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 기록]허리가 삶의 중심이 되었을 때

by 영애비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나이도 생각하셔야죠.”

“어허, 아직 멀었어.
이 정도도 못 들면 죽어야지, 안 그려?”

“그러다 한방에 훅 가요.
조심해서 나쁠 게 없죠. 그냥 쉬세요.”

“아냐, 괜찮아.
벌써부터 뒷방 노인네 취급은 사양이여~!”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요즘도 가끔 그날을 떠올린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그래도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그때 후배의 말을 듣고
그 상자들을 들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내 허리는 지금까지
아무 일 없었을까.


평생 바르지 않은 자세로 살아왔다.
그날이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터졌을 시한폭탄이었다.
다만,
그날이 조금 빨랐을 뿐이다.


“허허, 모의고사 시험지 상자를 들다가
허리를 다쳤다고요?”

“이거 세상에 이런 일이네.
그런데 산재는 되는 거예요?”


가끔 사람들은 집요하게
내가 허리를 다친 이유를 묻는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고 나면 대부분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그 반응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그런 반응을
반복해서 마주하는 일은
유쾌하지만은 않다.

내 통증이
생활 속 유머로
희화화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웬만하면 허리를 다친 이유에 대해
길게 말하지 않는다.


허리가 아파본 사람은 안다.
이 통증이
얼마나 지긋지긋하고 끈질긴지.

순간적으로 찌르는 아픔도 괴롭지만,
더 무서운 건
이 상태의 끝이 언제인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몇 달을 누워 지내야 했던 지인은
그 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살아 있는 감옥이었어.”


‘산업의 허리’,
‘허리가 휘다’,
‘허리가 약한 경제’.

우리는 삶에서 중심을 가리킬 때
아주 자연스럽게
‘허리’라는 말을 쓴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허리가 아프면
정말 모든 것이 무너진다.


아프기 전까지는 몰랐다.
허리란 놈은 늘 거기 있었다.
눈에 띄지도 않고,
신경 쓰이지도 않는 중심이었다.

그런데 아프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

하루의 판단 기준이,
움직임의 한계가,
삶의 속도가
전부
허리를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사실을.


허리는 늘
내 몸의 중심이었고
삶의 중심이었지만,
나는 그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살아왔다.


지금부터의 글은
나의 허리 통증과 함께한
3년의 기록이다.

처음보다는 분명 나아졌지만,
아직 완전히 해방되지는 못했다.
잠시 방심하면
다시 며칠을 고생한다.

자판을 두드리는 지금도
나는
스탠딩 책상 앞에 서 있다.


이 기록을 마칠 즈음,
허리가 완전히 낫기를
바란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다시 허리를 잊고
하루를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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