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통증 기록]허리는 먼저 말하고 있었다.

by 영애비

‘그때 조금만 더
허리의 비명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좋았을 텐데…’

우리는 늘 그런 생각을
뒤늦게 하며 산다.
특히 몸에 관한 일이라면 더 그렇다.

건강은
잃고 나서야 그 자리를 또렷하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 후회는,
대개 생각보다 선명하다.


나의 허리도 그랬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일 년에 보름쯤은
늘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허리가 굳은 듯 뻐근했고,
양말을 신으려고 몸을 숙일 때면
잠깐 숨을 골라야 했다.

의자에서 일어날 때도
항상 반 박자쯤 늦어졌다.


하지만 그 정도는
대개 이렇게 정리할 수 있었다.

‘어휴, 또 시작이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뭐,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통증은
늘 그 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며칠 지나면 가라앉았고,
병원에 다녀오면
조금 더 빨리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허리가 보내는 신호는
경고라기보다
생활의 일부에 가까워졌다.

조심하라는 신호가 아니라,
잠깐 신경 쓰면 되는
불편함 정도로 여겨졌다.


이후의 과정은
항상 비슷했다.

정형외과에 들러
엑스레이를 찍고 나면
무미건조한 의사의 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 설명의 내용보다
내가 기다리는 건
언제나 따로 있었다.

그 입에서
“그리 심하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 한마디가 떨어지면,
허리는 다시
내 삶의 주변부로 밀려났다.


“여기 보시면
4번, 5번 사이에
협착이 조금 있고요.
디스크 상태도
썩 좋지는 않네요.

일종의 노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일단 물리치료 받으시고,
통증이 심하면
주사도 있는데…
맞고 가실래요?
아니면 도수치료
한 번 받아보시죠.”


사실 내가 듣고 싶었던 건
그런 설명이나
치료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진료의 끝자락에서
나는 언제나
같은 질문을 던지곤 했다.

마치
선처를 기다리는 죄수처럼.

“그래서…
상태가 심각한가요?”


지금의 내 허리 상태가
그렇게 절망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사실을
나도 알고 있다.

재활의학 전문의인
이종사촌 동생이
직접 살펴보고 내린 결론이기도 하고,
MRI를 찍었던 병원의 의사도
이렇게 말했다.

“이 허리가
그렇게 아프세요?
그렇게 아플 허리는 아닌데요.
오히려
목 쪽이 더 문제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태어날 때부터
유독 통증에 민감한 허리가
있다고 한다.

구조적으로
아주 나쁜 허리는 아니었지만,
통증은 쉽게 올라오는 상태.

남들보다
예민하고 까칠한 편이었고,
때로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돌이켜보면,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

나는 스스로를 늘
‘금방 나을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래서
허리가 보내는 신호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이유가 없었다.

조금 불편하면 참고,
아프면 병원에 다녀오고,
다시 예전처럼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허리는 언제나
내 몸의 중심이었지만,
그 중심이
무너질 수 있다는 가능성만큼은
의식적으로 외면하며
살아왔다.

그 믿음이 깨지는 데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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