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 현실 속에서의 변화
며칠이 지났다.
그녀는 여전히 내 안에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불쑥 떠오르는 어떤 감정들,
예전 같으면 밀어내거나 부끄러워하던 마음들이
이제는 그저 ‘아, 그녀구나’ 하고 알아차리게 된다.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명절 때 잠깐 마주친 이후,
그 사람의 얼굴이 자꾸 꿈에 나타나던 터였다.
벨이 울리는 동안, 가슴이 약간 두근거렸다.
예전의 나는 ‘괜찮은 척’을 하며 담담한 목소리를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그냥, 있는 그대로 떨리는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형님, 잘 지내세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아주 평범한 인사말이 돌아왔다.
“응, 잘 지내지. 동서도 잘지내?”
그 한마디에 묘하게 울컥했다.
그녀가 내 안에서 조용히 속삭였다.
“괜찮아.
사랑받고 싶다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그 마음이 있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는 거야.”
대화는 짧게 끝났지만, 수화기를 내려놓은 손끝이 따뜻했다.
나는 거실 창가로 걸어가 커튼을 걷었다.
햇살이 흘러들었다.
딸아이가 숙제를 하며 나를 불렀다.
예전 같았으면 곤두선 목소리로 “조용히 좀 해”라고 말했을 텐데,
오늘은 그냥 웃었다.
아이의 목소리가 이렇게 맑았던가 싶었다.
그녀는 내 안에서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녀는 내가 화를 낼 때도, 누군가를 미워할 때도,
그 감정을 감싸 안고 조용히 말해주었다.
“괜찮아.
그건 나야.
그 마음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예전의 나는 늘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람’이면 충분했다.
부족하고 흔들리고,
가끔은 질투하고, 욕심내는 나.
그녀가 내 안에 머물게 된 이후,
나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배웠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평화의 시작이라는 걸 알았다.
그녀는 사라진 게 아니라, 나로 녹아들었다.
이제 나는 나를 꾸짖지 않는다.
감정이 올라올 때면, 나는 그저 속삭인다.
“괜찮아. 너도 나야.”
그 한마디로, 하루가 조금 더 따뜻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