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아노미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개인과 사회가 해야 할 일.
10.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는가? - 아노미
“아노미”는 한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가치관이 동등한 세력을 가지면서 한 사회 내에서 공존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아노미에 빠지면 무제한으로 욕구를 추구하다가 완전한 만족을 얻지 못한 채, 끝내는 자살까지 하게 됩니다. 자살이라고 해서 반드시 죽음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고, 죽을 줄 모르고 덤비거나, 자신의 체면이 형편없이 구겨져도 좋다고 덤비는 것도 자살이나 다름없습니다.
(1) 아노미란 무엇인가?
‘아노미’는 일종의 사회 병리 현상으로 ‘無法性’ 내지 ‘법의 무시’라고 해석됩니다.
‘아노미 현상(anomie phenomenon)’이란 급격한 사회변동의 과정에서 종래의 규범(規範)이 약화하거나 쓸모없게 되고, 아직 새로운 규범의 체계가 확립되지 않아서 규범이 혼란한 상태 또는 규범이 없는 사회 상태로 된 사회 현상을 말합니다.
사회에는 평온한 환경, 존경받는 직업, 참된 삶 등과 같이 일반 사회인들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성취하고자 하는 가치로운 목표가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 사회인들은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하여 그 목표를 성취하려고 노력합니다. 이와 같이 사회적 목표는 분명한데 그것을 성취할 만한 적절한 수단이 주어지지 않거나 모호한 수단만이 혼재해 있을 때, 규범부재(規範不在) 또는 규범이 혼란한 상태를 나타내게 되는데 이러한 사회 현상을 아노미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19세기 말에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껭(Durkheim)의 “자살론”이라는 책에서 처음 쓴 후로 오늘날은 윤리학과 사회학 전반에 쓰이는 일반적인 개념이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뒤르껭은 인간이란 무한한 욕망을 가진 존재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동물과는 달리 인간들은 그들의 생물적 욕구가 충족되었다고 하여 결코 만족하지는 않습니다. 하나를 가지면 만족감보다는 또 다른 하나를 갖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끊임없이 욕구를 충족하려는 인간의 본성 때문에 인간의 욕구는 외적인 통제, 즉 사회적 통제에 의해서만 제한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 규제가 붕괴되면 개개인은 그들 자신의 욕망에 그대로 맡겨지게 됩니다. 이런 상태가 바로 아노미 현상입니다.
근대에 들어와 정치적 · 경제적인 변동이 심해져서 대가족제가 해체되고 소도시와 촌락이 해체되어 서로 이웃을 모르고 살게 되고 인간적인 유대 의식이 약해지고, 종교가 사람을 다스리는 힘이 약해지니까 인간의 행위를 규제해 주는 공통의 가치 기준이 없는 無規制의 상태가 야기된다고 뒤르껭은 말했습니다. 말하자면 남의 눈치 볼 것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사회 구조상의 급격한 변동에 의해 기존 생활의 틀이 붕괴되면 아노미 현상이 나타나게 됩니다.
인간이 인간답게 되는 것은, 오직 사회화된 인격을 지님으로써 사회를 통해서만 완전한 인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참된 도덕적 행위란 개인의 욕망을 집단이나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데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그것은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사회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유익한 것이 됩니다.
왜냐하면 제재받지 않은 욕망은 만족감과 행복을 가져다주기보다는 좌절과 불행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2) 아노미 상태에 대한 적응 유형.
사회학자 <머튼>은 한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 사이에 갭(GAP)이 생기면 그 사회 구성원 전부가 아노미에 빠진다고 주장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목표가 민주화인데 비민주적인 것이 많아 갭이 생기면 아노미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머튼은 아노미 상태에 대한 적응 유형을 동조, 혁신, 예식주의, 도피주의, 반항 등으로 분류하였습니다.
첫째, 동조형은 행위자가 목표와 수단을 다 같이 내면화하는 형입니다. 민주화를 포기하고 비민주적인 수단도 받아들이는 형입니다.
둘째, 혁신형은 제도적으로 금지된 수단에 호소해서라도 목표를 달성하려는 형입니다.
정부가 못하게 하는 일이라도 민주화를 하겠다는 사람들입니다.
셋째, 예식주의형은 흔히 의례형이라고도 하며, 제도적 규범을 고수하고 목표를 포기해 버리는 형입니다.
민주화는 포기하고 비민주적이라도 현존하는 법 제도에 충실하고 정부의 시책에 협조하는 형입니다.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 권력형 부조리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넷째, 도피주의형은 목표와 수단을 다 포기하는 형입니다. 민주화는 가망이 없다고 포기해 버리고, 그렇다고 해서 비민주적인 법 제도와 정부의 시책에 순종하기도 싫다는 형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계획적으로 반정부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기회 있을 때마다 법을 어기고 민주 시민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질서도 잘 지키지 않는 ‘이유 없는 반항형’, ‘현실 도피형’입니다. 만성 알코올 중독자, 마약 상습자, 내폐증 환자의 적응 행동이 대부분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섯째, 반항형은 목표와 수단을 다 포기해 버리고 새로운 가치 정착을 시도하는 형입니다. 반항형은 혁신형으로 위장할 때가 많습니다. 표면적으로는 민주화를 위한 파업·데모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신정부를 세우겠다는 것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노미론은 자살과 범죄·비행과 같은 일탈 행동만이 아니고 행동 형식을 광범위하게 설명하는 하나의 유효한 이론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여러 가지 연구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TV나 인터넷을 아노미의 도피적인 반응 형식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이런 것들을 우리 생활에서 필수품으로 여기고 있으며, 우리는 TV나 인터넷을 습관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3) 우리 사회의 아노미 현상.
우리 사회는 아노미에 빠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남의 것을 빌려서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부 권력 계층 중에는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재물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부정 축재를 한 사람들은 심각한 아노미 상태로 마구 치달은 사람들입니다.
매스컴에서는 ‘도덕성’ 운운하지만, 도덕성 이전에 규제력 상실이라는 병에 걸린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허겁지겁 욕구에만 치닫다 보면 나의 인격과 체면에 금이 가고 사회적으로도 물의를 빚게 되어 결국 사회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이 아노미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기 혹은 자기가 속한 집단 중심의 이기주의적인 생각을 떨쳐 버려야 할 것입니다. 육체, 욕망, 그리고 욕구의 무절제한 행동에서, 사회라는 것 자체가 존속하기 위해서는 공통된 신념 체계에 의한 공통된 통합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개인의 도덕성과 사회의 규제라는 조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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