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의 먹구름

by 스텔라

“가장 큰 먹구름을 바라보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나는 눈을 감았다.

처음에는 막연한 회색 덩어리였다.
그런데 집중하자 점점 선명해졌다.

짙은 회색.
아래로 축 늘어진 가장자리.
무겁게 내려앉은 공기.


“무엇이죠?”

“주식이요.”

입 밖으로 말하자 구름이 더 짙어졌다.

–40.

그 숫자가 공중에 떠올랐다.
마치 빨간 잉크로 쓰인 낙인처럼.

“그 숫자가 당신에게 어떤 의미죠?”

나는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실패요.”

구름이 조금 더 커졌다.

“또요?”

“…어리석음.”

“또요?”

나는 숨을 삼켰다.

“…무능함.”

그 단어가 나오자
구름 아래에서 바람이 휘몰아쳤다.


나는 그 숫자를 단순한 수익률로 보지 않았다.

그건 ‘내가 틀렸다’는 증거였다.

그건 ‘나는 보는 눈이 없다’는 증거였다.

그건 ‘나는 경제를 모른다’는 증거였다.

그건 ‘나는 결국 평범하다’는 증거였다.


그녀가 조용히 물었다.

“–40이 당신의 존재를 깎아내렸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모은 돈인데요.

몇 년을 아끼고 아껴서 모았어요.

그런데 그게 반토막이 났을 때…

한쪽 다리를 칼에 베인 것 같았어요.”


나는 그때의 감각을 떠올렸다.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던 순간.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던 느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창피함.


“왜 그렇게 아팠을까요?”

나는 대답했다.

“돈은… 안전이니까요.”

말을 하자 구름 아래에서 작은 번개가 번쩍였다.

“안전이요?”

“네. 돈이 있으면 선택할 수 있고, 버틸 수 있고, 도망칠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게 줄어들면… 나는 약해져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돈이 줄어든 게 아니라, 당신의 안전감이 줄어든 거군요.”

나는 눈을 꼭 감았다.

그녀가 다시 말했다.


“상처 난 다리를 상상해보세요.”

나는 보았다.

내 다리에 길게 난 상처.
아직 아물지 않은 자국.

그리고 그 옆에서 뾰족한 바늘로 또 무언가를 새기려는 나.

“왜 또 그리려 하죠?”

“…이번엔 잘 될 수도 있으니까.”

“상처가 될 수도 있죠.”

“…네.”

그녀가 다가왔다.


“지금의 당신이 그 장면으로 걸어가 보세요.”

나는 상상 속에서 천천히 걸어갔다.

상처 난 나의 어깨가 움츠러져 있었다.
눈은 불안으로 번들거렸다.

나는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 아주 조심스럽게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듯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랬구나.”

목이 메였다.

“무서웠구나.”

상처가 다시 벌어질까 봐,
사람들이 나를 바보라 할까 봐,
내가 나를 무가치하게 볼까 봐.


“괜찮아.”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라 내 목소리였다.

“이번에 또 상처가 나도 괜찮아.”

말하면서도 믿기 어려웠다.

그녀가 조용히 덧붙였다.

“잘 되든 안 되든, 당신의 존재는 변하지 않아요.”


그 말이 먹구름 위 어딘가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구름 위를 상상해보세요.”

나는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회색 구름 위로 올라가자 빛이 있었다.

밝고, 조용하고, 고요한 공간.

그 아래에서는 숫자가 오르내리고,
환호와 공포가 오가고, 그래프가 출렁이고 있었다.

하지만 위는 고요했다.


“여기가 당신의 자리예요.”


그녀가 말했다.

“–40은 구름 아래의 숫자일 뿐이에요.”

나는 그 숫자를 다시 떠올렸다.

이번엔 조금 작아 보였다.


“이제 그 먹구름을 접어볼까요?”

나는 손으로 구름 가장자리를 잡았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오른쪽 한 번.
왼쪽 한 번.
아래로 말아 수건처럼 접었다.

–40이라는 숫자가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는 그것을 작은 트레이 위에 올려놓았다.


구름은 여전히 존재했다.
사라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내 위에 떠 있지 않았다.

내 옆에 놓여 있었다.

그녀가 물었다.


“어떤가요?”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이 조금 넓어진 느낌이었다.

“덜 위협적이에요.”

“당신은 숫자가 아니에요.”

그 말은 단순했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울렸다.

나는 그동안 계좌 잔고에 따라 나의 가치를 조정해왔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다음번 숫자가 변해도, 당신은 오늘처럼 다시 접을 수 있어요.”

나는 트레이 위의 구름을 바라보았다.

그건 패배의 상징이 아니라 경험의 기록처럼 보였다.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주식 앱을 열어보지 않고 잠들었다.

–40은 여전히 과거에 있었지만 더 이상 내 가슴 한가운데에 박혀 있지 않았다.

나는 알았다.

이건 돈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건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먹구름 위에는 여전히 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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