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고령화 추세에 개인, 국가, 가족의 역할에 대하여.
3. 현실 속의 경제 - 개인의 인생경로
(4) 노후,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① 세계적인 고령화 추세.
전 세계적으로 출산율이 떨어지고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하는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체 인구 중 노인 인구가 7% 이상이면 ‘고령화사회(aging society)’, 14% 이상이면 ‘고령사회(aged society)’, 20% 이상이면 ‘초고령화사회(super-aged society)’라고 부릅니다.
② 고령화의 경제적 효과.
고령화는 여러 가지 경제적 효과를 갖습니다. 그 대표적인 몇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노인층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 즉 ‘실버산업’을 확대시킵니다.
실버산업은 기본적으로 노인복지 서비스를 수행합니다. 과거에는 이를 주로 가족이 담당했습니다. 지금은 이것을 국가와 시장이 일부 떠맡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형태로는 실버타운, 치매병원, 효도관광이나 노인수발 서비스를 들 수 있습니다.
둘째, 금융업을 발전시키고 세계화하기도 합니다.
한창때 재산을 많이 모은 노인들이 돈을 이리저리 굴리는 덕택에 금융업이 발전합니다. 특히 노인층을 위한 연금의 운용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으며, 연금은 세계를 휩쓸고 다니는 국제금융자본의 중요한 자금줄이기도 합니다.
셋째, 사회의 생산력을 떨어뜨림으로써 경제성장 속도를 둔화시킵니다.
이는 국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사회란, 일하지 않거나 일할 수 없는 사람들을 일하는 사람이 부양하게 되는데, 피부양 계층의 증대를 의미합니다. 나라마다 고령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제도의 정비는 항상 뜨거운 쟁점입니다.
노인층은 숫자와 조직에 기초한 정치력을 갖고 있고, 젊은층은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력을 갖고 있습니다.
사회보장제도에서 노인층의 혜택과 젊은층의 부담을 어느 정도로 하는가는 바로 이런 정치력과 경제력이 맞부딪쳐서 결정됩니다. 1인1표의 민주주의와 1원1표의 시장경제가 상호작용하는 셈입니다.
그런가 하면 노동연령을 연장하려는 움직임도 강합니다. 이를 ‘생산적 고령화’라고 합니다. 노동연령이 연장되면 세금 납부 기간이 연장되고, 사회보장 급부 기간은 단축됩니다. 삶에서 일과 여가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다만 일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노인층에겐 기회를 부여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교육-노동-휴양’의 3분할 인생경로 대신에 언제라도 재교육과 노동에 복귀할 수 있는 무분할(無分割) 인생경로를 창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③ 노인 부양 경로 : 시장, 국가, 가족.
노인복지 문제는 이분법적 사고만으로는 완전히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부의 사회보장 프로그램은 가족 내부에서 이루어지던 노인복지를 일부 사회화한 것입니다.
따라서 노인복지 문제는 시장, 국가와 더불어 가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노인의 생활 보장은 시장, 국가, 가족이라는 세 가지 경로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첫째, 시장 경로란 일하던 시절에 모아둔 재산으로 노년을 스스로 책임지는 방법입니다. 이자 수입이나 임대료 수입, 사적 연금으로 생활하거나 모아둔 돈을 조금씩 까먹으며 사는 방법이 이에 해당합니다.
둘째, 국가 경로란 정부가 관장하는 사회보험제도를 통해 노년을 지원하는 방법입니다. 사회보험은 가입자 자신이 낸 보험료와 운용수익을 노후에 연금으로 지급받는 ‘적립식’과 현재의 근로자들이 낸 세금으로 은퇴한 노령층을 부양하는 ‘부과식’으로 나뉘는데, 둘 중에서 부과식이 진정한 국가적 경로라 하겠습니다.
셋째, 가족 경로란 가족 중 소득이 있는 사람이 소득이 없는 사람을 부양하는 방식입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가족 경로를 통해 노인을 부양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편입니다.
④ 공적 연금과 한국의 국민연금.
은퇴 후 생계를 꾸려나갈 소득원 중 그 중요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게 바로 연금입니다. 연금은 크게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으로 나뉩니다. 공적 연금은 국민연금처럼 정부가 운영하는 연금제도입니다.
우리나라에는 두 가지 형태의 공적 연금이 있습니다.
하나는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직역연금이며, 다른 하나는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입니다. 국민연금은 1988년 10인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에 첫 도입한 이래 점차 그 대상을 확대시켜, 1999년 도시 자영업자까지 포괄함으로써 마침내 전 국민 연금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고령화가 급진전 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 문제점이란 무엇일까?
첫 번째 문제는 국민연금이 지속가능성이 있느냐 하는 점입니다.
우리의 보험료율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입니다. 현재의 ‘저부담-고급여’ 구조를 바로잡지 않으면 문제가 생겼을 때 수습이 매우 힘들어집니다. 경제정책 결정은 항상 정치 논리에 좌우되기 마련입니다. 정치 논리는 경제 논리와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정치적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해야 합니다.
두 번째 문제는 국민연금에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국민연금이 제대로 걷히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경제활동을 할 시기에 속한 국민들이 대부분 소득이 있는 일에 종사해 보험료를 납부한다는 전제하에 설계된 제도입니다. 사업 중단이나 실업으로 납부예외자가 되거나, 자영업자와 같은 지역 가입자의 경우 체납자가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험료를 내지 못하여 늙어서 연금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국민연금이 특수직연금보다 홀대를 받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수직연금의 보험료율은 17%로 높지만, 소득대체율은 76%로 높은 편입니다. 게다가 수지 적자가 발생하면 재정에서 메워줍니다.
네 번째 문제는 현행 제도 하에서 일정 기간까지 천문학적으로 증가하는 국민연금의 운용이 제대로 이루어질까 하는 점입니다. 우리 국민연금은 적립식으로 이를 어떻게 운용해야 금융시장이나 실물시장을 왜곡시키지 않을 것인가가 문제입니다. 국민연금은 채권, 특히 국공채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주식시장에서도 우량주식의 상당 부분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근래 들어 국민연금의 주식투자비중을 두고 논의가 활발합니다. 안정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원칙도 지켜야 합니다.
⑤ 기업연금과 개인연금.
사적 연금은 기업연금과 개인연금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업연금은 기업이 종업원을 위해 적립하는 연금저축제도이고, 개인연금은 개인 스스로 금융기관을 통해 적립하는 연금입니다.
연금소득 중 사적 연금의 비중은 나라마다 다릅니다. 개인 책임을 강조하는 미국은 55%, 사회적 연대를 강조하는 독일은 15%, 영국은 그 중간으로서 35% 정도입니다.
사적 연금 중 개인연금의 비중이 한국, 스웨덴, 덴마크는 70%를 넘는 반면,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는 그 비중이 20% 이하입니다.
우리나라는 특수직역연금을 제외하곤 공적이건 사적이건 연금 체계가 아직 취약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각 연금 체계를 정비해야 함은 물론이고, 공적 연금과 사적 연금 중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할지도 선택해야 합니다. 이는 곧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를 선택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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