 것까지 받아줄 필요는 없습니다. 혼자 힘으로 거절하기가 버겁다면 차분하게 세 번째 지원군을 내세우면 됩니다. 바로 규정과 원칙입니다. 이 지원군과 함께라면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게’ 됩니다.


(4) 직장인 괴롭힘을 불허합시다.


자그마한 권력이라도 있다면 누구든 가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평범한 행동이 상대방을 괴롭힐 수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저지르는 괴롭힘은 소소합니다. 하지만 사막에서 타는 듯한 태양보다 신발 속의 모래 알갱이가 더 큰 고통을 주는 것처럼, 소소한 무례는 많은 직장인을 괴롭게 만듭니다. 퇴근 후나 주말에 상관없이 카톡을 보내거나, 퇴근 시간에 팀 회의를 소집하기, 결정을 가능한 늦게 내리기, 문서 제출 기한을 안 지키기, 과도한 농담이나 지적을 하는 것, 다른 사람을 소외시키기, 경험을 내세우며 후배의 의견을 무시하기, 상대방의 얘기를 들으면서 휴대폰을 보거나 다른 일을 하는 것처럼 이런 사례들이 끝이 없습니다.


조그만 권력과 힘으로 상대방을 무례하게 대하는 사람을 보면, 모두 놀란 눈으로 빤히 쳐다봐 주면서 그가 부끄럽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일터에서 괴롭힘은 악마 같은 사람의 끔찍한 소행이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의 악의적인 행동입니다. 누구든 자그마한 권력이 주어졌다면 상대방을 괴롭힐 잠재력이 있습니다.

같은 동료에게, 후배에게, 그리고 거래처 담당자에게. 그러하니 모두 주의하여 말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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