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 통합의 여운과 자각
눈을 떴다.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스며들고 있었다.
빛은 부드러웠지만, 내 마음은 아직 숲의 그림자 속에 남아 있었다.
꿈이었을까?
아니, 그건 분명 꿈이 아니었다.
너무 선명했다.
그녀의 눈빛, 목소리, 그리고 품속으로 녹아들던 따뜻한 빛의 감촉까지.
침대 곁의 공기가 묘하게 달라져 있었다.
어제까지와는 다른, 아주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조용히 숨을 들이쉬자 가슴 깊은 곳이 조금 더 부드럽게 움직였다.
거울 앞에 섰다.
어제 본 ‘그녀’가 순간 떠올랐다.
웃고 있지만 눈이 웃지 않던, 나의 그림자.
나는 거울 속 내 얼굴을 천천히 바라봤다.
예전엔 이 얼굴이 싫었다.
피곤한 표정, 쉽게 무너지는 눈빛,
사랑받고 싶다는 결핍이 새겨진 듯한 그 모습이.
그런데 오늘은 조금 다르게 보였다.
똑같은 얼굴인데,
그 안에서 무엇인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부드럽게, 다정하게.
그녀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녀는 내 안으로 들어왔다.
내 숨결 속에, 눈빛 속에, 그리고 이 손끝에 머물러 있었다.
주전자를 올리고 물을 끓였다.
물방울이 하나둘 터지며 소리를 냈다.
그 리듬이 마치 심장박동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며 속으로 말했다.
“고마워요.
나의 어둠이 되어준 당신.
나를 비춰준 나의 거울.”
그녀는 나를 사라지게 하지 않았다.
대신, 나를 완성시켰다.
차를 따르며 문득 깨달았다.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이 부끄러운 게 아니었다.
그건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인간적인 울음이었다.
나는 컵을 두 손으로 감쌌다.
따뜻한 김이 손바닥에 닿자
그녀가 내 안에서 미소 짓는 듯했다.
이제, 나는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
허기졌던 마음이 조금은 따뜻해졌다.
그리고 그 따뜻함이
천천히, 조용히, 내 하루를 덮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