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소서, 나에게

1편 : 무의식 숲에서의 그림자

by 스텔라

밤이었다.
달빛이 가늘게 스며든 숲길을 걸었다.
공기가 차가웠다. 나뭇가지 사이로 스치는 바람은 누군가의 숨소리처럼 들렸다.

어디선가 인기척이 났다.
고개를 들자, 숲의 끝자락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는 달빛에 잠긴 그림자였다.
얼굴은 흐릿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 여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그녀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웃지 않았다.
눈빛은 차갑게 빛났고, 그 안에서 낯익은 감정이 흘러나왔다.


“뭘 쳐다봐?
너도 알고 있잖아.
너 역시 그렇잖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귀로 들은 게 아니었다.
가슴 안쪽으로, 마치 파문처럼 스며들었다.


“사랑받고 싶잖아.
모든 사랑을 다 받고 싶잖아.
아닌 척하지만, 너는 중심에 서고 싶잖아.
아웃사이더인 척하지만, 사실은 인사이더가 되고 싶잖아.”


그녀의 말은 나를 향한 비난 같았지만,
이상하게도 따뜻했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던 말을,
이제야 누군가 대신 꺼내주는 느낌이었다.


“겉으로는 웃고, 착한 척, 남을 위한 척,
관심 없는 척, 순수한 척하지만,
사실은 다르잖아.
가져도 가져도, 바다처럼 끝이 없잖아.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잖아.
사랑에 굶주리잖아.”


그녀의 말이 칼처럼 파고들었다.
그러나 그 칼은 나를 베지 않았다.
오히려 오랜 시간 굳어 있던 얼음을 부수는 듯했다.

그래, 나도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안에서는 늘 발버둥치고 있었다.
물 위의 백조처럼, 우아한 얼굴 뒤에 감춰진
조급함과 결핍, 그리고 사랑의 허기.


“그래서 싫었어.
그래서 너가 싫었어.”


그녀의 말이 바람처럼 흘렀다.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래, 너는 내 거울이야.”

그녀는 내 안의 어두운 나였다.
사랑받고 싶다고, 중심에 서고 싶다고,
누구보다 인정받고 싶다고 외치는 나였다.

나는 한 발자국 다가섰다.

그녀는 미동도 없이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말했다.


“아… 당신도 그랬군요.
사랑받고 싶었는데 아닌 척,
그렇게 연기했군요.
마음속의 허기를 모른 채
다 채워졌다고 믿으며 살았군요.
당신도 외로웠군요.
당신도 고독했군요.
당신도 사랑이 고팠군요.”


그녀의 눈에 물빛이 번졌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녀는 나였다.


“아, 나였구나.
아, 나였구나.”


나는 속삭였다.
“이제 당신이 곧 나임을 인정합니다.
그런 당신이 내 안의 나임을, 이제 인정합니다.”

그녀는 미소 지었다.
그 웃음은 처음으로 따뜻했다.

나는 두 팔을 벌렸다.
그녀는 내 품으로 걸어왔다.
우리가 부딪히자, 그녀의 형체가 빛처럼 스며들었다.

그 빛이 내 안을 채웠다.
숨결이 따뜻해지고, 눈물이 흘렀다.


오소서.
나에게 오소서.
이제 오소서.


숲은 고요했고, 달빛은 한층 더 밝아졌다.
그녀도, 나도, 이 밤의 공기도 모두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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