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불황과 호황은 반복되며,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2. 경제의 기본 원리 : 거시적 관점 – 국민경제의 흐름
(3) 경기변동, 실업, 투기.
① 꼭지점과 바닥을 오가는 경기.
근년에 들어 경기가 나쁘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시장 상인들은 “IMF사태 때보다 더 나쁘다”라는 말도 곧잘 합니다. 여기서 ‘경기가 나쁘다’라는 말은 물건이 잘 안 팔린다는 뜻입니다. 물건이 잘 안 팔리면 공장도 잘 안 돌아갑니다. 공장이 잘 안 돌아가면 일자리도 부족합니다. 반대로 물건이 잘 팔릴 땐 공장도 잘 돌아가고 사람 구하기가 힘듭니다.
자본주의경제는 이러한 판매, 생산, 고용 수준, 즉 경기가 상대적으로 나쁜 ‘불황(depression)’과 경기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호황(boom)’을 반복합니다. 이를 경기변동 또는 경기순환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경제가 호황에서 불황으로 접어드는 과정이 급격하게 진전되면, 이를 일종의 위기상태 즉 공황(恐慌, crisis)이라 부릅니다. 불황이 일정 기간 지속되면 경제는 다시 회복세로 접어들고, 이것이 호황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므로 경기순환은 ‘호황→공황→불황→회복’의 4국면을 거칩니다.
이러한 경기변동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인류 경제는 지금까지 좋았다 나빴다를 계속 반복해 왔습니다.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서는 경제가 나빠지는 이유가 자연재해라든가 외적의 침략과 같은 경제 외적 요인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사회에 들어오면 경기변동은 주로 경제 내적 요인에 의해 발생합니다. 자본주의를 지배하는 자본, 즉 기업의 행동 논리가 경기변동을 야기하는 것입니다.
경제가 잘 나간다 싶으면 기업들은 투자액을 과도하게 늘립니다. 그러다 결국 수익성이 악화되어 도산하는 기업이 발생하고 투자가 위축됩니다. 이렇게 해서 업계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기업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경제가 회복기에 접어듭니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물자를 지나치게 많이 생산하는 바람에 경제가 어려워지는 ‘과잉의 경제(surplus economy)’가 문제입니다. 이를 케인스는 ‘풍요 속의 빈곤(poverty amidst plenty)’이라 불렀으며, 홍수가 났는데 정작 먹을 물은 없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대공황기에 미국 정부는 판로를 찾지 못한 밀, 감자, 우유, 면화, 가축 등을 대량으로 폐기했습니다. 당시 대다수 미국인들은 헐벗고 굶주린 상태였습니다.
불황을 초래한 과잉생산은 사회의 실제 필요량을 초과한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대중의 지불능력에 비해 남는다는 뜻입니다. 이게 자본주의의 모순입니다. 자본주의는 불경기에 실업이 발생한다는 또 다른 특징도 갖고 있습니다.
② 경기변동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자본주의사회에서 한동안은 불황기에 국가가 특별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1930년대의 세계공황에 직면하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기업이 줄줄이 도산하고 실업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는 상황을 방치했다간 체제가 붕괴되는 위험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독일, 이태리, 일본에서는 파쇼정권이 등장해 대공황의 위기를 빠른 속도로 위기를 극복해 갔습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군홧발이 약발을 받은 셈입니다.
반면에 미국에선 루스벨트 대통령이 뉴딜정책을 실시했습니다. 자유주의적 기조하에서 3R(relief, recovery, reform)을 이념으로 삼아 금융개혁, 노동개혁, 사회보장개혁을 단행하는 한편, 대규모 토목공사를 통해 실업자를 구제해 나갔습니다.
2차대전 이후 국가가 경기대책으로서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가는 출발점이 됐습니다.
금융정책은 통화량이나 금리를 조절하는 것입니다. 경기가 나쁘면 정부는 통화량을 늘리고 금리를 낮춰 민간의 소비와 투자를 진작시키려 합니다. 재정정책은 정부의 살림살이, 즉 조세징수와 정부지출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경기가 나쁘면 정부는 재정지출을 늘리고 세율을 낮춰 나빠진 경기를 회복시키려 합니다.
③ 실업은 어떻게 발생하나.
경기변동은 고용에 영향을 미칩니다. 경기가 나빠지면 실업자가 늘어납니다. 어느 정부나 실업자 축소가 경제정책의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실업은 경기변동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계절적 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합니다. 새로운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의 실업 상태가 되는 마찰적 실업도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실업률은 경제발전 수준, 경제구조, 경기순환 국면에 따라 다르며, 빈곤한 국가일수록 실업률이 높습니다. 선진국의 경우는 빈곤국만큼은 아니지만 중진국보다 높습니다.
④ 투자와 투기는 로맨스와 스캔들인가.
1930년대 세계대공황의 발발에는 1920년대의 투기 붐이 작용했다고 할 정도로 경기변동과 투기는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경제 전체적으로 투기가 극성을 부리는 때가 호황기 특히 호황 말기이며, 경제가 불황에 접어들면 그 투기의 거품(bubble)이 꺼지는 것입니다.
때문에, 케인스는 1920년대의 미국경제를 거대한 도박장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1980년대 일본도 부동산가격과 주가가 투기적으로 폭등하더니 그 거품이 꺼지면서 1990년대에 장기불황에 빠져들었습다. 1999~2000년 사이에 미국과 한국이 보여준 IT관련 주식의 널뛰기 장세도 되풀이되는 역사의 한 모습인 셈입니다.
오늘날에는 금융거래의 비중이 커지고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금융적 투기가 크게 증대하고 있습니다. 금융파생상품을 통한 투기나 환투기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투기의 규모가 이처럼 엄청나게 확대된 오늘날의 경제를 ‘카지노 경제’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투기가 시장의 움직임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가격변동에 도박을 건 투기자들이 일반인들의 거래상대방이 되어 시장의 유동성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투기자들이 설치지 않으면 부동산 같은 게 잘 팔리겠느냐는 뜻입니다. 투기를 통한 수요와 공급의 조정은 그 조정비용이 큽니다.
투자(investment)와 투기(speculation)는 어떻게 다른가? 이 둘을 로맨스와 스캔들의 구분처럼 내가 하면 투자, 남이 하면 투기라는 말도 있습니다. 보유기간이 길면 투자, 짧으면 투기로 나누는 수도 있습니다.
수반되는 위험이 작고 예상 가능하면 투자, 크고 예상 불가능하면 투기라는 구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구분은 자의적입니다.
투자는 ‘플러스섬 게임(plus-sum game)’이고, 투기는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입니다.
다만 투기는 도박과 달리 매매 형태를 취합니다. 고스톱이나 경마 같은 도박에선 샀다가 다시 파는 거래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투기 거래가 성립하는 것은 참가자들이 미래에 대해 서로 다른 예측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튤립 값이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반대로 생각하므로 튤립을 서로 사고팝니다.
이들은 입수한 정보가 다르고, 정보를 해석하는 방식도 달라서 서로 다른 예상을 합니다.
때로는 군중심리에 따른 행동이 투기를 조장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베스트셀러로 알려진 책을 사고, 식당을 가더라도 손님이 많은 식당을 찾는 행위가 군중심리에 따른 행동의 예입니다.
이는 의사결정을 할 때 타인의 평가를 신뢰하고 추종하는 형태로, 각자가 스스로 결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나 판단력이 부족한 경우에 나타납니다. 이른바 ‘쏠림’ 현상입니다. 경기순환을 전적으로 심리의 변화로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이윤을 경쟁적으로 극대화하려는 자본의 논리가 기본적으로 작용합니다.
다른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는데 혼자만 가만있으면 경쟁에 뒤처진다는 생각에 무리하게 투자를 늘리다 보니 투자 과열로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됩니다. 그러면 돈이 생산적 투자보다는 부동산과 같은 쪽으로 몰립니다. 투자 과열과 투기 과열이 겹치는 것입니다. 로맨스인듯싶다가 스캔들이 되는 것이라 할까요?
이것이 거품의 발생과 파열을 초래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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