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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의 언어 – 문제 상황을 매끄럽게

1. 즉시 사과하는 것이 최고의 치료법입니다

by 김병훈

1. 즉시 사과하는 것이 최고의 치료법입니다


(1) 죄송한 것과 유감인 것은 다릅니다.


직장에서는 자주 ‘쏘리’한 상황이 생겨납니다. 일하다 보면 당연히 실수도 있게 마련이라 죄송스러운 상황도 자주 일어납니다. 미안한 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합니다. 이건 논쟁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일하는 공간에서는 잘못 사용하면 올무가 되기도 합니다. 범인으로 지목되어 억울하게도 책임과 질타의 포화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죽을 죄도 아난데 지나치게 비굴해지지 말아야 합니다. 신입이나 마음이 착하신(또는 연약하신) 분들에게서 많이 보이는 모습입니다. 무척 당황하며 비굴하게 몸을 낮추는 분들이 있습니다. 중대한 실수가 아니라면 죄인이 되어 쪼그라들 필요가 없습니다. 너무 저자세로 자책하면서 상대방에게 ‘큰 실수를 한 직원’이라는 이미지를 줄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에 대해서 해결 방안을 생각해내지 못하고 상사에게 짐을 떠넘기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일하다 보면 아무리 꼼꼼하게 준비해도 상황이 어그러지는 일이 자주 있습니다. 여러 조직이 협업하는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돌발 사태가 발생해 전체 일정이 지연되기도 합니다. 변수가 생기는 건 유감이지만, 담당자의 잘못은 아닙니다. 돌발 상황은 일어나는 게 정상입니다.

계획한 대로 100% 물 흐르듯이 진행되는 상황이 오히려 이상한 것입니다. 만약 어떤 프로젝트에 조금의 문제도 안 생겼다면 그냥 운이 좋아서였을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마음도 그 정도가 좋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관계자에게 빠르게 전달하고 같이 해결방안을 찾으면 됩니다. 그뿐입니다. 풀 죽은 목소리로 잘못을 고백하듯이 얘기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회사의 운명을 바꿀 정도로 엄청난 게 아닙니다.

혹시 이번에 좀 못했더라도 다음에 잘하면 됩니다. ‘후유’하고 한숨을 내쉬고 어깨를 한번 으쓱한 후, 도와줄 사람들과 해결책을 찾으러 나가면 됩니다.


(2) 사과는 조건부가 아니라 100%로 하는 겁니다.


진짜 문제가 생겼을 때는 100% 사과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잘못한 상황에서 반쪽짜리 사과를 하는 바람에 일을 악화시킵니다. 반쪽짜리 사과는 상대방의 에 불을 지필 뿐이므로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상황을 악화시키는 나쁜 사과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첫 번째 유형 : ‘나만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상대방에게도 잘못의 원인이 일부 있음을 은영중에 표현합니다. 100%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억울한 측면이 있기도 해서 조금이라도 사과의 무게를 줄여보려는 노력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화를 시도한 순간 분위기는 빠르게 싸늘해집니다.

두 번째 유형 : ‘당신이 더 신경 쓰지 그랬어요’

죄질이 더 나쁜 경우입니다. 사과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상대방 탓을 하는 겁니다. 미안한 마음을 표하기는커녕 오히려 상대방 탓이라며 비난하고 있습니다. 적반하장도 이런 적반하장이 없습니다.

세 번째 유형 : ‘내가 분명 미안하다고 했잖아’

사과는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사과를 했으니 비용을 지급했다는 당당한 태도로 나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사과 한마디로는 상대방이 준 상처를 회복할 수 없을 때가 많습니다. 10%도 회복되지 않는 때도 있습니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아직 90%가 남았는데, 상처를 준 사람은 ‘이미 사과도 했고 다 끝난 얘기’라는 태도를 보일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는 기껏 인정하고 사과하는 성의를 보였는데 상대방이 예전 같은 태도로 돌아가지 않는다며 이상하고 예민한 사람이라고 비난합니다.

“더 뭘 어쩌란 말이야?”라고 투덜거리면서 말입니다. 말 한마디로 때울 수 있는 상처는 많지 않습니다. 사과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는 건 1단계일 뿐입니다. 그러고 나서는 망가진 車를 보상하듯 상대방의 손해를 보상해 줘야 합니다. 정서적이든 물질적이든 말입니다. 보상도 없이 공짜로 모든 걸 포용하라고 요구하는 건 이기적입니다. 사과를 받아주는 건 그 사람의 권리이지, 정성스러운 사과의 대가로 지급해야 하는 의무가 아닙니다.


(3) 순도 100% 사과를 하는 세 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100% 사과는 어떻게 하는 걸까요? 상황과 상대마다 다르겠지만, 일터에서 자주 일어나는 상황이라면 다음의 세 단계를 추천합니다.


1단계 : 잘못이나 책임을 빠르게 인정합니다.

상대방은 사과받을 상황이 벌어진 것도 피곤한데, 혹시라도 내가 발뺌할까 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니 미적대는 태도를 보이는 건 좋지 않습니다. 잘못을 빠르게 인정해야 합니다. 혹시 다른 회사의 책임이 더 크더라도, 클라이언트와 대면하는 사람이 나라면 책임감 있는 태도를 뵈는 게 현명합니다. 다른 회사와는 나중에 시시비비를 가리면 되니까요.


2단계 : 상대방의 손해와 마음 상한 것에 사과합니다.

상대방의 마음은 이미 상한 상태인데, ‘그래, 책임지고 보상해 줄게, 됐지?’라는 태도는 곤란합니다. 상대방의 피해에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어쨌든 자신 때문에 안 해도 될 마음고생을 하는 것이니까요.


3단계 : 상대방의 손해를 줄일 방법을 찾습니다.

상대방의 손해를 보상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합니다. 이 과정이 없으면 말로만 때우고 발뺌하는 모양이 됩니다.


(4) 상대방의 짐을 나눠서 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내가 잘못하면 상대방은 두 개의 짐을 지게 됩니다. 일차적으로는 업무에 차질이 생기고, 이차적으로는 상대방의 상사에게 혼납니다. 그래서 상대방에게 진짜 미안한 마음이 생길 때는 상대방의 상사에게 직접 사과하는 것도 좋습니다. 상대방의 짐을 조금이라도 나눠서 지려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과를 제대로 하는 사람에게는 치밀어오르던 미운 마음이 슬쩍 풀어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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